'제2 테슬라' 니콜라 사기설···서학개미 울상, 800억 날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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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콜라 수소트럭. [사진 한화그룹 제공]

니콜라 수소트럭. [사진 한화그룹 제공]

미국에서 수소차 혁명을 이끌며 제2의 테슬라로 꼽힌 수소 트럭 신생 기업 니콜라의 내리막 질주가 무섭다. 지난주 막바지 시장을 들썩인 한 금융분석업체의 사기 의혹 리포트 탓이다. 한국에서 미국 주식을 사들이는 이른바 '서학개미'들도 울상을 짓고 있다.

14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세이브로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의 니콜라 보관 잔액은2억902만 달러(약 2500억원·9일 기준)다. 8일(현지시간) 니콜라 주가는 50.05달러로, 전일 대비 40% 넘게 올랐다. 제너럴모터스(GM)가 니콜라에 20억 달러를 투자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주가가 급등했다.

그러나 금융분석업체 힌덴버그리서치는 지난 10일 '니콜라, 온갖 거짓말로 미국의 가장 큰 자동차 업체와 파트너십을 맺는 법'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니콜라는 수소 트럭을 생산한 적도 없으며, 최고경영자(CEO)인 트레버 밀턴은 니콜라 이전부터 창업으로 사기행각을 벌여온 인물이라고 폭로했다.

폭로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니콜라가 시연한 수소 트럭의 주행 영상은 언덕 위로 끌고 올라가 굴린 것이며, 힌덴버그리서치가 직접 재현해봤다고도 했다. 특히, 니콜라 수소 트럭의 핵심 연료이자 사업 부문인 수소를 관리하는 총 책임자가 밀턴 CEO의 친동생인 것으로 드러났다. 밀턴 CEO의 동생은 하와이에서 건축 하청업을 하던 인물이라는 것도 보고서의 주된 내용 중 하나다.

이러한 니콜라에 대한 폭로 리포트가 나온 직후 니콜라 주가는 3거래일 동안 36% 떨어졌다. 이날 기준 32.13달러다. 이에 국내 투자자들의 니콜라 보관 잔액은1억4146만달러(약 1680억원·11일 기준)까지 급감했다. 약 800억원가량 줄어든 셈이다.

올해 미국 증시로 떠난 서학개미들이 늘어난 상황에서 니콜라는 국내 투자자들이 여섯 번째로 많이 매입한 미국 종목이다. 국내 투자자들의 니콜라 보유 주식 수는 약 429만주가량으로 추정된다. 이는 니콜라 시가총액의 1.4% 수준이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 김동관 한화솔루션 부사장도 2018년 직접 니콜라를 발굴해 1억 달러를 투자했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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