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용대출 폭증에, 금융당국 고소득·고신용자 대출부터 조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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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관리에 본격적으로 나선다. 일차 목표는 고소득·고신용자가 쓰는 신용대출 줄이기가 될 전망이다.

서울 시중은행 대출 상담 관련 창구 모습. 뉴스1

서울 시중은행 대출 상담 관련 창구 모습. 뉴스1

금융감독원은 14일 오전 주요 시중 은행(신한·국민·하나·우리·농협은행)과 카카오뱅크 대출 담당 임원과 화상회의를 진행했다. 은행별 신용대출 현황과 관리방안 등을 확인하고, 대책 마련을 위한 논의가 오갔다고 한다.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은 이달 들어서만 10일(8영업일) 동안 1조1425억원 증가하는 등 급증세가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은 우선 은행별로 신용대출 현황 및 관리계획과 모니터링 강화 방안 등을 내달라고 주문했다. 신용대출이 주택담보대출의 우회 통로로 활용되는지 여부를 꼼꼼히 확인할 것도 요구했다고 한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은행들에게 가이드라인을 준 것이 아닌 각 은행들의 신용대출 관리 방안을 체크하는 자리였다”고 설명했다.

시중 은행 신용 대출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sng.co.kr

시중 은행 신용 대출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sng.co.kr

이날 회의에서는 신용대출 급증 원인에 대해 세가지 정도가 언급됐다고 한다. ▶고소득·고신용자 신용대출 ▶비대면 대출 ▶대환대출 등이다. 특히 고소득·고신용자 신용대출의 경우 각 은행별로 한도 관리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신용대출 한도 관리를 주문하며, 고소득·고신용자에게 신용 대출이 많이 나가고 있다는 취지의 발언이 있었던 거로 안다"며 "은행 입장에서는 고신용자의 신용 대출을 줄이라는 취지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그동안 신용대출 관리 방안을 놓고 고민해왔다. 신용대출을 섣불리 규제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계층까지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고소득·고신용자의 경우 신용대출을 조이더라도 이런 우려가 적다. 금융당국은 고소득자의 신용대출의 상당 부분이 주식시장 등으로 흘러가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게다가 고소득자의 경우 신용대출 한도가 커 단기간에 전체 신용대출 규모가 줄어드는 효과도 있다.

시중은행이 내세우고 있는 비대면 신용대출 화면. 3분 내 대출이 완료돼 '컵라면 대출'로도 불린다. 홈페이지 캡처

시중은행이 내세우고 있는 비대면 신용대출 화면. 3분 내 대출이 완료돼 '컵라면 대출'로도 불린다. 홈페이지 캡처

금감원은 비대면 신용대출과 대환대출 등 은행들의 신용대출 경쟁도 언급했다. 최근 은행들은 몇 분 만에 대출을 해줘 ‘컵라면 대출’로도 불리는 비대면 전용 신용대출을 내놓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은행들이 비대면 대출에 한도를 더 많이 주는 경우가 있어, 비대면 대출과 대면 대출과 비교했을 때 한도 관리를 잘해달라고 주문했다”며 “대환대출도 너무 경쟁이 격화되면 신용대출 증가에 영향을 줄 수 있어 좀 자제해달라는 차원의 의견을 전달했다”고 말했다.

시중 은행 관계자는 “이미 상반기 중에 은행별로 연초 목표하던 대출 목표치를 채운 데다, 금융당국이 신용대출 관리 신호를 보낸 만큼, 은행별로 대출금리를 높이거나 한도를 줄이는 등의 대응 방안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안효성ㆍ정용환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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