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능력·멀티능력…내가 바로 황희찬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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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6면

라이프치히 황희찬(가운데)이 뉘른베르크와 경기에서 후반 막판 쐐기골을 터트리고 있다. 황희찬은 데뷔전에서 1골·1도움을 올렸다. [EPA=연합뉴스]

라이프치히 황희찬(가운데)이 뉘른베르크와 경기에서 후반 막판 쐐기골을 터트리고 있다. 황희찬은 데뷔전에서 1골·1도움을 올렸다. [EPA=연합뉴스]

“능력을 증명했다.”

라이프치히 데뷔전서 1골·1도움 #수시로 바뀐 전술에 완벽한 대응 #강철 체력으로 후반 막판 집중력 #나겔스만 감독에 확실한 눈도장

독일 프로축구 RB라이프치히(1부)는 공격수 황희찬(24)의 데뷔전 활약을 이렇게 평가했다. 황희찬은 13일(한국시각) 독일 뉘른베르크 막스-모르로크 슈타디온에서 열린 2020~21시즌 독일축구협회(DFB) 포칼 1라운드(64강전) 뉘른베르크(2부) 원정경기에서 1골·1도움을 기록했다. 후반 22분 유수프 포울센의 골을 어시스트했고, 후반 45분 3-0 승리를 확정하는 쐐기골을 터뜨렸다. 전 소속팀 잘츠부르크(오스트리아)는 “데뷔전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었던 모양이다. 첫 어시스트에 첫 골까지, 마지막 순간까지 최선을 다했다”고 칭찬했다. 황희찬은 7월 잘츠부르크에서 라이프치히로 이적했다.

황희찬은 첫 경기부터 율리안 나겔스만(33) 라이프치히 감독에게 확실한 ‘쓸모’를 증명해냈다. ‘전술의 여우’(Taktik-Fuchs, 여우처럼 영리하게 전술을 짠다는 뜻의 독일말)로 불리는 나겔스만 감독이 중시하는 ‘멀티 능력’을 각인시켰기 때문이다. 나겔스만 감독은 경기 중 수시로 전술을 바꾸는 것으로 유명하다. 한 선수가 경기 중 여러 역할을 바꿔 맡는 건 라이프치히에서 흔한 일이다. 그는 이날 최전방 원톱 공격수로 시작해, 후반 초반 측면 공격수, 후반 중반부터는 투톱 공격수로 뛰며 나겔스만 감독 주문을 완벽하게 소화했다.

3-4-2-1포메이션의 원톱으로 선발 출전한 황희찬은 경기 초반부터 빛났다. 저돌적인 돌파로 전반 3분 만에 선제골에 힘을 보탰다. 뉘른베르크 골키퍼의 패스를 가로챈 그는 순식간에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돌파해 오른발 슛을 시도했다. 골키퍼에 막힌 볼이 다시 자신에게 흐르자, 이번에는 뒤따라오던 마르셀 자비처에게 연결했다. 자비처의 패스를 받은 아마두 하이다라는 골망을 흔들었다. 그는 상대 수비 압박 속에서도 꾸준한 공격으로 원톱 역할을 잘 수행했다. 전반 20분 논스톱 슛이 살짝 빗나갔고, 전반 32분 골키퍼 키를 넘기는 헤딩슛은 상대 수비 선방에 막혀 아쉬움을 남겼다.

4-3-3포메이션으로 바뀐 후반전에는 오른쪽 측면을 휘젓고 다녔다. 몸싸움을 펼친 전반전과 달리, 이번엔 폭발적인 스피드였다. 어시스트도 여기서 나왔다. 후반 중반 4-4-2로 한 차례 전술이 더 바뀌면서 황희찬은 날개를 달았다. 사실상 프리롤을 맡은 그는 중앙과 측면을 오가며 상대 수비진을 흔들었다. 지치지 않는 체력 덕분에 후반 막판 골 맛도 봤다. 상대 골문 앞 혼전 중 흘러나온 볼을 득달같이 달려들어 왼발로 밀어 넣었다.

데뷔전 데뷔골로 황희찬은 6월 잉글랜드 첼시로 이적한 공격수 티모 베르너(24·독일) 대체자로서 입지를 다졌다. 황희찬은 베르너의 등 번호 ‘11번’을 넘겨받았다. 2016~17시즌부터 라이프치히에서 뛴 베르너는 4시즌 159경기에서 95골은 넣었다. 지난 시즌에는 34골을 터뜨렸다. 분데스리가는 황희찬을 가리켜 “베르너의 후계자”라고 평가했다. 라이프치히는 “우리의 새 ‘11번’”이라며 기대감을 나타냈다. 나겔스만 감독은 “우리 골잡이들 활약에 기쁘다. 기본적으로 최전방에서 골이 터져야 팀에 좋다”며 황희찬 활약에 만족감을 표시했다.

황희찬은 경기 후 “첫 공식경기 선발 출전에서 데뷔골까지 넣어서 무척 기쁘다. 무엇보다 팀에 도움이 돼 만족스럽다”고 소감을 밝혔다. 이어 “마지막으로 공식경기에서 뛴 게 두 달 전이었다. 긴 공백기다. 충분히 쉬고 열심히 연습했다”며 더 좋은 경기를 예고했다.

피주영 기자 akapj@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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