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황희 비판 "386 부끄럽다…거대 권력이 병장 겁박"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원희룡 제주지사. 뉴스1

원희룡 제주지사. 뉴스1

더불어민주당 황희 의원이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아들을 둘러싼 특혜 의혹과 관련해 해당 문제를 처음으로 제기한 당직사병의 실명을 공개해 파문이 일고있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13일 황 의원을 거론하며 실명 공개를 '권력에 의한 겁박'이라고 비판했다.

원 지사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여당 의원이 한 청년의 이름을 십여 번 부르면서 ‘범인’으로 규정했다"며 "'수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공범세력을 규명해야 한다'고 하면서 그 젊은이를 '국정농간세력'의 배후로 지목했다. 이건 아니다"라고 적었다.

그는 386세대의 한 사람으로 부끄럽다고 고백하며 "학생 운동하던 시절 제 부모님 생각도 나고 스물일곱 먹은 제 딸 생각도 난다. 저 청년의 부모님은 어떤 마음일지는 짐작도 가지 않는다"고도 했다.

원 지사는 추 장관 아들의 군 복무 특혜 관련 의혹에 대해서도 "이제 추미애 장관 개인의 스캔들을 넘어섰다"고 주장했다. 국방부가 추 장관 아들에게 면죄부를 주는 자료를 내놓기 전날 문제의 황희 의원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과 국방부 차관 등이 그 내용을 '당정협의'했다는 보도까지 나왔다면서다.

이어 원 지사는 "용기를 낸 예비역 병장을 거대 권력이 겁박하는 이유가 뭔가. 34년간 입었던 군복이 부끄럽지 않기 위해 외압의 실체를 폭로한 예비역 대령을 겁박하는 이유는 뭔가"라고 되물으며 "대검에서부터 동부지검까지 추 장관 아들 수사와 관련된 검찰 인사를 주물럭거린 이유는 뭔가. '당정협의'를 통해 면죄부를 생산해 낸 이유는 뭔가"라고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추 장관 한 사람을 보호하기 위해 검찰을 망가뜨렸다. 국방부도 망가뜨렸다"며 "다음은 권익위, 그다음은 외교부 차례인가"라며 "권력기관을 잠시 잠깐 옥죌 수는 있을 것, 하지만 국민에게 재갈을 몰리려는 시도는 절대 성공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원희룡 제주지사가 13일 황희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원희룡 제주지사가 13일 황희 의원을 비판하는 글을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렸다. [페이스북 캡처]

지난 12일 국회 국방위원회 여당 간사인 황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당직 사병의 실명을 공개하며 "최초 트리거(방아쇠)인 당직 사병에 대한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 "철부지의 불장난으로 온 산을 태워 먹었다" "단독범이라고 볼 수 없다" 등 비판했다. 황 의원의 실명공개 뒤 이에 대한 반발로 추 장관 아들의 이름이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오르는 등 파문이 이어졌다.

이에 13일 추 장관이 자신의 아들과 관련한 논란에 대해 "국민께 송구하다"라고 사과했다. 황 의원은 이날 오후 "저의 의도와 달리 현 병장을 범죄자 취급한 것처럼 비친 부적절성에 대해 국민 여러분관 현 병장에게 불편함을 드린 점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오원석 기자 oh.wonseok@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