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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가 ”외교 약점” 궁지 몰리자 “아베와 상의하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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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아베 총리와 상담하면서 해나갈 것입니다”

'외교 수완' 캐묻는 질문 이어지자 얼굴 붉혀 #"아베처럼 못하지만 '나만의 외교' 하겠다"

궁지에 몰려 진심을 말한 걸까, 상황을 모면하기 위한 답변이었을까. 지난 12일 일본기자클럽이 주최한 자민당 총재선거 후보 토론회에서 가장 유력한 총리 후보로 꼽히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에게 질문이 집중됐다. 스가 장관의 약점으로 꼽히는 ‘외교 분야’와 관련한 질문이 주를 이뤘다.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1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기자의 길문을 듣고 있다.[로이터=연합누스]

차기 일본 총리로 유력한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이 지난 1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기자의 길문을 듣고 있다.[로이터=연합누스]

토론 전반부 후보간 질문 시간에서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정조회장은 “분단된 국제사회 속에서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존재감과 발언력을 유지해 국익을 지킬 것인가”라고 스가 장관에게 질문을 던졌다. 기시다는 아베 2차 정권에서 4년 7개월간 외상을 지냈다.

이에 대해 스가 장관은 “일본 외교의 기축은 뭐라 해도 미·일 동맹”이라면서 “중국, 한국을 비롯해 이웃 나라와 상당히 어려운 문제는 있지만, 양자택일이 아닌 전략적으로 확실히 맞서서 늘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외교를 해나가겠다”고 답했다.

이어진 기자 질의 시간에서도 “(아베 정권의) 계승”을 묻는 질문이 이어졌다. 스가 장관은 “미·일 정상의 전화통화 37번 가운데 1번을 빼고는 모두 동석해서 중요한 정책 결정에는 모두 관여했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기자로부터 동석한 것과 (외교) 교섭은 다른 얘기다”고 재질문이 들어오자 “동석했다는데 아무것도 안 했다고 하면…”이라며 얼굴색을 붉히며 “어떤 정책을 제안할지 모두 사전에 상담하고 출석한다. 정부로서 판단하는 것은 전부 관여해왔다”고 반론을 폈다.

또 아베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개인적 관계가 깊은 데 대해서도 “나는 그런 건 못하지만, 나만의 외교 자세로 일관해 나가겠다”며 외교방침을 강조하면서도 “아베 총리와 협력을 할 수도 있냐”라는 질문이 거듭되자 “아베 총리는 외교에서 큰 성과를 올렸다고 생각한다. 당연히 (아베와) 상담하면서 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 지난 1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누스]

자민당 총재선거에 출마한 이시바 시게루 전 간사장(왼쪽부터),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 기시다 후미오 정조회장이 지난 12일 일본기자클럽 주최 토론회에 참석해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연합누스]

아베 2차 정권 7년 9개월 내내 관방장관을 맡아온 스가는 내정엔 빠삭한 반면, 외교는 약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루고 있다. 외교는 아베 총리가 주도해왔던 만큼 “스가 색깔을 낼 수 있겠냐”라는 우려가 정권의 지지층 가운데서도 나온다.

마이니치 신문은 사설을 통해 “가장 발언 기회가 많았던 건 유력한 총리 후보인 스가였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발언은 눈앞의 개별 정책에 그쳐 큰 비전이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스가 장관이 중국과의 관계에 대해 “주장할 것은 확실히 주장하고, 하나씩 과제를 해결해나가겠다”고 한데 대해선 “아무 말도 안 한 것과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이어 “아베 정권의 계승과 전진을 내세웠지만, 전진에 관한 발언은 너무도 빈약하다”면서 “중장기적 시점에서 국가의 존재와 외교·안보의 명확한 비전이 결여된 것 같아 불안하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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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윤설영 특파원 snow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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