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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8혁명은 어떻게 포퓰리즘으로 대체됐나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703호 20면

유럽을 성찰하다

유럽을 성찰하다

유럽을 성찰하다
다니엘 코엔 지음
김진식 옮김
글항아리

프랑스 지성 코엔의 역저 #철학·경제학·사회학 꿰뚫어 #70년대 경제난 보수 유럽 불러 #바다 건너 ‘괴물’ 트럼프로 연결

절대적 자유를 주장하며 반전시위를 벌이고 부르주아사회에 대한 거센 저항을 분출했던 68혁명은 지금 젊은 세대에겐 낯설기만 한 과거사다. 반세기 전인 1968년 5월 프랑스 전체를 한 달 넘게 멈춰 서게 하고 유럽 대륙을 휩쓸었던 68혁명은 20세기 후반부를 달궜던 핫이슈였다. 하지만 인공지능(AI)과 로봇 등 디지털·4차산업 혁명이 전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지금에 와서 68혁명이 던졌던 의미는 상대적으로 미약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그동안 세상이 엄청나게 요동치며 극심한 변화를 겪었다는 증거일 것이다.

『유럽을 성찰하다』는 프랑스의 대표적 지성인 다니엘 코엔이 68혁명 이후 지금까지의 유럽, 나아가 세계의 변화를 날카롭게 꿰뚫어 본 인문사회학의 인사이트를 집대성한 보고다. 시대와 시대를 연결하고 구분 짓는 철학과 경제학, 사회학 등의 풍부한 이론과 분석들을 현란하게 소개했다. 그리고는 포퓰리즘과 극단주의가 판치고 디지털 사회로 급변한 지금 어떻게 통합적이고 글로벌한 합리성을 만들어 내고 새로운 휴머니즘을 찾아낼 것인지에 대해 깊이 고뇌했다.

50년 전 68혁명은 유럽을 달궜다. 지금 세계는 포퓰리즘의 몸살을 앓는다. 196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집회 장면. [사진 Jack de Nijs / Anefo]

50년 전 68혁명은 유럽을 달궜다. 지금 세계는 포퓰리즘의 몸살을 앓는다. 1968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집회 장면. [사진 Jack de Nijs / Anefo]

68혁명의 청년들은 그들의 부모가 소비사회의 지겨운 안락함에 빠져 역사의 비극을 망각했다고 비난했다. 기존 질서를 무너뜨리려고 전력을 다했다. 그러나 광기의 혁명이 지난 뒤 찾아온 것은 오일쇼크 등으로 인한 70년대 중반의 세계적 경제위기였다. 전후 ‘영광의 30년’을 낳은 성장이 멈추었기 때문이다. 산업이 쇠퇴하자 거기에 맞춰서 사회도 쇠퇴하기 시작했다. 임금인상의 약속은 해고와 실업의 위협으로 바뀌고 다시 불확실성의 시대가 찾아왔다.

이는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마거릿 대처 영국 총리로 대표되는 신자유주의 보수 혁명을 불렀다. 그러나 보수 혁명 또한 부의 불평등과 탐욕의 승리라는 취약점을 드러내며 비틀거렸다.

2000년대 들어와 신자유주의가 만들어 놓은 거대한 버블이 터지면서 세계 경제는 또 한 번 위기를 겪게 된다. 세계는 다시 일대 혼란에 빠졌고 세계화에서 낙오되고 이민 정책의 희생양이 됐다고 느끼는 소외된 민중들은 포퓰리즘과 극단주의의 우산 속으로 몰려들었다. 유럽의 포퓰리즘은 마침내 대서양을 건너 아메리카 대륙에 트럼프라는 괴물을 만들어 내고야 말았다.

이런 와중에 찾아온 디지털 혁명은 구세계를 파괴했다. 지금도 왕성하게 진행되고 있는 디지털 혁명은 육체와 알고리즘의 혼합체로 바뀌고 있는 신인류인 우리에게 숱한 문제를 던지고는 답할 시간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다. 이 책의 전개를 차근차근 쫓아가다 보면 균형 잡힌 공동선을 찾기 위한 희미한 힌트를 얻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한경환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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