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한동수·임은정 ‘칼자루’ 쥐었다…“균형 잡힌 감찰 될까” 의문

중앙일보

입력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지난 9월2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에서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가 지난 9월20일 오후 서울 중랑구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에서 고발인 신분으로 조사받기 위해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스1]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공개적으로 입장을 밝혀 온 임은정 울산지검 부장검사와 한동수 대검찰청 감찰부장이 호흡을 맞추게 되면서 법조계 일각에서는 여러 감찰 사건들의 보안 및 균형성 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다. 대검 감찰부는 한명숙 전 국무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 당시 수사팀의 위증 강요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한명숙 의혹, 투 트랙 중 절반만 완료

1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 감찰부는 한 전 총리 사건 당시 수사팀 관계자들이 고(故) 한만호 전 한신건영 대표의 동료수감자들에게 위증을 강요했다는 의혹 조사의 결론을 아직 내리지 않았다.

이 사건은 윤석열 검찰총장과 추미애 법무부 장관 사이 갈등의 불씨에 기름을 부었다는 평가를 받는다. 윤 총장은 관련 진정 사건을 대검 인권부에 배당했지만, 한동수 감찰부장은 SNS를 통해 감찰 필요성을 주장했다. 이후 추 장관이 감찰부 조사를 지시했고, 윤 총장이 이를 일부 수용하면서 대검 감찰과와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실의 조사가 동시 진행됐다.

‘투-트랙(two-track)’ 조사 중 절반은 마무리됐다. 서울중앙지검은 지난 7월 조사 경과를 대검에 보고하고 활동을 종료했다. 중앙지검 조사팀은 위증 강요 의혹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대검 감찰부는 1달여간 조사가 진행된 서울중앙지검의 이같은 경과를 보고받았지만, 현재까지 최종 결론은 내리지 않았다. 이 가운데 임 부장검사가 감찰부로 투입되면서 조사 상황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중앙포토]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 [중앙포토]

임은정 감찰부行…균형 감각 우려

한동수 감찰부장은 SNS에 비공개 사안인 감찰부 조사 등을 공개적으로 언급하거나 검찰 개혁 관련 글을 올리는 등으로 논란에 선 바 있다. 임은정 부장검사 또한 지난 2012년 ‘무죄 구형’으로 세간에 알려진 뒤 내부 고발자를 자처하면서 검찰 내부망 ‘이프로스’, 자신의 SNS 등을 통해 검찰 개혁을 주장해 왔다. 윤 총장을 비롯한 전·현직 검찰 간부들이 비판의 대상이 됐다.

이런 두 사람이 검사 ‘감찰’이라는 칼자루를 쥐게 되면서 검찰 안팎에서는 보안 및 감찰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한 현직 검사는 한 전 총리 의혹 조사를 언급하며 “당시 수사팀에 참여했던 검사들을 어떻게든 감찰하겠다는 의지를 보인 인사”라며 “균형 잡히고 공정한 결론이 나와야 할 텐데, 이미 정해진 결론이 있는 것은 아닌지 의문스럽다”고 지적했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감찰의 핵심은 균형 감각과 사심이 없어야 한다”라며 “한동수·임은정 이들이 그간 공개적으로 밝혀왔던 입장에 비춰보면 여러 감찰 사건이 ‘표적’으로 이뤄질 가능성도 의심된다”고 말했다.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고 있다. [뉴스1]

‘원 포인트’ 인사 과정 지적도 제기

일각에서는 최근 아들의 군(軍) 특혜 의혹으로 사퇴 요구에 직면한 추 장관이 임 부장검사의 원 포인트 인사를 통해서 검찰 압박에 고삐를 쥐려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윤 총장과 대립각을 세워온 한 부장에게 힘을 실어주는 인사를 진행한 것 아니냐는 취지다.

특히 검찰연구관 인사 후 검찰총장 판단에 따라 보직이 정해지는 것과는 달리 추 장관이 감찰정책연구관이라는 보직을 명시해 특정 인사를 냈다는 것은 직권남용 소지가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있다.

지방의 한 검찰 간부는 “임 부장검사가 감찰을 요청한 사건이 몇 건인데, ‘셀프 감찰’할 수 있는 직위로 특정해서 인사를 내는 게 정당하고 적법하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애초 감찰의 취지와 목적이 잘 이뤄질 수 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임은정 부장검사는 전날 SNS를 통해 “감찰은 구부러진 검찰을 곧게 펴거나 잘라내어 사법정의를 바르게 재단하도록 하는 막중한 역할”이라며 “검찰총장을 잘 보필하도록 하겠다”고 글을 올렸다.

나운채 기자 na.unchae@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