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부른 '디지털교도소' 차단 요청에…방심위 뒤늦게 "의결 보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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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범죄 및 아동학대 등 범죄자 신상을 임의로 공개하는 디지털 교소도 사이트. [사진 홈페이지 캡처]

성범죄 및 아동학대 등 범죄자 신상을 임의로 공개하는 디지털 교소도 사이트. [사진 홈페이지 캡처]

최근 ‘디지털 교도소’에 신상 정보 등이 공개돼 억울함을 호소했던 한 대학생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방송통신심의위원회(방심위)가 해당 사이트에 대한 의결 보류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방심위는 10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성범죄 및 아동학대 등 강력사건 범죄자 신상을 임의로 공개하는 디지털 교도소에 대해 '의결 보류' 결정을 내렸다.

방심위는 디지털 교도소를 차단해 달라는 민원에 대해 "관련 법령 위반사항에 대해 심도 있는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면서 "디지털 교도소 사이트가 현재 접속되지 않고 있다는 점 등을 감안해 의결보류를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디지털교도소 재유통시 신속심의…불법성 있으면 차단" 

심의위원들은 이날 디지털교도소의 명예훼손, 성범죄자 신상정보 공개, 개인정보 불법 취득 등을 논의했다. 이들은 “디지털 교도소로 인한 인격권 침해 등 피해 우려가 있지만 사이트 전체 차단을 결정하려면 불법 게시물의 비중, 관계 법령 적용 여부를 면밀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방심위는 "향후 디지털교도소가 재유통 시 신속한 심의를 통해 불법성이 있다고 심의 결정하는 경우에는 국내 이용자 접속차단 외에 해외 서비스 제공업체 등을 통해 국제공조도 협조 요청할 계획"이라고 했다.

늑장 논란도…경찰 차단 요청 2개월 만에 심의 이뤄져

한편 지난 7월부터 디지털 교도소 운영진에 대한 수사를 맡고 있는 대구경찰청은 명예훼손과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 혐의가 추가될 때마다 방심위에 사이트 차단을 요청해 왔다. 하지만 방심위는 국회에서 사안이 다뤄지고 이틀 뒤에야 통신심의소위원회를 열고 해당 사안을 심의했다. 경찰에서 사이트의 삭제·차단요청이 처음 접수된 지 2개월이 지난 뒤다.

이에 따라 방심위의 방관이 대학생의 극단적인 선택을 불렀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방심위 측은 "대구지방경찰청에서 지난 7월부터 세 차례에 걸쳐 공문이 접수된 것은 사실이지만 대구청에서 심의에 필요한 관련 법령을 계속 추가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메인 URL 차단에 대한 위반법령 쟁점사항을 면밀히 검토하면서, 대구청에 자료 보완을 요청하고 내부 법률 검토 등 심의에 필요한 과정을 진행했다"며 "심의 차단 지연 등은 사실과 다르다"고 밝혔다.

함민정 기자 ham.minj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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