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만난 김종인 "국민, 정부 돈에 맛들이면 안 떨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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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다. 오종택 기자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로) 다시 우여곡절을 반복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국민은 한 번 정부의 돈에 맛을 들이면 거기에서 떨어져 나가려고 하지 않는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10일 오전 국회 사랑채에서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로 처음 열린 여야 대표 오찬 회동에서 오간 말이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서로 “먼저 말씀하시라”며 발언 순서를 양보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모두발언부터 서로 뼈 있는 말을 건네면서 행사장에는 긴장감도 흘렀다.

2시간여 진행된 회동에서 이들은 ▶월 1회 정당 대표 정례회의 개최 ▶양당 공동정책 협의 처리 ▶4차 추가경정(추경) 예산안 시급 처리 ▶24일 본회의에서 코로나19 관련 법안 최대한 처리 등에 합의했다. 하지만 정작 여야의 핵심 갈등 요인으로 꼽혔던 국회 상임위원장 재분배 문제에선 접점을 찾지 못했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왼쪽)가 1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사랑재에서 열린 박병석 국회의장 주재 교섭단체 정당대표 오찬 간담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 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뉴스1]

이 대표는 이날 모두발언에서 “정치권이 서로 아웅다웅하지 않고 협력하고, 국민을 함께 걱정하는 것이 지쳐 계시는 국민들에 대한 당연한 도리라 생각한다”며 야당에 적극적인 협조를 당부했다. 이 대표는 특히 “양당의 4·15 총선 공약에서 공통된 것, 정강·정책 공통된 것을 추출해보니 37개 정도”라며 “그것 또한 정기국회 안에 함께 노력해서 처리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정부가 7조 8000억원 규모로 의결한 4차 추경 예산안에 대해서도 “내일 국회로 제출될 예정”이라며 “추석 이전에 모든 것이 집행되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대한 집행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려면 18일까지는 처리했으면 한다”고 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추석 이전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분들에게 2차 재난 지원금이 돌아갈 수 있도록 추경이 처리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내용 자체가 합리성을 결여하지 않는 한 염려 안 하셔도 될 것”이라고 화답했다. 하지만 이 답변을 끝으로 김 위원장은 경제 정책 전반에 대한 비판을 쏟아내기 시작했다.

김 위원장은 우선 “최근에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면서 과연 우리 정부가 현재의 한국 경제에 대한 현실을 제대로 인식하고 있느냐에 대해 굉장히 회의적 느낌을 받는다”고 했다. 그는 정부의 ‘통신비 2만원 지급’ 결정을 거론하며 “정부의 재정 안정성에 대한 걱정을 많이 하는 것 같다”며 “앞으로 재정 운영이나 경제에 어떠한 영향 미칠 것인가 하는 측면을 우리가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라고도 했다.

구체적인 협치의 조건을 놓고선 양당 입장이 더 첨예하게 엇갈렸다. 김 위원장은 “협치를 하려면 협치할 수 있는 그러한 여건이 조성되어야 한다”며 “21대 개원 과정에서 종전에 지켜오던 관행이 지켜지지 않았기 때문에 여야 사이에 황당한 균열이 생겨났고 그것이 아직도 봉합되지 않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20대 후반기 국회에서 야당 몫이었던 법사위원장 자리를 포함해, 민주당이 독식한 국회 상임위원장 재분배 문제를 화두로 꺼낸 것이다.

이 대표는 이에 대해 “주호영 원내대표 발언을 보면 ‘상임위원장 다시 가져가라고 하는 것은 능멸’이라 했다”며 “진의가 무엇인지 명확히 모르겠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특히 다시 개원 협상 과정에서 2~3달 고초 겪었는데 다시 지난 시기의 우여곡절을 반복하는 것은 현명하지 않다”며 반대 의사를 나타냈다. 양당은 상임위원장 배분 문제를 이후 다시 협의하기로 했으나, 서로의 팽팽한 입장차만 다시 확인하면서 향후 논의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한편, 김 위원장은 “코로나 확진자에 대해 밖에서 회의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적지 않다. 확진자 수가 정치적으로 조절이 되는 것이 아닌가”라며 국회 내 코로나19 전수조사를 박 의장에게 제안했다. 이에 이 대표는 ”확진자 숫자에 의문이 있는 것은 상상할 수가 없다”면서 “국회 내 필요한 조치는 의장께서 판단해주시기 바란다”고 답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날 모두발언을 통해 “두 분 지도자께서는 풍부한 국정 경험과 경륜을 쌓으신 분들이기 때문에 국민들의 기대가 몹시 크다고 생각한다”며 “소통과 협치의 새로운 큰 틀 마련해주는 계기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오현석 기자 oh.hyunseok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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