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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체크] 원전 24기 중 13기 스톱…원인은 태풍? 탈원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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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이날 태풍으로 신고리 1호기와 2호기 등 원전 4기가 순차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송봉근 기자

제9호 태풍 마이삭의 영향으로 3일 오전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 3호기와 4호기가 가동을 멈췄다. 이날 태풍으로 신고리 1호기와 2호기 등 원전 4기가 순차적으로 가동을 중단했다. 송봉근 기자

원자력발전소 24기 중 13기가 멈췄다. 절반이 넘는 원전이 동시에 가동을 멈춘 건 이번이 처음이다. 7기는 ‘계획예방정비’로 정지돼 있다. 나머지 6기는 태풍 마이삭·하이선의 영향으로 각각 3일, 7일부터 가동이 중단됐다. 태풍으로 원전이 정지된 건 2003년 9월 태풍 매미 이후 17년 만이다.

환경단체선 “사고 재현” 우려 #태풍으로 원전 자동 정지된 건 #‘사고’ 아닌 ‘정상 가동’으로 봐 #계획예방정비 길어진 것도 영향

환경단체들은 “폭우·태풍·지진 등 기상이변이 반복되고 있어 원전 정지 사고가 재현될 가능성이 크다”면서 “탈원전 정책에 속도를 높여야 한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원전이 멈춰선 원인, 원전 안전성 등에 대해 팩트체크했다.

전국원전 가동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국원전 가동 현황.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태풍 마이삭으로 멈춰선 원전은 신고리 1·2호기, 고리 3·4호기다. 하이선 때는 월성 2·3호기가 멈췄다. 원자력안전위원회는 태풍에 의해 강한 파도가 일면서 발전소 내의 송수전선로(외부와 전기를 주고받는 송수전 관련 설비)에 염분이 닿아 원전이 멈춘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원전이 자동으로 정지된 것이 멈춤 사고가 아니라 정상 가동되고 있는 것’이라고 말한다. 주한규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송수전선로에 문제가 발생하면 원자로가 즉시 멈추고, 원자로 냉각을 위해 디젤 발전기가 가동되는 게 일련의 안전 설계”라고 설명했다. 하재주 원자력학회장(전 원자력연구원장)도 “원전은 태풍·지진·테러 등 모든 위험에 대응할 수 있도록 설계됐고, 이번에 설계대로 정확히 작동한 것”이라면서 “이걸 ‘원전 사고’라고 얘기하는 건 어불성설”이라고 말했다.

전국 원전 가동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전국 원전 가동률. 그래픽=김경진 기자 capkim@joongang.co.kr

지금껏 역대 최저 원전 가동률(54.8%)을 기록한 2018년 3월에도 24기 중 12기가 가동 중이었다. 원전 납품비리가 터졌던 2013년에도 멈춰선 원전은 10기에 불과했다.

정범진 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멈춰선 원전이 많아진 건 계획예방정비가 길어진 게 근본 원인”이라고 말했다. 원전은 호기당 통상 20개월 운전한 뒤 1개월 동안 펌프 점검, 핵연료 교체 등 정기점검을 받는다. 정 교수는 “1개월씩 걸리던 정비 기간이 최근 2개월, 길게는 10개월까지 늘어났다”고 말했다. 실제로 한수원에 따르면 2016년 연평균 88.6일이던 예방정비 일수가 2018년 164.2일, 지난해 155.1일로 크게 늘었다. 일각에서는 ‘탈원전 정책’에 따라 원전에 부정적인 정부의 의중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하재주 학회장은 “미국의 경우 예방정비 일수를 최대한 짧게 잡아 원전 가동률이 90%에 이르는데 한국은 원전이 멈춰 있는 게 예삿일이 됐다”며 “다만 올해는 코로나19 사태로 산업용 전기의 수요가 줄고, 여름철 저온으로 냉방 수요가 적어 운 좋게 전력 예비율에 여유가 있었던 것”이라고 지적했다.

안재훈 환경운동연합 국장은 “원전이 밀집된 지역에 또다시 자연재해가 발생했을 때 일본 후쿠시마 같은 사건이 발생하지 않은 거란 보장이 없다”면서 “정부는 탈원전 정책에 속도를 내 재생 에너지로 바꿔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신재생에너지가 기후 이상에 더 취약하다는 반박이 나온다.

송종순 조선대 원자력공학과 교수는 “이번 태풍 사례에서 보듯 태양광과 풍력은 이상기후에 전력공급이 완전 중지될 뿐 아니라 무너지고 부러지는 치명적 손실을 입는다”며 “원전과 같은 안정적 에너지원이 뒤를 받쳐주고 그 위에 신재생에너지가 올라가는 ‘에너지 믹스’가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말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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