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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에서 박사 딴 아프리카 현직 장관 "한국 같은 경제기적 만들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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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8월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에티오피아의 현직 총리자문 장관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장관이 KAIST 본관 앞 조형물을 앞에 두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지난 8월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에티오피아의 현직 총리자문 장관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장관이 KAIST 본관 앞 조형물을 앞에 두고 기념 사진을 찍었다. 프리랜서 김성태

해외유학과 애국의 열정이 지나쳐 장관직까지 던졌다. 두손 두발 다 든 총리는 그에게 ‘자문장관’이란 초유의 직함까지 만들어 유학을 허락했다. 최근 한국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현직 장관 얘기다.

올해 50살, 테클레마리암 에티오피아 총리 자문장관

KAIST는 아프리카 에티오피아의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50) 국무총리 자문장관이 기술경영학부 글로벌IT기술대학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고 8일 밝혔다. 2016년 9월 KAIST에서 박사과정 첫 학기를 시작한 지 4년만이다.

테클레마리암 ‘박사’는 직업이 장관이다. 탁월한 능력 덕분이었다. 그는 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40세에 도시개발주택부에서 에티오피아 역사상 최연소 장관이라는 기록을 세우며 장관직을 시작했다”며 “이후 6년의 재임 기간 동안 신도시ㆍ스마트시티 개발, 토지관리, 주택개발 등의 정책을 펼쳤다”고 말했다.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에티오피아 총리 자문장관. 프리랜서 김성태

KAIST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에티오피아 총리 자문장관. 프리랜서 김성태

그러나 테클레마리암 장관은 이 성취가 만족스럽지만은 않았다. 비슷한 일들을 거듭하다 보니 능력이 정체된다는 불안이 커졌기 때문이었다. 고민 끝에 10년 전 석사학위를 받은 아일랜드나, 인근 영국으로 유학을 떠나기로 결심했다. 하지만 총리는 쉽게 사표를 수리하지 않았다. 총리를 비롯한 장관들이 “무슨 유학이냐”고 설득했지만, 그는 고집을 꺾지 않았다. 결국 총리는 장관직을 유지하는 조건으로 유학을 허락했다. 또 영국이 아닌 한국행을 권했다. ‘최빈국에서 시작해 급속한 경제발전을 이뤄 세계 정상급 나라로 성장한 한국으로 유학을 가라’는 주문이었다. 에티오피아는 70년 전 6.25 전쟁의 UN군 파견 국가이기도 했다. 테클레마리암 장관은 한국에서도 과학기술 분야의 전문성과 국제화가 된 KAIST를 선택했다.

테클레마리암 장관의 주요 연구 분야는 ‘정보격차 해소가 경제성장과 부패통제에 미치는 영향’이지만, 개발도상국의 초고속인터넷 정책 등이다. 특히 한국의 새마을 운동, 누구나 손쉽게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는 인프라 구축, 장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정보기술(IT) 활용 교육프로그램 등을 에티오피아에 적용해보고 싶다고 한다.

테클레마리암 장관이 졸업논문 연구로 수행한 `단계별 맞춤형 모바일 초고속인터넷 확산 정책‘에 관한 논문은 정보통신 분야의 최우수 국제학술지인 텔레커뮤니케이션즈 폴리시에 지난 8월 게재됐다. 광대역 통신망을 갖춘 국가들의 효과적인 정보통신 정책을 분석해 개발도상국에 맞춤형 정책을 제안하는 계량적 정책 연구를 성공적으로 완수한 결과다.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에티오피아 총리 자문장관이 KAIST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권영선 교수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KAIST]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에티오피아 총리 자문장관이 KAIST 박사과정 지도교수인 권영선 교수와 기념사진을 찍었다. [사진 KAIST]

테클레마리암 장관은 오는 12일 본국으로 돌아간다. 그는 “조국에서 기회를 준다면 한국에서 배운 것을 바탕으로 ICT 기술과 관련된 일을 하고 싶다”며 “초고속인터넷을 통한 경제기적을 에티오피아에도 만드는 게 꿈”이라고 말했다.

에티오피아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약 800달러로 인구는 1억명 정도다. 세계 최빈국 중 하나로 꼽히지만 최근 5년 동안 경제성장률이 매년 8% 이상을 기록할 정도로 경제발전에 빠른 속도를 내고 있는 나라이기도 하다. 6.25 전쟁 당시 셀라시에 에티오피아 황제는 근위대 가운데 자원 병력을 중심으로 1개 대대를 편성해 한국으로 파견했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메쿠리아 테클레마리암

국적:에티오피아

직위 국무총리 자문장관

나이:50세

▶학력

1990년 아디스아바바대 경영학사
2001년 아일랜드 더블린대 경영학 석사
2020년 KAIST 경영학 박사

▶경력
1990~1995년 에티오피아 공공서비스위원회 전문경영인
1995~2000년 원도 트레이딩(공공기관) 대표이사
2002~2008년 에티오피아 남부 지방정부 전략경영 국장
2008~2010년 아디스아바바시 행정서비스 최고책임자
2010~2016년 에티오피아 도시개발주택부 장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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