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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광우병 파동, 확산 과정과 영향]

중앙일보

입력

일명 `광우병(狂牛炳)'으로 불리는 우해면양뇌증(牛海綿樣腦症.BSE)이 처음 발견된 것은 1985년 영국에서 였다.

광우병은 이후 한동안 영국의 축산업에만 타격을 입히다가 사라지는 듯 했으나 90년대 들어 유럽 각국에서 발병사례가 보고되면서 광우병 파동이 독일과 프랑스 스위스, 덴마크 등 거의 모든 유럽연합(EU) 국가로 확산됐다.

이후 광우병은 전 유럽의 축산업과 무역 등 유럽 경제에 큰 피해를 가져왔으며 농업 및 축산정책, 보건 정책, 국가 간 통상 무역 관계 등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일대 사회적 사건으로 비화됐다.

1985년 영국의 수의사들은 소가 정신이상과 거동불안 등의 증상을 보이고 뇌에스펀지처럼 구멍이 뚫리며 죽어가는 새로운 질병을 발견했다. 이 병은 1년 뒤 우해면양뇌증이라는 진단이 내려졌으며 정신이상 등 증상 때문에 `광우병'으로 불렸다.

영국 정부는 1988년 6월 이 병을 신고대상 질병으로 지정하고 7월에는 BSE에 감염된 소를 모두 도살하겠다고 발표했으며 1989년에는 소의 뇌와 척수, 비장, 편도선등 모든 내장을 식용금지 처분하는 등 대책을 내놨다.

이 때까지만 해도 영국에서만 광우병 발병이 보고됐고 세계 각국의 수입금지 조치도 영국산 소에만 내려졌기 때문에 광우병은 영국의 문제로 간주됐다.

호주가 1988년 7월 영국산 소의 수입을 금지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에는 사우디 아라비아와 러시아, 오스트리아, 프랑스 서독, 이탈리아, 카타르, 스위스 등이 영국산 소와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면서 영국 축산업은 붕괴 위기에 몰렸다.

그러나 이런 상황은 1990년대 들어 영국 밖에서 광우병 발생이 잇따라 보고되면서 확대됐다. 1990년 1월 영국 밖에서는 처음으로 오만에서 광우병 감염사례가 발견됐으며 그해 11월에는 스위스, 91년 2월 프랑스, 92년 8월에는 덴마크에서 각각 광우병에 걸린 소가 발견되는 등 광우병 파동이 전 유럽으로 퍼졌다.

이에 따라 이때까지 영국산 소와 낙농제품만 수입을 금지하던 세계 각국은 수입금지 조치를 광우병이 발병한 다른 유럽 국가로 확대하면서 광우병 파동은 유럽 전체의 축산업 뿌리까지 뒤흔들었다.

광우병이 확산되자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브 병을 우려, 쇠고기 판매가 격감했을 뿐 아니라 학교에서 쇠고기 급식을 중단하고 쇠고기 요리 기피 현상이 만연하는 등 이른바 `광우병 신드롬'이 유럽전역으로 파급되기도 했다.

프랑스는 2000년 11월 태어난 지 4년이 넘은 소 130만-150만 마리의 판매를 금지하고 피해 축산농가에 5천800여억 원을 지원키로 하는 등 대책 마련에 부심했으며이런 사정은 독일과 스위스, 덴마크 등 다른 유럽 국가도 마찬가지였다.

유럽연합(EU)은 2000년 10월 이후 4개월 동안 동물성 사료와 광우병 우려 소 폐기 등에 10억 유로(1조1천600억 원) 이상을 투입했으며 올해에만 13억 유로가 더 들어가고 2005년까지 70억 유로가 추가 소요될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유럽지역의 축산물에 대한 무차별적인 수입금지 조치가 내려지면서 유럽과 비(非) 유럽지역 사이에는 물론 유럽 국가들 사이에서도 무역분쟁이 발생하는 등 광우병 파동은 국제적인 통상마찰로 이어지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광우병 파동이 빠르게 확산된 것은 영국의 광우병이 짧은 시간에 퍼진 것이라기보다는 광우병에 무관심했던 국가들이 광우병 우려가 높아지면서 검사를강화해 광우병이 갑자기 많이 발견된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영국 정부가 96년 3월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돼 변형 크로이츠펠트-야코브병(vCJD)를 일으킬 수 있다고 인정한 것은 광우병이 축산업과 경제 문제에서 정치,경제, 사회적 사건으로 비화하는 계기가 됐다.

인간 광우병으로 불리는 vCJD 환자는 영국을 시작으로 프랑스, 멕시코 등 세계각국에서 발생하고 있으며 사망자도 계속 늘어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지난 5월 영국에서 지금까지 vCJD로 숨진 사람은 모두 100명이며 vCJD 감염이 확인됐거나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이 수십 명에 달해 앞으로 사망자가 더욱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럽 국가들은 광우병 파동에 대한 대응에서 큰 오류를 범했다는 지적을 받고있다. 광우병 발병 초기에 각국 정부가 소비자 안전보다는 축산농가를 우선 보호하자는 정책을 펴다 소비자 불신만 키웠다는 것이다.

이들 국가 정부는 광우병의 원인이나 감염 경로가 밝혀지지 않은 상태에서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소의 특정 부위만 위험하다', `특정 연령 이하의 소는 안전하다' 고 발표하는 등 소비자를 안정시키는데 주력했다.

그러나 광우병이 인간에게 전염된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위험 부위가 계속 확대되고 위험 연령도 거듭 하향 조정되자 정부와 쇠고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이 걷잡을 수 없이 커졌다.

전문가들은 이에 따라 소비자들의 육류 소비패턴까지 변화할 조짐이 나타나고 있으며 이런 변화가 가속화될 경우 축산업 자체의 존립까지 위협하는 상황이 일어날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이주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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