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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년 '8분' 김종민 '6분'…이낙연 "회의 간결히 말해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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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부터), 김태년 원내대표, 김종민 최고위원 등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왼쪽부터), 김태년 원내대표, 김종민 최고위원 등이 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차 최고위원회의에 입장하고 있다. [연합뉴스]

“메시지 관리를 좀 해달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달 31일 당 지도부와의 첫 만찬을 주재하면서 김태년 원내대표와 김종민·염태영·노웅래·신동근·양향자 최고위원을 향해 건넨 말이다. 이 대표는 이 자리에서 “메시지를 간결하게 할 필요도 있고 현재는 발언 시간도 좀 길다”면서 최고위원회 공개발언을 가다듬어 달라고 당부했다고 한다. 첫 최고위원회 회의를 가진 뒤 본인이 생각하는 문제점을 공유하는 차원이었다고 한다. 이날 오후 2시30분부터 시작한 최고위는 30분 만에 끝내기로 사전에 정해져 있었다고 한다. 오후 3시에 이 대표가 박병석 국회의장을 찾아 인사하는 일정이 잡혀있었기 때문이다. 이를 고려한 듯 이 대표는 3분 만에 발언을 마쳤다. 

문제는 다음부터였다. 김 원내대표가 8분, 김종민 최고위원이 6분간 발언하면서다. 원고 없이 즉흥 연설한 김 최고위원이 발언을 마친 뒤 사회를 보던 오영훈 당 대표 비서실장은 “대표께서 오후 2시 57분에 박병석 국회의장을 만나기 위해 이동해야 한다. 발언 시간에 참고해달라”고 공지하기도 했다. ‘발언을 서둘러달라’는 주문이었는데도 회의 끝 무렵 “한 말씀 만…”이라며 추가 발언에 나선 김 원내대표가 “저도 능동감시자가 됐었다”로 시작하는 자가격리 소회를 늘어놓자 이 대표는 슬며시 그를 쳐다봤다. 의사봉을 세 차례 두드리며 산회를 선포한 이 대표는 오후 2시 58분에 황급히 자리를 떴다. 한 참석자는 “중언부언을 꺼리는 이 대표 성향상 첫 최고위 상황에 심기가 불편했을 수 있다”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 현충탑에 참배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양향자, 염태영, 김종민 최고위원, 김태년 원내대표, 노웅래, 신동근 최고위원.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가 지난달 31일 오후 서울 동작구 국립서울현충원을 방문, 현충탑에 참배하고 있다. 앞줄 오른쪽부터 양향자, 염태영, 김종민 최고위원, 김태년 원내대표, 노웅래, 신동근 최고위원. [연합뉴스]

이 대표가 주재하는 회의는 상당한 집중력이 필요하다는 게 경험자들의 중론이다. 전남지사와 국무총리를 역임하던 시절 주제를 벗어난 발언을 하면 “회의와 관련이 없는 얘기”라고 지적하고, 잘못된 표현을 쓴 참석자에겐 “이런 표현이 맞다”고 교정해주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이 대표가 꺼리는 건 핵심을 짚지 못하고 시간만 길어지는 경우다. 이 대표의 한 측근은 “회의시간이 길어지는 것을 좋아하지 않고 간결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 지론”이라며 “그런 성향을 눈치껏 알아야 한다”고 했다.

이를 감지한 최고위원들은 지난 2일 2차 최고위를 마친 뒤 한자리에 모여 향후 발언 시간과 메시지 등을 논의했다고 한다. 한 최고위원이 “당대표와 원내대표 발언보다 길게 하지 말자”고 제안했고 또 다른 최고위원은 “최고위원들 메시지가 겹치면 안 되니 미리 분야를 나누자”라고 말했다고 한다. 최고위원들의 일사불란한 모습에 자리에서 일어나던 이 대표도 “한번 논의해보시라”며 흡족해하는 모습이었다고 한다.

결국 최고위원들은 당대표·원내대표 발언(약 5분)보다 짧은 2~3분 정도로 발언을 마치기로 정했다. 분야도 나눴는데 법제사법위원회 소속인 김종민 최고위원은 검찰 등 사법 부문을, 수원시장인 염태영 최고위원은 지방분권을 맡기로 했다. MBC 기자 출신 중진인 노웅래 최고위원은 미디어 및 외교·안보 부문을, 치과의사 출신 신동근 최고위원은 사회·의료를, 삼성전자 상무 출신 양향자 최고위원은 산업·경제 부문을 담당하기로 했다. 메시지도 회의 전에 사전 조율하기로 약속했다.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박성민 민주당 최고위원. [페이스북 캡처]

또 최고위원 자리도 사안마다 바꾸기로 했다. 중대 사안이 있으면 특정 분야를 맡은 최고위원이 이 대표 왼쪽인 수석최고위원 자리에 앉아 발언하게 하는 것이다. 한 최고위원은 “청년을 대표하는 박성민 최고위원 같은 분들이 좀 더 조명받게 하기 위한 것”이라고 했다.

다른 한 최고위원은 “봉숭아학당처럼 되면 안 된다. 할 말이 있다면 비공개회의에서 하면 될 것”이라며 ‘변화’에 힘을 실었다. 그러나 한 수도권 중진 의원은 “당대표가 유력 대선주자인 상황인데, 이제는 눈치를 더 보게 될 것”이라며 곱지 않은 시선을 드러냈다.

김효성 기자 kim.hyos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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