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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랏빚 400조 늘리는 문 정부, 공기업 빚도 100조 늘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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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1면

정부만이 아니라 공공기관도 빚더미에 올랐다. 39개 주요 공공기관의 올해 부채는 500조원을 넘어설 전망이다. 이런 추세가 계속되면 4년 후 공공기관은 자기자본의 1.7배가 넘는 빚을 지게 된다. 공공기관 자금을 정부의 ‘쌈짓돈’쯤으로 여기는 인식이 바뀌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5년간 공공기관 빚 472조→571조 #정부 정책에 ‘쌈짓돈’처럼 동원 #LH·한전·건보 재무구조 특히 악화 #빚더미 석유공사, 자산재평가까지 #“정부 대신 공기업 빚 늘린 건 분식”

3일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가 출범한 2017년 472조3000억원에서 출발한 39개 주요 공공기관 부채는 올해 521조6000억원으로 올라선다. 현 정부 임기 말인 2022년에는 571조원으로 불어난다. 이전 정부로부터 660조2000억원(2017년)의 빚을 물려받고 1070조원의 빚을 다음 정부에 넘겨주는 문재인 정부가 추가로 공기업 빚만 100조원 가까이 늘리는 셈이다. 한 번 굴러가기 시작한 빚 눈덩이는 멈추기가 어렵다. 기재부는 2024년엔 615조8000억원으로 600조원 선도 허물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39개 주요 공공기관 부채 실적과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39개 주요 공공기관 부채 실적과 전망.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최근 들어 재무 구조 악화가 특히 눈에 띄는 공공기관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한국전력공사, 국민건강보험공단이다. 모두 문재인 정부가 중점 추진하는 사업과 관련 있는 곳이다. 공공임대 확대 등 주거복지 로드맵(LH), 탈원전에 따른 신재생 에너지 투자 확대(한전), ‘문재인 케어’로 대표되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건보공단) 등이다.

LH의 올해 부채 규모는 132조3000억원이다. 현재 추세면 2024년 180조4000억원으로 빚이 늘어난다. 4년 만에 50조원 가까이 불어나는 셈이다. 이 기간 한전 부채도 61조4000억에서 76조9000억원으로 15조5000억원 늘어난다. 올해 건보공단 빚 역시 13조원에서 16조2000억원으로 올라선다. 이 기간 3개 공공기관에서 순수하게 늘어나는 빚만 66조8000억원에 이른다.

이에 따라 부채 비율도 급격히 늘어난다. 올해부터 2024년까지 LH 부채 비율은 246.3%에서 257.1%로, 한전은 117.2%에서 153.9%로, 건보공단은 80.6%에서 116.1%로 악화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공공기관의 사업 영역이 ‘시장 실패’가 있는 곳이 대부분이어서 수익성만으로 판단은 어렵다”면서도 “그러나 최근에는 시장 실패를 우려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서도 대규모로 적자가 나고 있다는 게 문제”라고 지적했다.

정부 정책에 동원되면서 불어난 부채는 쉽게 사라지지도 않는다. 이날 석유공사는 공공기관 경영정보 공개시스템(알리오)에 ‘보유 토지 감정평가 용역’ 공고를 냈다. 석유공사가 울산·거제 등에서 보유한 1022만7249㎡ 규모의 토지 가격을 다시 평가하는 사업이다. 석유공사가 2억원이 넘는 용역비를 내고 감정평가를 하는 것은 고육지책인 측면이 강하다. 토지 가치가 올라가면 재무구조가 일부 나아 보이는 효과가 나기 때문이다. 석유공사는 올해 말이면 누적 적자와 부채로 자본금을 모두 까먹는 자본잠식 상태가 된다. 석유공사의 부채는 지난해 말 기준 18조1000억원으로, 부채 비율은 3415.8%까지 치솟았다.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 부실투자에 무리하게 나선 탓이 컸다.

석유공사와 함께 자원외교에 동원됐던 한국광물공사 상황은 더 나쁘다. 2015년 부채 비율이 7000% 가까이 치솟았고 2016년부터는 자본잠식 상태를 이어가고 있다. 광물공사도 멕시코 볼레오 광산에 매장된 구리, 코발트 등의 자산 가격을 재산정할 계획이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공공기관의 부채도 결국 쌓이면 정부 자금, 세금으로 막아야 하는 돈”이라며 “사실상 정부가 무리한 정책을 추진하며 늘어나게 된 빚을 공공기관 부채로 숨겨놓는 ‘분식회계’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김상봉 교수도 “공공기관 부채는 국가채무 수치에 잡히지 않을 뿐 사실상 정부가 책임져야 하는 빚”이라고 지적했다.

세종=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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