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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S에 ‘틱톡 개평’도 달라했는데···트럼프 한방 먹인 中 어깃장

중앙일보

입력

[AF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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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유명 회사 CEO라고 가정해 보자. 미국 패스트푸드 업체 KFC를 인수하려 한다. KFC 측과 협상이 잘 진척되고 있었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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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미 당국이 문제를 제기했다. KFC 제품에 들어가는 11가지 비밀 향초와 향신료는 인수 대상에 포함할 수 없다는 거다. 향초와 향신료가 국가 주요 기술이라 인수하려면 당국의 허가를 받으라고 했다. KFC의 음식 맛을 좌우하는 향초와 향신료를 인수할 수 없다면 KFC를 살 이유가 없다. KFC를 인수하고 싶으면 당국의 허가를 받으란 뜻인 셈이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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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31일 미 블룸버그통신이 내놓은 비유다. 최근 중국 정부가 내놓은 수출규제 강화안에 대해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강력한 제재로 시작된 미국 주요 기업의 틱톡 인수 움직임에 중국 당국의 수출규제 강화 조치가 어떤 작용을 하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다.

발단은 중국 상무부와 과학기술부가 8월 28일 내놓은 기술 수출 규제 개정안이다. 말 그대로 중국이 가진 기술 중 수출을 규제하는 품목을 정하는 걸 말한다. 이번 개정은 2008년 이후 12년 만의 개정이다. 중국 정부는 총 53개 신기술을 수출 규제 기술로 정했다. 이중 ‘컴퓨터 서비스 산업’ 이 들어가 있다. 가장 중요한 대목은 이거다.

"중국기업이 AI 기술을 수출할 경우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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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당국은 AI 기술에 해당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친절하게 예시를 들었다. ▶음성 합성 ▶인공지능 인터랙티브 인터페이스 ▶음성 평가 ▶지능형 인식 ▶데이터 분석 기술 등이다.

이것만으론 틱톡을 겨냥한 것인지 확실치 않다고? 업계 관계자들 말이 틀릴 수 있지 않냐고?

이를 염려했는지 중국 관영 언론이 친절한 설명을 덧붙여줬다. 신화통신의 논평이다.

"중국 기술 덕분에 국제적으로 성공한 바이트댄스다. 바이트 댄스가 해외 기업에 알고리즘을 제공하는 건 기술 수출의 한 형태다. 그러므로 (틱톡) 매각 협상 중단을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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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상무부의 조치에 포함된 AI 기술이 틱톡과 틱톡의 모회사 바이트 댄스를 겨냥했음을 명백히 밝힌 것이다.

AFP=연합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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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중국 당국의 조치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틱톡 강제 매각 논리에 같은 논리로 대응한 거란 평가가 나온다. 중국 정부 발표가 나오기 2주 전인 지난 8월 14일 트럼프 대통령은 틱톡 강제매각 행정명령을 내렸다. 이 판단의 근거로는 재무부 산하 외국인 투자위원회(CFIUS)가 바이트댄스의 지난 2017년 미국 기업 뮤지컬리 인수는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판단한 것을 들었다.

"너네 자국 기업을 중국이 인수하니까 국가안보 위협이라 그랬지? 우리도 핵심 기술 가진 우리 기업 미국이 사면 국가안보 위협이야."

[FT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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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어보면 이런 거다. 틱톡의 인수협상자가 선정돼도 중국 정부가 오케이 하지 않으면 성립되지 않을 수 있다.

이번 조치는 미국의 경제 공격에 중국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해 대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동안 중국은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원칙으로 미국 기업에 대한 직접 보복을 택하지 않아서다. 대신, 법적 근거와 논리를 들어 틱톡 인수를 막아 트럼프의 애를 태우게 했다.. 중국 베이징 소재 정책 컨설팅 업체 트리비움 차이나의 켄드라 쉐퍼 대표는 블룸버그에 “이번 조치는 미국이 일방적으로 (틱톡 관련) 결정을 내릴 수 없도록 만들었다”고 평가했다.

틱톡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장 9월 15일까지 매각 협상이 끝나지 않으면 틱톡의 미국 내 사용을 전면 금지할 계획이다. 하지만 바이트댄스는 이를 감수할 생각이다. 30일 “ ‘중국 기술 수출입 관리 조례’와 ‘중국 수출 제한 기술 목록’을 엄격하게 준수하겠다”는 성명을 발표했다. 한편으론 “미국 내 사업 중단에 대비한 ‘비상계획’을 세우라”고 내부 지시를 내렸다. 매각 협상 결렬을 예감하는 듯한 태도다.

11월 미 대선까지 버티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AP=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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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룸버그 통신은 “(중국의 수출 관련) 새 규정은 매각 지연을 노리는 것”이라고 본다. 트럼프가 공언한 대로 틱톡이 미국 시장에서 퇴출당하더라도 ‘새 대통령’이 등장하면 문제를 풀 수 있다는 심산이란 거다.

만일 중국과 바이트댄스가 이런 태도라면 트럼프 행정부가 당장 쓸 수 있는 압박 카드는 딱히 없다. 굳이 꼽자면 “애플과 구글 등에 글로벌 시장에서도 틱톡 앱을 삭제하라고 요구하는 것” 정도인데 “이마저도 중국에서도 비즈니스를 하는 이들을 비롯한 미국 기업이 중국 정부를 의식할 수밖에 없다” (뉴욕타임스)는 분석이 나온다.

[사진 셔터스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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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중국 정부의 규제가 아무리 세도 미국 정부나 기업이 이를 의식하지 않고 움직이면 된다. 하지만 틱톡은 MS와 월마트, 오라클 등 미국의 내로라하는 기업뿐 아니라 트럼프까지 군침을 흘릴 만한 기업이 됐다. 중국 정부의 반격에 대한 미국 언론의 지대한 관심은 만만치 않게 성장한 중국 IT 업계의 가치가 세계 시장에서 커졌음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물론 이런 현실 속에서 더욱 중국 옥죄기에 나설 트럼프와 미국 정부다. 그들은 과연 어떤 카드를 내놓을까.

이승호 기자 wonder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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