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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은폐로 아버지 사망" 中정부 고소한 우한 여성의 용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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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태 초기에) 코로나바이러스가 사람에서 사람에게 전염될 수 있다는 사실을 정부가 은폐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정부에 책임을 묻고 (은폐에 대한) 응당한 대가를 치를 것을 요청합니다.”

중국 우한의 여성 자오 레이. 그는 지난 1월 코로나에 감염된 아버지가 사망한 것은 실태를 은폐한 중국 정부 책임이라면서 정부에 공식 사과와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유튜브 캡처]

중국 우한의 여성 자오 레이. 그는 지난 1월 코로나에 감염된 아버지가 사망한 것은 실태를 은폐한 중국 정부 책임이라면서 정부에 공식 사과와 손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유튜브 캡처]

중국 우한에 사는 39세 여성 자오 레이. 지난 1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그의 아버지는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숨을 거뒀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은 코로나 사태를 은폐한 정부의 책임”이라면서 중국 정부의 공식 사과와 손해배상을 요구하며 중국 정부에 소송을 제기했다. 정부가 실태를 숨기면서 시민들에게 코로나바이러스의 위험성을 제대로 알리지 않아 피해를 키웠다는 것이다.

그는외신과의 인터뷰를 통해 고소 사실과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당시의 상황 등을 국제사회에 알렸다.

우한 30대 여성, 외신에 폭로 인터뷰 #정부 고소 사실, 아버지 사망 상황 알려 #"은폐한 정부에 공식 사과와 배상 원해" #공안 찾아와 "고소 취하, 발설하지마" 경고

우한은 전 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진원지로 지목된다. 우한에서 코로나19에 감염돼 숨진 사람은 수천 명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국제사회에선 중국이 코로나 사태 초기의 실태를 숨겨 전 세계적인 피해를 키웠다는 지적이 꾸준히 나왔다.

그런데 이번엔 우한의 코로나 피해자 가족이 소송을 통해 정부에 책임을 묻는다는 점에서 이례적이다. 공안(公安, 경찰)이 언로를 철저히 통제하는 중국의 현실을 감안할 때 큰 용기를 낸 것이다.

중국 우한 여성 자오 레이가 영국 매체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중국 정부를 고소한 후 공안이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와 소송을 취하하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폭로했다. [유튜브 캡처]

중국 우한 여성 자오 레이가 영국 매체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그는 중국 정부를 고소한 후 공안이 자신의 어머니를 찾아와 소송을 취하하고, 공개적으로 이야기하지 말라고 경고했다고 폭로했다. [유튜브 캡처]

1일(현지시간) 영국 스카이 뉴스는 자오 레이와 우한 현지에서 진행한 인터뷰 내용을 보도했다. 매체는 식당과 술집에 사람들이 가득할 정도로 우한의 삶은 다시 이전으로 돌아왔다고 전했다. 하지만 자오 레이를 "코로나 사태를 절대 잊을 수 없고, 다른 사람들이 잊지 못하도록 엄청난 용기를 낸 사람"으로 소개했다.

그는 중국 정부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벌이고 있다고 스카이 뉴스는 전했다. 그는 "정부가 (코로나 사태에 대해) 몇 가지 사실을 은폐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구급차 없어 걸어간 아버지, 병원 대기실서 숨져" 

자오는 코로나바이러스에 감염된 아버지가 돌아가시게 된 상황을 이야기했다. 그의 아버지는 우한에서 코로나가 확산하던 지난 1월 말 감염됐다.

하지만 병원 응급실은 환자들로 가득 찼고 아버지를 옮길 구급차도 오지 못하는 실정이었다. 자오의 가족은 강추위 속에서 9km를 걷기 시작했고, 오토바이를 얻어 타고 병원에 겨우 도착했다. 

자오 레이가 테이블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을 올려 놓은 채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자오 레이가 테이블에 돌아가신 아버지의 사진을 올려 놓은 채 스카이 뉴스와 인터뷰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하지만 자오의 아버지는 응급실 대기실에 앉아 있다가 호흡부전으로 숨을 거뒀다. 자오는 “아버지는 모든 규칙을 잘 지키는 선량하고 정직하며 친절한 사람이었다”고 회상했다. 그러면서 그런 아버지가 갑자기 돌아가신 것에 대해 “마음이 찢어지는 것 같았고, (정부에) 화가 났다”고 했다. 자오 자신도 이후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했다.

자오는 그가 중국 정부를 고소한 후에 벌어진 일들도 폭로했다. 경찰은 그의 어머니를 찾아와 고소를 취하하고 (이런 사실을) 공개적으로 이야기해선 안 된다고 경고했다.

앞서 중국 당국은 우한의 코로나바이러스 상황을 보도한 시민 기자들을 체포해 구금했다. 하지만 자오는 이런 선례에 굴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포기하지 않겠다 … 정의 실현하고 싶어" 

그는 “내가 한 일은 합법이고, 내가 한 말은 사실이다. 나는 거짓말하지 않았다. 나는 소문을 꾸며내지도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오히려 자신의 소송이 조국을 위하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 다음에 재난이 또 닥칠 경우 비극적인 결과를 막기 위해 우리가 무언가를 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줄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은 사람을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최근 우한 시장에 몰린 사람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진원지인 우한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감염자가 나오지 않아 일상 생활을 회복했다. [AFP=연합뉴스]

최근 우한 시장에 몰린 사람들.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 진원지인 우한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감염자가 나오지 않아 일상 생활을 회복했다. [AFP=연합뉴스]

중국 내부 상황을 잘 아는 이들은 법원이 자오의 소송을 기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2015년 시민 권리 보호에 관한 출판물을 인쇄했다는 이유로 중국에 억류됐던 법률가 양잔칭은 스카이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지방법원은 이 소송을 정치적으로 접근할 것이며 법적 절차는 따르지 않은 채 정부의 말을 듣고 기각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중앙 정부에서 우한 지방 정부까지 모두 암묵적 합의를 했다고 생각한다. 코로나 사태를 은폐한 사람들을 공개적으로 처벌하지 않고 그들이 전염병을 은폐했다는 것을 인정하지도 않는다”고 지적했다.

지난 1일 문을 연 우한 고등학교에 모인 학생들. 중국은 각급 학교의 문을 일제히 열어 3억명이 등교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지난 1일 문을 연 우한 고등학교에 모인 학생들. 중국은 각급 학교의 문을 일제히 열어 3억명이 등교했다. [신화통신=연합뉴스]

자오가 중국 정부를 고소했다는 사실이 외신을 통해 알려지자 해외 네티즌들은 그의 용기를 응원하거나 그의 안위를 걱정했다.

하지만 자오는 스카이 뉴스에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아버지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아버지의 죽음을 통해 정의를 실현하고 싶다”고 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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