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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기원 조사" 中 갔던 WHO, 우한 근처에도 안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전세계를 휩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기원을 조사한다며 지난달 중국에 갔던 세계보건기구(WHO) 전문가팀이 정작 코로나19 진원지인 우한은 방문조차 하지 않았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FT "3주 동안 베이징에만 머물다 귀국" #美 "앉아만 있다 와…스모킹건 놓쳤다" #WHO "우한 전문가들과 화상 통화"

중국 후베이성 우한 야시장을 걷는 사람들. WHO는 전세계로 퍼진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위해 지난달 3주간 중국을 방문했으나 정작 진원지인 우한엔 가지 않고 베이징에만 3주간 머물다 돌아왔다고 밝혀졌다. [AFP=연합뉴스]

중국 후베이성 우한 야시장을 걷는 사람들. WHO는 전세계로 퍼진 코로나19 기원 조사를 위해 지난달 3주간 중국을 방문했으나 정작 진원지인 우한엔 가지 않고 베이징에만 3주간 머물다 돌아왔다고 밝혀졌다. [AFP=연합뉴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7일(현지시간) '바이러스 기원 조사에 대한 우려가 고조되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WHO 조사팀이 우한 방문에 실패한 채 조사를 끝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WHO가 파견한 전문가 선발대 2명은 지난달 10일 중국 베이징에 도착해 3주간 머물렀다. WHO는 동물 보건 전문가와 전염병 학자로 구성된 선발대가 중국 질병당국 관계자들을 만나 조사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조사의 초점은 “코로나19가 동물에서 인간으로 어떻게 건너갔는지, 어떤 종이 관여됐는지 확인하는 것”이라고 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은 "코로나바이러스의 기원을 포함해 바이러스에 관한 모든 것을 알면 더 잘 싸울 수 있다"고 조사의 취지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미국 고위 당국자는 FT에 “WHO 조사팀은 3주 동안 베이징에 앉아 우한 근처에도 안 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스모킹 건(smoking gun·사건 등을 해결하는 데 결정적 단서)을 찾을 기회는 이제 없어졌다”고 덧붙였다.  

WHO 측은 FT에 “조사팀은 우한의 바이러스 전문가들과 (화상 통화 등과 같은) 원격으로 대화를 나눴다”고 해명했다. 우한에 가지 않은 사실을 간접적으로 인정한 셈이다. “이번 조사는 본격적인 조사가 아닌 사전 조사 성격”이란 말도 덧붙였다.   

지난 15일 우한의 한 워터파크에서 열린 수상파티에 수천 명이 몰려 즐기고 있다. 우한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일상생활을 회복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AFP=연합뉴스]

지난 15일 우한의 한 워터파크에서 열린 수상파티에 수천 명이 몰려 즐기고 있다. 우한은 지난 5월 중순 이후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아 일상생활을 회복하고 있다고 알려졌다. [AFP=연합뉴스]


FT는 서구 정부들이 지금까지 전 세계에서 80만 명의 목숨을 앗아간 바이러스의 기원을 찾겠다는 중국의 의지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WHO가 우한을 방문하지 않은 이유가 중국의 비협조 때문이었는지 WHO가 원하지 않아서였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전 세계에 퍼져 막대한 피해를 입힌 코로나19가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됐는지에 대한 국제사회의 관심은 높았다.  

미국과 중국은 코로나19 발원지를 놓고 논쟁을 벌여왔다. 미국 정부는 코로나19가 중국에서 발원했는데도 중국 정부가 이를 초기에 은폐해 세계적인 대유행을 불러왔다고 주장해왔다. 바이러스가 중국 우한에 있는 우한바이러스연구소에서 유출됐다는 의혹도 꾸준히 제기했다. 반면 중국은 이를 강하게 부인했다.  

결국 WHO의 130여 개 회원국은 지난 5월 WHO 총회에서 코로나19 기원조사를 요구했다. 이후 WHO가 조사에 나서기로 했지만 국제사회의 압박에 떠밀려 한 ‘늑장 조사’란 비판이 일었다.  

최근 중국 우한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 [AFP=연합뉴스]

최근 중국 우한의 식당에서 식사를 하는 사람들. [AFP=연합뉴스]


하지만 이마저도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지난 7월 “진실을 감추려 할 것”이라고 주장하는 등 신뢰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중국 정부가 WHO 조사팀의 베이징 도착 사실을 언론 보도 등을 통해 알리지 않으면서 이런 불신을 더욱 키웠다.    

호주의 하원의원인 데이브 샤르마는 “국제사회가 코로나 사태에 대한 WHO의 초기 대응의 단호함과 독립성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는 건 당연하다”면서 “(WHO의 이런 행동은) 중국을 불쾌하게 하는 것을 피하고 싶어 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조사팀이 우한을 방문하지 않은 데 대해 “세계 공중 보건을 책임지고 있는 WHO를 불신하게 만드는 또 다른 사건이 될 것”이라면서 “회원국의 정치적 고려를 세계 공중 보건 이익보다 우선시하는 행위로 우리 모두가 그에 대한 엄청난 비용을 부담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한 세계 보건 전문가는 “기원 조사를 위해 우한에도 제한 없이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하지만 그 조사가 순수하게 과학적인 노력이 될 것이라고 기대하는 건 비현실적이다. 중국을 만족시키는 동시에 중립적이고 과학적으로 보이기 위해 WHO는 공중보건 실패보다 바이러스가 동물에 기원을 두고 있다는 데 초점을 맞출 수도 있다”고 말했다.  

WHO 측은 FT에 “조사가 진전되면 우한 방문 조사도 진행할 예정”이라면서 “그 시기는 사전 조사의 결과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조사에서 애초에 우한을 방문할 의도가 있었는지에 관해선 언급을 피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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