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테르테 “마약 밀수업자, 보이는 대로 쏴 죽여라” 명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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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통신=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 AP통신=연합뉴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이 관세청을 향해 마약 밀수업자들을 보이는 대로 사살하라는 명령을 내렸다.

1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두테르테 대통령은 전날 국무회의에서 레이 레오나르도 게레로 관세청장에게 이 같은 내용의 명령을 내렸다고 밝혔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아직도 마약이 세관을 통해 우리나라로 유입되고 있다”며 “나는 게레로 청장에게 말했다. ‘마약이 흘러들어오고 있고, 마약상들을 사살했으면 좋겠다. 당신은 내가 보호해줄 거고 그걸로 감옥에 가게 되진 않을 거다. 마약이 보이면, 쏴서 죽여라(you shoot and kill)’”라고 말했다.

다만 두테르테 대통령은 사법 절차 없는 살해 행위를 허용한 것은 아니라면서도 마약상들에 대한 공개 살해 협박을 이어갔다.

국제 인권 단체 ‘휴먼 라이츠 워치(HRW)’는 두테르테의 공개 명령을 ‘야만’이라고 비판했다. 필 로버트슨 HRW 아시아 지부 부지부장은 유엔 인권위원회가 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전쟁 명목으로 자행되고 있는 살해 행위에 대한 국제 조사에 착수할 것을 촉구했다.

로버트슨 부지부장은 “필리핀에서 학살극이 계속되고 있다. 유럽연합이 이끄는 국제사회는 필리핀에서 벌어지고 있는 재난적 인권 상황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고 필리핀 정부가 주장하는 허위 기록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2017년 8월 필리핀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2017년 8월 필리핀에서 두테르테 대통령의 '마약과의 전쟁'에 반대하는 집회가 열리고 있다. 로이터통신=연합뉴스

인권단체들은 비무장 민간인들이 살해당한 사건 역시 경찰이 총기를 피해자의 손에 쥐어놓는 등 증거를 조작해 정황을 뒤바꿔놓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두테르테 대통령은 집권 직후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하고 마약 범죄에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다. AP통신에 따르면 지금까지 4년 동안 필리핀에서 ‘마약과의 전쟁’으로 사망한 시민 수는 5700명에 달한다.

이병준 기자 lee.byungju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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