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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특별한 남자" 각별했던 트럼프·아베, 이별인사도 제일 먼저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건강 악화를 이유로 중도 사임하는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31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전화로 퇴임 인사를 나눴다. 28일 사임 발표 후 아베 총리가 외국 정상과 한 첫번째 공식 통화다.

사임 앞둔 아베 총리,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다음 총리도 미일 동맹 강화에 힘쓸 것" #3년 반 동안 14번 만난 사이...전화는 37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26일 일본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시의 골프장에서 골프 라운딩을 한 뒤 찍은 기념사진.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아베 일본 총리가 2019년 5월 26일 일본 지바(千葉)현 모바라(茂原)시의 골프장에서 골프 라운딩을 한 뒤 찍은 기념사진. [일본 총리관저 트위터]

NHK 등 일본 언론에 따르면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이날 정례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가 오전 10시쯤부터 약 30분간 트럼프 대통령과 전화 회담을 열었다고 밝혔다.

아베 총리는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에게 지병인 궤양성 대장염의 재발이 확인돼 임기 중에 사임하게 됐다고 설명했고,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섭섭하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베 총리는 또 트럼프 대통령과의 깊은 신뢰를 바탕으로 미·일 관계가 전례 없이 굳건해졌다고 감사의 뜻을 표하며 자신의 뒤를 잇는 새 총리도 미·일 동맹 강화에 힘쓸 것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두 사람은 북한의 일본인 납치 문제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에 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고 스가 장관은 전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아베 신조 일본 총리 연표.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아베 총리와의 통화 후에 트위터에 "방금 내 친구, 일본의 아베 신조 총리와 멋진 대화를 했다"고 회담 사실을 알렸다. 또 "신조는 미국과 관계가 역대 최고였던, 일본 역사상 가장 위대한 총리로 곧 인정받게 될 것"이라며 "특별한 남자(Special man)!"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과 아베 총리는 그동안 서로를 "신조", "도널드" 등의 이름으로 부르며 친밀함을 표해 왔다. 2017년 1월 트럼프 대통령 취임 이후 3년 반 동안 무려 14번의 대면 정상회담을 가졌고, 공식적으로 37번의 전화 협의를 했다.

정상 회담 때마다 미국과 일본의 유명 골프장을 찾아 함께 골프를 즐기기도 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특별 세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6월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특별 세션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딸 이방카를 사이에 두고 서로 손을 잡으며 대화를 나누고 있다. [교도=연합뉴스]

그러나 '아베-트럼프 조합'이 진짜 양국 관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해서는 평가가 엇갈린다.

워싱턴포스트(WP)의 외교안보 전문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이그나티우스는 30일 ‘아베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좋은 동맹이었다’는 제목의 칼럼에서 "아베는 트럼프 대통령의 변칙적 행동을 관리하는 데 있어 세계에서 가장 성공적인 지도자였다"고 평가했다.

일본의 무역흑자와 방위비 분담금 등을 문제 삼으며 장광설을 늘어놓는 트럼프 대통령을 아베 총리가 '아부 작전'으로 잘 구슬려 양국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었다는 것이다.

반면, 일본 전문가인 칼럼니스트 윌리엄 페섹은 같은 신문에 “아베는 신뢰할 수 없는 파트너(트럼프)에게 정치적인 영혼을 팔았다"면서 아베는 트럼프를 극진히 대했지만, 결과적으로 뒤통수를 맞았다고 평가했다. 그는 "아베의 간청에도 트럼프는 TPP(환태평양 경제 동반자 협정) 탈퇴 등으로 아베를 궁지에 몰아넣었다"며 "아베는 아마 후회하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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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영희 기자 misqui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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