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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中. 학교서 냉대받는 자폐아들

중앙일보

입력

"우리 아이도 다른 애들처럼 제대로 교육받게 하고 싶다. " 자폐아를 둔 부모들의 한결같은 바람이다.

그러나 일반학교는 일반학교대로, 특수학교는 특수학교대로 교육환경이 너무 열악하다. 현재로선 자폐아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는 '이름뿐인 교육' 을 실시하기에도 급급한 처지다.

◇ 멀고도 힘든 '통합' 의 길=자폐아와 정상아와의 통합교육은 세계적인 추세지만 국내 교육현장에선 교사나 급우.학부모들의 이해 부족 때문에 자폐아와 부모들의 가슴에 피멍이 드는 경우가 다반사다.

초등학교 2년생인 방인욱(가명)군의 어머니 이모씨는 "아이들이 자폐아인 인욱이더러 '나는 바보다' 라는 말을 수없이 되풀이시키는 것을 보고 많이 울었다" 면서 "그래도 항상 학교측에 죄를 진 심정으로 '제발 초등학교라도 졸업하게 해 달라' 며 통사정한다" 고 털어놓았다.

이같은 주위의 냉대에 통합교육을 중도 포기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4학년까지 일반 학교를 다니던 아들 영민이를 지난해 특수학교로 옮긴 어머니 양모씨는 "급우들이 이유없이 때려대는 바람에 전학을 시키긴 했지만 일반학교에 대한 미련을 떨치긴 힘들다" 고 말했다.

◇ 물리적인 통합만으론 안된다=일반학교의 교사들은 "교육 여건도 마련해주지 않은 채 무조건 통합하고 보자는 식의 현행 교육은 정상아와 자폐아 모두에게 도움이 안된다" 고 주장한다.

현재 통합교육을 실시하는 대부분의 학교에선 특수학급을 별도로 운영하면서 언어.수리 등 주요 과목은 특수학급에서 특수교사가, 기타 과목은 일반학급에서 담임교사가 가르치고 있다. 그러나 하루 수업의 절반을 맡기에도 일반교사의 부담이 크다는 게 중론.

자폐아 한명을 통합교육 중인 서울 S초등학교의 이모 교사는 "자폐아는 1대 1로 붙어앉아 가르치지 않으면 수업에 전혀 집중하지 못하는데 한 반에 40명이 넘는 아이들을 돌보면서 일일이 신경쓰기는 힘들다" 고 토로했다.

◇ 특수학교도 전문교육은 역부족=특수학교의 학부모들은 통합교육을 포기하는 대신 일반학교에 비해 전문적인 교육은 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특수학교의 교육환경 역시 일반 학교만큼이나 열악하다.

현행 특수교육진흥법상 특수학교의 학급당 정원은 초.중학교 12명, 고교는 15명으로 규정돼 제대로 된 수업을 하기가 힘든 형편이다.

그나마 특수학교엔 담임교사 외에 별도의 치료교사들이 배치돼 언어.작업치료 등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일반학교에 비해 장점이다. 그러나 치료교사 숫자 역시 현행법상 6개 학급에 한사람, 18학급이면 두사람 식으로 한정해 놓아 아이들 숫자에 비해 턱없이 부족한 상태다.

◇ 중.고교 교육은 갈수록 더 '좁은 문' =아이들이 커갈수록 교육의 기회를 잡기가 더 힘들어지는 점도 자폐아 부모들을 안타깝게 한다.

초등학교에 비해 중.고등학교는 특수학급 숫자가 각기 4분의 1, 2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데다 입시.취업 위주의 교육방식 때문에 자폐아들이 통합교육을 받기가 어려워진다.

H공고의 특수학급 교사 이모씨는 "많은 자폐증 학생들은 일반학급에 가면 잠을 자며 시간을 보낸다" 며 "그런데 간혹 일으키는 문제행동에 대해서도 다른 학생들이 예민하게 불만을 표시하며 괴롭히기 일쑤" 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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