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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2인1실인데 "2m 거리둬라"…확진자가 말한 격리생활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인 1실…방안서 마스크 쓰고 2m 떨어져야 

“2명이 함께 생활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2m 이상 거리를 둬야 합니다. ‘코로나 감옥생활’이란 말이 실감이 납니다.”

대전지역 인터넷 매체 기자 허모씨 #25일 확진, 천안생활치료센터 격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충남 천안시 동남구 중부권생활치료센터인 우정공무원연수원에 입소한 대전지역 인터넷 매체 기자인 허모(48)씨는 입소 생활을 이렇게 전했다.

 허씨는 지난 25일 오전 확진 판정을 받은 뒤 119구급차를 타고 오후 3시쯤 이곳에 도착했다. 그는 대전 216번 확진자(60대 여성)인 모 인터넷 언론사 기자와 접촉자로 분류돼 지난 24일 오후 대전 중구 보건소에서 검사를 받았다.

코로나19 확진자인 허모씨가 격리 생활하고 있는 중부권생활치료센터에서 지급된 개인 물품. [사진 허모씨]

코로나19 확진자인 허모씨가 격리 생활하고 있는 중부권생활치료센터에서 지급된 개인 물품. [사진 허모씨]

무증상 상태로 천안생활치료센터에 격리 

 앞서 대전 216번 확진자는 지난 18일 대전시청에서 열린 보건복지국장 주관 언론 브리핑에 참석한 사실이 알려졌다. 이 바람에 대전시청 기자실이 폐쇄됐으며, 대전시 기자와 공무원 등 352명이 검진을 받았다. 허씨는 이날 브리핑에는 참석하지 않았지만 216번 확진자와 같은 방에 머물렀다고 한다.

 그는 “216번 확진자와 대화를 나누거나 식사를 한 적은 없다"며 "근무도중 화장실을 가기 위해 그가 앉아있는 곳을 지나간 정도의 접촉만 있었는데 확진됐다는 게 이상하다”고 말했다.

 27일 입소 3일 차를 맞은 허씨에게 전화를 걸어 센터 생활이 어떤지 들어봤다. 그는 검사를 받을 당시부터 지금까지 무증상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고 전했다. 체온도 정상이고 기침이나 인후통 등 코로나19 관련 증세가 없다고 했다. 이 때문에 무증상 확진자를 격리 치료하는 중부권생활치료센터로 왔다.

코로나19 확진자인 허모씨가 격리 생활을 하고 있는 중부권생활치료센터 방 내부. 침대 2개가 보인다. [사진 허모씨]

코로나19 확진자인 허모씨가 격리 생활을 하고 있는 중부권생활치료센터 방 내부. 침대 2개가 보인다. [사진 허모씨]

화장실과 샤워 공간은 공용, 침대도 가까워 

 이 센터에는 240개의 방이 있으며, 확진자는 2인 1실 생활을 하고 있다. 확진자가 늘면서 현재 센터 공간도 30% 정도 남았다고 한다. 이곳에는 주로 충청권 확진자가 머물고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수도권 확진자 수가 크게 늘다 보니 무증상 확진자는 2인 1실 형태로 배정하고 있다”며 “무증상 환자는 이런 방식으로 생활해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라고 말했다.

 허씨도 입소하면서 다른 확진자와 함께 생활했다. 그는 “16.5㎡(약 5평) 정도의 공간에서 2명이 생활하는데 마스크를 착용하고 대화도 하지 말라는 게 이해되지 않는다”며 “어차피 같은 공간에 24시간 머물게 되면 두 사람이 어떤 식으로든 바이러스를 공유하게 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했다.

 입소자 안내문에는 ▶외출과 보호자 등의 방문·면회 금지 ▶다른 입소자와 대화 등 접촉 금지▶불가피한 경우 얼굴을 맞대지 않고 서로 보건용 마스크 착용한 다음 2m 이상 거리 두기 등을 지키도록 하고 있다. 이 때문에 허씨는 “거리두기 차원에서 잠잘 때도 마스크를 끼고 자야 한다"라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인 허모씨가 격리 생활하고 있는 중부권생활치료센터 방 내부. [사진 허모씨]

코로나19 확진자인 허모씨가 격리 생활하고 있는 중부권생활치료센터 방 내부. [사진 허모씨]

방안에서 앉았다 일어섰다 무한 반복  

 이곳에서 제공하는 물품은 샴푸·린스·핸드크림·비누·물티슈·슬리퍼·칫솔·치약·수건(4장)·커피·녹차·컵라면·메모지 등이다. 커피포트도 개별 지급할 정도로 모든 물품이 개별 제공됐다. 하지만 화장실은 공용인 데다 화장실 안 샤워 부스도 2명이 함께 사용한다. 침대 간 거리도 2m 남짓이다. 허씨는 “침대에 누워 반대 방향으로 최대한 떨어져 있어야 2m가 조금 넘는다”며 “항상 거리두기를 유지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했다.

 센터에서는 오전 9시, 낮 12시, 오후 6시 등 하루 세 차례 음식이 제공된다. 식사는 시중에서 주문해온 도시락이다. 허씨는 “도시락에 든 음식량이 많은 것은 아니지만 온종일 움직임이 적어 배고픔을 느끼지는 않는다”고 했다.

코로나19 확진자인 허모씨가 격리 생활하고 있는 중부권생활치료센터의 입소자 안내문. [사진 허모씨]

코로나19 확진자인 허모씨가 격리 생활하고 있는 중부권생활치료센터의 입소자 안내문. [사진 허모씨]

허씨 "운동시켜주는 교도소만 못해"  

 그는 무증상 확진자이다 보니 특별히 치료를 받는 것도 없다고 한다. 확진자가 직접 오전 9시와 오후 5시 등 두 차례 체온을 측정해 카카오톡이나 전화로 센터 측에 알려주는 정도다.

 허씨를 포함해 이곳에서 생활하는 확진자들은 하루 24시간 방안에만 머물고 있다. 허씨는 TV를 보던가 스마트폰을 검색하면서 시간을 보낸다. 인터넷망은 있지만, 속도가 너무 느려 사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밖에 나갈 수 없는 허씨는 운동 삼아 앉았다 일어났다 하는 동작을 수없이 반복하거나, 현관에서 맞은편 방 끝까지 5m 정도 되는 거리를 걷는다고 전했다. 그는 “방안 걷기도 2명이 동시에 할 수 없어 교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교도소도 그래도 운동이라도 시켜준다는데 여기는 그것도 어렵다"며 "'코로나 감옥생활'이란 말이 실감 난다"고 전했다.

 허씨는 이곳에서 2주간 의무 격리 생활을 한다. 입소 11일차에 코로나19 검사를 해서 음성 판정이 나오면 얼마 뒤 퇴소할 수 있다. 퇴원할 때는 이곳에서 입었던 옷은 모두 소각하고 새로운 옷을 입고 나와야 한다. 이곳에서 사용한 다른 물품도 모두 소각된다. 허씨는 또다시 양성 판정이 나오면 격리 생활을 지속해야 한다. 격리 기간에 증상이 나타나거나 악화하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게 된다.

대전=김방현 기자 kim.b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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