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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희대의 공수표…백신 준다는 약속 35억명, 생산능력은 4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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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마스크 외교’에 이어 ‘백신 외교’에서도 구설수에 오르고 있다. 중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가 세계적으로 확산 추세를 보이던 지난 2월 이후 세계 각국에 마스크와 방호복 등 의료 물자를 보내는 ‘마스크 외교’를 적극적으로 펼쳤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17일 ‘중국-아프리카 단결방역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해 ‘단결방역 위기극복’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6월 17일 ‘중국-아프리카 단결방역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해 ‘단결방역 위기극복’을 주제로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중국 신화망 캡처]

그러나 중국의 ‘선의(善意)’에도 불구하고 이 ‘마스크 외교’는 중국 의료 제품의 품질 문제와 수혜국이 중국에 감사를 표시해야 하는 부담감 등이 지적되면서 오히려 중국에 대한 반감을 키우는 역효과를 낳았다.

시진핑 주석은 아프리카 국가에 백신 솔선 혜택 약속 #리커창 총리는 메콩강 5개 국가에 우선 공급 선포 #중국이 ‘우선 제공’ 운운한 각국 인구 수 약 35억 명 #그러나 내년까지 백신 생산 능력은 4억 개 정도 #공수표 날리며 생색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 나와

최근엔 중국이 지도자 중심으로 세계 각국에 우선적으로 코로나 백신을 제공하겠다는 ‘백신 외교’를 활발하게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이게 과연 중국의 의도대로 될 수 있느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24일 열린 ‘란창강-메콩강 협력’ 제3차 정상 화상회의에서 ’중국이 코로나 백신 개발을 완성해 사용하게 되면 메콩강 국가들에 우선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리커창 중국 총리는 지난 24일 열린 ‘란창강-메콩강 협력’ 제3차 정상 화상회의에서 ’중국이 코로나 백신 개발을 완성해 사용하게 되면 메콩강 국가들에 우선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EPA=연합뉴스]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는 지난 24일 열린 ‘란창(瀾滄)강-메콩강 협력’ 제3차 정상 화상회의에서 “중국이 코로나 백신 개발을 완성해 사용하게 되면 메콩강 지역 국가들에 우선적으로 제공할 것”이라고 선포했다.

리 총리는 또 중국 주도로 공중보건 전문기금을 설립해 메콩강 지역 국가들에 방역 물자와 기술 지원을 할 것이라고도 약속했다. 이에 따르면 앞으로 중국이 약속을 지킬 경우 혜택을 받게 될 나라는 캄보디아, 태국, 미얀마, 라오스, 베트남 등 5개 국가에 달한다.

지난 6월 17일 열린 ‘중국-아프리카 단결방역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중국의 코로나 백신이 개발돼 사용에 들어가면 아프리카 국가들에 솔선해서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지난 6월 17일 열린 ‘중국-아프리카 단결방역 특별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중국의 코로나 백신이 개발돼 사용에 들어가면 아프리카 국가들에 솔선해서 그 혜택이 돌아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 신화망 캡처]

홍콩 명보(明報)는 26일 중국 지도자의 백신 제공 약속은 리 총리가 처음이 아니라고 보도했다. 지난 6월엔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이 중국-아프리카 방역단결 화상회의에서 “중국이 백신을 개발하면 아프리카 국가들에 솔선해서 혜택이 가게 하겠다”고 말했다.

중국의 백신 제공 약속은 이뿐이 아니다. 중국의 맹방인 파키스탄에는 일찌감치 4000만 개의 백신을 공급하겠다고 확약했다. 또 아프가니스탄주재 중국 대사 왕위(王愚)는 이달 중순 아프간 매체에 중국의 백신이 개발되면 아프간에 우선 제공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5일 이탈리아를 방문해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왕이는 지난 7월 중국, 아프간, 네팔, 파키스탄 4개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참가국에 대한 코로나 백신 우선 제공의 뜻을 밝혔다. [EPA=연합뉴스]

왕이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25일 이탈리아를 방문해 루이지 디 마이오 이탈리아 외무장관과 회담하고 있다. 왕이는 지난 7월 중국, 아프간, 네팔, 파키스탄 4개국 외무장관 회담에서 참가국에 대한 코로나 백신 우선 제공의 뜻을 밝혔다. [EPA=연합뉴스]

그런가 하면 왕이(王毅)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은 지난 7월 개최된 중국, 아프가니스탄, 네팔, 파키스탄 4개국 외무장관 화상회의에서 회의 참가국에 대해선 중국의 백신이 손쉽게 제공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미·중 갈등 상황에서 미국에 군사기지를 제공하지 않겠다는 발표를 한 이후 중국의 백신이 필리핀에 공급되기를 바란다는 뜻을 밝혔고 이는 중국의 긍정적인 반응을 얻기도 했다.

전자 현미경에 잡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모습. 세계 각국은 현재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백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전자 현미경에 잡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모습. 세계 각국은 현재 코로나 위기 극복을 위해 백신 개발에 열중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은 이외에도 중국 백신개발업체가 제3기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는 국가들에 대해서도 백신을 우선 제공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다. 현재 중국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18세 이상 5000여 명의 건강한 지원자를 상대로 임상 시험을 진행하고 있다.

브라질에서도 9000명을 대상으로 3기 임상 시험을 벌이고 있고 그 외 멕시코와 아르헨티나, 페루 등 남미 국가는 물론 중동의 아랍에미리트공화국과 아프리카의 모로코에서도 3기 임상 시험을 진행 중이다.

중국의 코로나 백신 개발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최고 전염병 학자이자 바이러스 학자인 천웨이 소장이 이끌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중국의 코로나 백신 개발은 중국 인민해방군의 최고 전염병 학자이자 바이러스 학자인 천웨이 소장이 이끌고 있다. [중국 바이두 캡처]

명보는 이처럼 중국이 백신 우선 제공을 약속한 국가의 인구를 대략 따져보면 아프리카 12억 명, 메콩강 지역 5개국 2억 6000만 명, 브라질과 파키스탄의 2억 명, 여기에 멕시코와 필리핀 등 국가의 인구를 더하면 대략 20억 명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그리고 중국 인구 14억 명을 보태면 중국의 백신이 우선적으로 제공돼야 할 인구는 무려 35억 명으로 지구촌 75억 인구의 거의 절반을 차지한다. 그러나 중국의 백신 생산 능력은 잘해야 내년까지 4억 개 정도로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 될 것이라는 이야기다.

결국 중국이 백신 자체 개발이 어려운 나라에 ‘백신 우선 제공’이라는 공수표를 날리고 있는 게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것이다. 명보는 이런 이유로 중국이 글로벌 협력을 통한 백신 개발 프로그램인 코백스(COVAX)에 선뜻 가입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베이징=유상철 특파원 you.sangchu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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