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이해찬 인권교육 받아라"…임기 3일 남기고 난감한與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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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인권위원회가 퇴임을 앞둔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 “장애인 인권교육을 수강하라”고 권고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민주당은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월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에 출연해 이야기를 하고 있다. [유튜브 캡처]

앞서 이 대표는 지난 1월 15일 민주당 유튜브 채널 ‘씀’이 공개한 ‘2020 신년기획 청년과의 대화’에 출연해 당이 영입한 척수장애인 최혜영 민주당 의원(당시 강동대 교수)을 언급하며 “선천적인 장애인은 의지가 좀 약하다”고 말했다. 이에 장애인 비하 논란이 일자 이 대표는 “많은 장애인분들께 상처가 될 수 있는 부적절한 말이었다”고 사과했지만,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사회 지도층으로서의 자질이 의심된다”며 인권위 조사를 요구하는 진정서를 냈다. 이후 인권위는 지난 24일 전원위원회에서 이 대표와 민주당에 “차별행위를 중단하고, 재발방지대책 마련과 장애인 인권교육을 수강하라”는 취지의 권고 결정을 내렸다. 다만 구체적인 권고의 내용과 그 수위에 대해선 공개하지 않았다. 인권위 관계자는 “결정문이 아직 완성되지 않아 자세한 건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관련 소식을 접한 민주당 핵심 당직자는 26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임기가 3일밖에 남지 않았는데…”라고 말끝을 흐렸다. 다만 그는 “이 대표가 당시에 어떤 의도를 갖고 그런 발언을 한 건 아니니 퇴임 이후라도 인권위의 권고를 성실히 이행하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김성환 당 대표 비서실장은 이날 통화에서 “아직 인권위의 권고안이 도착하지 않아 권고 내용을 정확히 모르지만, 향후 권고 취지에 맞게 당이나 당 대표가 취해야 할 도리를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당 차원의 조처에 대해선 송갑석 대변인이 “당에서 기존 성인지 교육이나 장애인 관련 교육을 해오고 있기 때문에 그런 교육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생각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용산역에서 귀성인사에 나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장애인 차별 발언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관계자들이 지난 1월 23일 오전 서울 용산구 한강대로 용산역에서 귀성인사에 나선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장애인 차별 발언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은 매년 소속 당직자를 대상으로 온라인 강의 수강 방식의 인권교육을 시행하고 있다. 다만, ‘성평등’처럼 ‘장애인 인식 개선’이 구체적인 교육 목적으로 명시돼 있진 않다. 장애인고용법에 따르면 사업주와 근로자는 직장 내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연 1회 1시간 이상 받아야 한다(제5조의2). 당 윤리규범에는 ‘당원은 여성·노인·장애인 등 사회적 약자를 비하하거나 지역·세대 등 국민통합을 저해하는 언행을 하여서는 안 된다’(5조) ‘민주당 소속 공직자·당직자는 당에서 실시하는 성평등교육, 인권교육, 윤리교육, 직무의 전문성 및 역량 강화 교육 등을 연 1회 이상 받아야 한다’(15조) 등의 내용이 담겨 있다. 민주당 당헌 6조 2항에는 당원의 의무 중 하나로 ‘당이 실시하는 교육·훈련을 받을 의무’가 적시돼 있다.

박경석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공동대표는 이날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이해찬 대표가 퇴임하더라도 그 역시 당원이니, 탈당하지 않는 한 민주당에서 책임지고 교육을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 자체도 실효성 확보를 위해 단순 온라인 강의나 강의자료 배부 등으로 대체하지 못 하게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실제 김예지 미래통합당 의원은 지난 12일 교육 방식과 관련, 법률에 ‘체험교육 등’을 명시토록 한 장애인고용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주당은 지난 1월 이 대표의 장애인 비하 발언 논란 뒤 21대 총선 입후보자 워크숍에서 최혜영 의원을 강연자로 한 장애인 인식 개선 교육을 정규 프로그램이 아닌 특강 형식으로 진행한 적이 있다.

하준호 기자 ha.junho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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