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광복절 집회 참석자도 코로나 확진 나왔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0면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8·15 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광복절인 지난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보신각 앞에서 열린 ‘민주노총 8·15 노동자대회’에서 참석자들이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노총 금속노조 기아자동차 화성지회 소속인 A씨(49)가 지난 22일 경기도 평택시에서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은 사실이 24일 알려졌다. A씨는 광복절인 15일 서울 종로 보신각 일대에서 열린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집회에 참여한 1000여 명 중 한 명이다. 민주노총은 “8·15 대회(집회) 참가자 전원에게 검진을 받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가격리를 유지하라는 지침을 내렸다”고 했다.

‘기자회견’ 형식으로 1000명 모여 #정은경 “위험성 확인되면 전수 검사” #정세균 “민주노총선 확진자 안 나와” #논란 일자 뒤늦게 1명 감염 인정

광복절 서울 시내에선 보수 성향 2만여 명이 참여한 광화문 집회와, ‘기자회견’을 자처한 민주노총 보신각 집회가 열렸다. 정부·여당은 광화문 집회를 코로나19 재확산의 원인으로 지목하곤, 집회 참가자들에게 검사를 종용했다. 이동통신사로부터 휴대전화 위치정보를 받아 당시 일대에 있던 5만여 명에게 연락하기도 했다. “보신각 집회와 광화문 집회의 감염 위험도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다”(김강립 보건복지부 차관)고 주장하면서다.

실제 A씨가 확진된 과정도 “광화문에 있었던 사람은 검사 받으라”는 도 차원의 권고 때문이었다. 확진 이후엔 추정 감염 경로가 ‘광화문 집회 관련’으로 분류됐다. 민주노총 관련성은 드러나지 않은 셈이다.

이 때문인지 24일 오후 국회 예산결산특위에선 이런 문답이 오갔다.

▶배준영 미래통합당 의원=“확진자가 나온 민주노총도 조사할 거냐.”

▶정세균 국무총리=“내가 알기론 민주노총 집회에선 확진자가 나오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 8·15 (보수) 집회에서 나온 걸로 안다.”

논란이 일자 결국 정 총리는 이날 밤 늦게야 1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을 인정하면서도 “그 확진자가 포함된 단위노조(의 나머지) 65명은 음성이었다”고 했다.

서울시에선 ‘사전 안전’ 차원에서 민주노총 집회에 참석자에 대한 검사를 권고하기 시작했다. 정은경 중앙방역대책본부 본부장도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민주노총 관련해서도 확진자로 인한 (집회에서의) 추가적인 노출 가능성, 위험도가 높아진다고 하면 (광화문 집회 참가자와) 유사한 조치를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간 “민주노총 집회에 대해선 왜 이야기하지 않느냐”란 문제 제기를 해왔던 통합당은 목소리를 키웠다.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은 기자들에게 “광복절 집회로 코로나바이러스가 갑작스럽게 번창했다는 논리를 전개하면서 통합당을 연관시키려고 정부와 여당이 노력했다. 그렇기 때문에 (여권이) 광복절 다른 집회에서 발생한 확진자 이야기는 안 하는 것 아닌가”라며 “비상식적이며 유치한 사고”라고 했다.

이날도 민주당은 광화문 집회 참석자들에게 “검사 불응 시 전원고발과 구상권 행사도 불사하겠다”(이해찬 대표), “통합당이 집회 참가자들에게 검사를 강력히 권고해야 한다”(김태년 원내대표)고 했다.

최모란·한영익·정진호 기자 mora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