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두기 2단계 시행 일주일 됐는데 환자 계속 증가 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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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된 23일 오후 대전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 조치가 전국으로 확대된 23일 오후 대전의 한 거리에서 시민들이 마스크를 착용하고 이동하고 있다. 프리랜서 김성태

정부가 수도권 지역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2단계를 시행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최근 사흘 연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신규 환자가 300명 이상씩 쏟아졌다. 여전히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전문가들은 2단계 거리두기 강화 조치의 효과가 나려면 최소한 1주일 더 지나야 한다고 보고 있어 당분간 환자 증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감염재상산지수도 높았던 수도권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16일 0시부터 서울·경기·인천 수도권 지역에 한해 거리두기를 2단계로 격상했다. 최근 일주일간의 일평균 확진자(40명), 감염재상산지수(1.3)라는 기준치를 초과해서다. 재생산지수는 1명 환자가 1.3명을 감염시킨다는 의미다. 2단계 격상 직전 수도권 상황은 심각했다. 일평균 환자는 47.8명, 재상산지수는 1.5였다.

2단계로 격상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거리두기를 어느 정도 지켰는지 보려면 수도권 주민의 이동량을 봐야 하는데, 아직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 그간 코로나19 신규 환자는 줄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격상 하루 뒤인 17일 0시 기준 (197명·이하 시간 동일)에서 18일(246명)으로 늘더니 19일(297명)→20일(288명)→21일(324명)→22일(332명)→23일(397명)으로 집계됐다. 상당수가 수도권 환자다.

정은경, “아직 유행 엄중한 상황”

정은경 방대본 본부장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아직 유행이 엄중한 상황”이라며 “확진자 규모도 당분간 상당수 발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보건 당국은 거리두기 2단계 효과가 나타나는 데까지 물리적 시간이 필요하다. 정부는 23일 0시부터 수도권 외 지역까지 2단계로 격상했다. 정 본부장은 “사회적 거리두기의 수칙이 제대로 지켜지고 작동이 되더라도 2단계의 영향이 나타나려면 적어도 1주 이상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판단한다”고 말했다.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누적 확진자. 그래픽=김영희 02@joongang.co.kr

아직 진단검사 中 4만7564건 

문제는 앞으로도 환자가 더욱 늘어날 것으로 점쳐진다는 점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에 노출된 것으로 추정되지만, 아직 진단검사를 받지 않은 사람이 여전히 많기 때문이다. 더욱이 확진자로 인한 ‘n차 전파'가 곳곳에서 끊이지 않고 있다는 점 역시 위험요인으로 꼽힌다.

23일 0시 기준 진단검사 중인 건수는 4만7564건에 달한다. 검사결과에 따라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질 수 있다. 최근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관련 피검사자의 양성률은 20% 수준으로 상당히 높다. 또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현재까지 역학조사에서 파악한 사랑제일교회 관련 n차 전파 장소는 21곳, 확진자는 112명이다. 당국은 n차 감염 확산을 막으려 168곳을 역학조사하고 있다.

선별진료소 모습. 연합뉴스

선별진료소 모습. 연합뉴스

5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5월 이후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거리두기 이제 제대로 시작" 

엄중식 가천대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수도권 외 다른 지역까지 2단계 거리두기를 한 게 아직 얼마 안 되지 않으냐”며 “(2단계를) 2주 정도는 유지해야 한다. 이제 제대로 시작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엄 교수는 “인제야 (시민들이) 모임을 취소하는 것으로 보인다”며“아직 효과를 기대할 정도의 거리두기가 된 상황이 아니다”고 설명했다.

김우주, "경각심 낮아져 집단감염" 

수도권 지역에 바이러스가 언제 퍼졌는지 아직 정확하지 않다. 다만 전문가들은 ‘7월 말~8월 초’ 휴가 기간을 앞두고 경각심이 낮아진 것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김우주 고대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정부가) 7월 말에 교회 소모임 집합금지를 풀어줬다”며 “코로나19 잠복기를 통상 5~6일 정도로 보면, (교회 발 감염의 경우) 그때 이미 씨앗이 뿌려진 것 같다”고 말했다.

또 김 교수는 “정부도 소비 활성화를 위해 (숙박·관광·외식 등에서 쓸 수 있는) 소비쿠폰을 발행했다”며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니까 국민의 경각심이 낮아졌다. 그러니까 커피숍에서 마스크 안 썼다가 집단 감염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김민욱 기자, 이태윤 기자 kim.min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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