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조기 방한' 경계하는 日…"문 정권, 중국에 말려들지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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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양국이 22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조기 방한에 합의한 것과 관련해 일본이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中 외교적 배려 뒤엔 "한·미 분열" 의도 #"문 정권, 남북관계 위해 '시 방한' 기대" #"中이 다루기 쉬운 상대라 봐도 안 이상해"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은 "일본 정부는 중국이 한국에 추파를 던지는 것을 경계한다"면서 "미·중이 첨예하게 대립하는 가운데 이번 중국의 움직임에는 한·미·일의 틈을 벌려 분열시키려는 의도가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고 23일 전했다.

전날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양제츠(楊潔篪)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은 부산에서 만나 4시간 동안 회담했다. 양측은 시 주석 방한을 비롯해 올해 한국이 의장국인 한·중·일 정상회의 개최 문제, 양국 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협력 방안, 한반도 정세 등을 놓고 의견을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22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회담을 마친 후 해운대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왼쪽)이 22일 부산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원과 회담을 마친 후 해운대 해수욕장을 배경으로 기념 촬영하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이와 관련, 닛케이는 "코로나19 유행 이후 중국 고위 관계자가 한국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라면서 "시 주석 방한이 실현된다면 코로나19 확대 이후 첫 외유가 된다"고 그 의미를 전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이처럼 한국을 외교적으로 배려하는 모양새가 "한·미 간 분열을 노린 것"이라고 짚었다. 또 닛케이는 "한국이 중국에 말려들지도 모르겠다"는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의 발언도 전했다.

이날 산케이신문은 '문 정권의 중국 경사(傾斜) 선명'이란 제목의 기사에서 "문재인 정권은 북한과의 관계 악화 등으로 외교가 진전되지 않는 가운데 시 주석 방한 실현에 기대를 걸어왔다"며 "남북관계 타개를 위한 지원을 시 정권으로부터 얻어내고 싶다는 (문 정권의) 초조함이 묻어난다"고 보도했다.

그러면서 "문 정권은 남북협력에 대한 대응,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 요구 등으로 미국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고, 중국을 견제하는 인도·태평양전략에도 적극적으로 참가 의사를 나타내고 있지 않다"며 "중국이 다루기 쉬운 상대라고 봐도 이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산케이는 또 "문 정권은 (지지율 하락 국면에서) 방역 대책 말곤 별다른 자랑거리가 없다는 점에서 시진핑 방한에 (기대감이 높다)"고도 했다.

지난해 1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지난해 12월 23일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정상회담에 앞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뉴스1]

당초 일본도 시 주석의 연내 국빈 방일을 추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 사태와 홍콩국가안전유지법(홍콩 보안법) 시행 문제 등으로 반대 여론이 높아지면서 보류했다.

이와 관련, 일본 정부를 대변하는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그동안 기자회견 등에서 "(보안법 반대 등 중국에) 주장해야만 하는 점은 주장하겠다"는 입장을 강조해왔다.

한편 도쿄신문은 "양 정치국원이 수도 서울이 아닌 부산을 방문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수도권에서 코로나19가 재확산한 것 이외에, 양 정치국원이 서울에서 문 대통령과 만나 미국을 자극하는 것을 피했다는 견해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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