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미 돌파구 찾는 中···양제츠 방한 보따리 '선물' 심상찮다

중앙일보

입력 2020.08.21 19:54

업데이트 2020.08.21 21:03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21일 부산 김해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한에서 양 정치국원은 서 실장과 내일 오전 회담과 오찬 협의를 연달아 갖는다. 양측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문제와 한중 코로나19 협력, 고위급 교류 등 양자 관계, 한반도 및 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뉴스1]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21일 부산 김해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서훈 국가안보실장의 초청으로 이뤄진 이번 방한에서 양 정치국원은 서 실장과 내일 오전 회담과 오찬 협의를 연달아 갖는다. 양측은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방한 문제와 한중 코로나19 협력, 고위급 교류 등 양자 관계, 한반도 및 국제정세 등 상호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할 예정이다. [뉴스1]

중국 외교정책을 총괄하는 양제츠(杨洁篪) 중앙정치국 외교담당 정치국 위원이 21일 부산에 도착해 1박 2일간의 방한 일정을 시작했다. 양 위원의 한국 방문은 지난 2018년 이후 2년 만이다.

양 위원은 이날 오후 김해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의 초청으로 방한한 양 위원은 22일 서 실장을 만나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대응, 고위급 교류, 한반도 정세 등을 논의할 예정이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시기와 일정 조율도 주요 의제다.

정부는 양 위원의 방한이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 이후 냉각됐던 양국 관계의 완전한 해빙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한령(限韓令) 해제. 경제 협력 강화와 함께 교착상태의 남북 관계에 돌파구를 열 중국의 역할에 대한 기대감도 흘러나온다.

서 실장과 양위원은 22일 오전 회담에 이어 오찬 협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 서 실장은 남북관계와 관련해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요청할 가능성이 높다. 앞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은 싱하이밍(邢海明) 중국 대사와 만나 남북관계에서 중국의 '건설적 협력'을 요청했고, 이에 중국측은 "옆에서 밀고 끌며 돕겠다"고 화답했다.

하지만 한편에선 양 위원이 '선물'과 함께 들고 올 '청구서'가 만만치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번 회담에서 한국이 대북관계의 돌파구를 찾는다면, 중국은 미국의 '반중(反中)전선' 을 돌파할 동력을 늘리는데 초점을 맞출 것이란 전망에서다.

미국이 한국에 G7(주요 7개국) 회의 초청 의사를 보내고, 경제협력네트워크(EPN) 등 '반중 블록' 참여를 압박하는 상황에서, 이에 응하지 말라는 중국의 강력한 메시지를 양 위원이 전달해 올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신화망 캡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중국 신화망 캡처]

실제로 양 위원은 한국 방문에 앞서 지난 20일 리셴룽(李顯龍) 싱가포르 총리와 회담 갖는 등 적극적으로 '우군' 확보에 나선 상태다.

21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에 따르면 양 정치국원은 리 총리를 만나 “현재 국제 정세에는 불안정하고, 불확실한 요소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며 “중국은 싱가포르와 아세안(ASEAN·동남아시아국가연합) 각국과 손잡고 불안정한 국제 정세를 잠재우고 국제사회 정의와 평화를 수호하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최근 남중국해 문제로 관계가 소원해진 아세안에 우호적인 제스처를 취하면서, 동시에 '국제사회 정의'를 내세워 미국 견제에 나선 것이다.

11월 대선을 앞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최근 화웨이, 남중국해, 홍콩 문제 등에서 중국을 향한 전방위적 압박에 나선 상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은 한국 정부에 최소한 중립을 지키거나 중국을 지지해달라는 요구를 할 것으로 보인다.

21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도 양 위원의 한국 방문이 중국의 '내 편 만들기' 의도가 짙다고 분석했다. 인민대 국제관계학 청샤오허 교수는 SCMP에 “시 주석의 방한이 유력한 이유 중 하나는 문 대통령이 코로나19 중국 책임론, 홍콩 보안법 등 중국 정부가 민감하게 여기는 문제들에 대해 침묵을 지켰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일단 서 실장과의 회담에선 한국에 공개적인 입장을 요구하기보다는 시 주석 방한과 관련된 의제를 설정하는 데에 집중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하지만 시 주석 방한 일정이 확정되는 시점에선 미·중사이 '줄타기 외교'가 또 한 번 시험대에 오르게 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박원곤 한동대 국제지역학과 교수는 “싱가포르에서 양 위원이 이야기한 걸 보면 공개적으로는 톤 조절을 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면서도 “다만 시 주석이 방한해서는 조금 더 강한 메시지를 가지고 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백희연 기자 baek.heeyo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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