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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주교 지도자 만난 '디모테오' 문재인 "국민 안전 지켜주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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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천주교는 코로나(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극복과 수해 복구에도 국민께 많은 위로를 주었다”고 말했다. 이날 청와대에서 천주교 지도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등 천주교 지도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발언에 앞서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등 천주교 지도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발언에 앞서 안경을 쓰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지역 감염이 시작된 2월 전국의 가톨릭 교구에서 일제히 미사를 중단하는 큰 결단을 내려주셨고, 연중 가장 큰 행사인 사순절과 부활절 행사를 방송으로 대신해 국민 안전을 지켜주셨다”며 이같이 밝혔다. 당시 사순절·부활절 행사를 방송으로 대체한 것은 236년 한국 천주교 역사상 처음이다.

이날 간담회에는 서울대교구장 염수정 추기경,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 김희중 대주교 등 천주교계 지도자 9명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김제남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박양우 문체부 장관 등이 참석했다.

문 대통령은 모두발언에서는 8·15 광화문 집회를 직접 거론하지 않았다. 다만 “최근 수도권을 중심으로 확진자가 크게 늘고 있어 우리 방역이 또 한 번 중대한 고비를 맞고 있다. 방역 수칙을 지키지 않거나 무시하는 행동에 대해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더 이상 방역을 악화시키지 않고 코로나를 통제할 수 있도록 종교가 모범이 되어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그러나 비공개 간담회 도중 신천지를 중심으로 한 초기 코로나 확산을 언급하며 “사랑제일교회 문제는 (신도 명단) 파악이 되는대로 빨리 확산을 막을 것”이라면서도 “광화문 집회는 (참가자)파악 자체가 어려운 게 사실”이라고 했다.

 문 대통령의 말에 대해 안동교구장을 맡고 있는 권혁주 주교는 “코로나하고 싸우면 대통령께서 꼭 이길 것”이라며 “선이 악을 이기는 이치와 같다”고 말했다. 대전교구장인 유흥식 주교는 “내년이 김대건 신부 탄생 200주년”이라며“법과 원칙에 따라 확실히 해 나가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이에 대해 “코로나로 국민이 너무 많이 힘들고 지쳤다. 위로가 필요하다”며 김대건 신부 관련 행사에 참석할 것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15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열린 정부 및 여당 규탄 관련 집회에서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가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은 이날도 “방역 책임자로서 매우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며 “국민께서 정부를 믿고 힘을 모아주신 덕분에 경제의 충격을 최소화하면서 방역에 성공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런데 이제 자칫하면 그 성과가 무너질 위기에 놓여있다”며 “방역 상황이 더 악화돼 사회적 거리 두기 단계를 높이게 된다면 우리 경제의 타격은 이루 말할 수 없고 고용도 무너져 국민의 삶에서도 큰 어려움이 발생할 것”이라고 말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등 천주교 지도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20일 청와대에서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 등 천주교 지도자들과 가진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문 대통령이 청와대에서 종교 지도자를 만난 건 지난해 10월 20일 6대 종단 지도자 초청 오찬 이후 10개월 만이다. 특정 종교 별로는 지난해 7월 3일 한국교회 주요 교단장 12명을 초청해 오찬을 했다. 당시 전광훈 목사가 속한 한국기독교총연합회는 초청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같은달 26일에는 원행 조계종 총무원장 등 13명의 불교계 지도자들과 만났다.

문 대통령은 독실한 천주교 신자다. 세례명은 디모테오다. 이날 참석자 중에는 지난해 문 대통령의 모친인 고(故) 강한옥 여사의 장례 때 미사를 집전했던 부산교구장 손삼석 주교도 있었다. 문 대통령은 손 주교에게 “작년에 크게 위로해 주셔서 감사드립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많은 분들이 기도해 준 힘으로 제가 지금까지 왔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천주교가 지도력을 발휘해 주시길 부탁드린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기도해 달라”고 당부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지난해부터 오래 준비해왔던 일정이었지만 코로나 사태 등으로 몇 차례 순연됐다가 어렵게 재추진돼 성사된 일정”이라고 설명했다. 강민석 청와대 대변인도 “조만간 기독교 지도자들도 만날 계획”이라고 전했다.

실제 문 대통령도 인사말에서 “작년부터 뵈려던 일정이 오늘에야 성사됐다. 날짜를 몇 차례 잡았다가 제가 유엔 총회에 참석하느라 연기되기도 하고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연기되기도 했다”고 말했다. 청와대는 이날 간담회 테이블 의자 간격을 2m로 넓히고 마주 보는 거리도 4m로 배치됐다. 문 대통령은 “편안한 상황이 아니어서 좌석 배치가 매우 불편하게 된 것을 양해해달라”고 했다.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염수정 추기경(서울대교구장)이 20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의 오찬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연합뉴스

이날 간담회에 참석한 염수정 추기경은 “최근 들어 종교시설에서 감염자가 속출하고 재유행 조짐에 많은 국민이 걱정하고 있다”며 “천주교회는 정부의 지침에 최대한 협조하고 신자들의 개인위생에 철저하도록 각 본당 신부님들을 통해 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도 대통령을 중심으로 총력 대응을 하고 있기에 이러한 위기를 국민과 서로 협력하여 잘 극복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며 “저희 모두도 신자들과 함께 기도로 마음을 모으고 각자의 자리에서 역할을 충실히 할 수 있도록 권고하며 함께하겠다”고 덧붙였다.

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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