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 2분기 26조 급증…손병두 “주식·집 사느라 신용대출, 관리할 필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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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왼쪽)이 19일 서울 중구 은행연합회에서 열린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뉴스1]

가계 빚 잔액이 1년 동안 80조원가량 늘었다. 신용대출이 많이 늘어난 영향이다.

주담대 부족분 신용대출 끌어써 #증권사서 꾼돈 사상최대 7.9조 #카드사들도 마이너스 대출 나서

한국은행이 19일 발표한 ‘2020년 2분기 중 가계신용(잠정)’에 따르면 올해 2분기 가계신용 잔액은 1637조3000억원으로 1분기 말보다 25조9000억원 증가했다. 1분기(11조1000억원), 전년 동기(16조8000억원)와 비교하면 증가 규모가 확 커졌다. 1년 전과 비교하면 80조6000억원(5.2%) 늘었다.

가계신용은 은행 등 금융회사에서 빌린 돈(가계대출)과 결제 전 신용카드 사용액(판매신용) 등 가계가 갚아야 할 부채를 합한 수치다. 가계대출은 1분기 말보다 23조9000억원 늘었다. 특히 대부분 신용대출인 기타대출이 9조1000억원이나 늘었다. 증권회사 신용공여액이 7조9000억원이나 증가한 영향이다. 사상 최대 규모다. 많은 사람이 빚을 내 주식투자에 뛰어들었기 때문이다. 대출 규제 탓에 주택담보대출만으로는 집값 마련이 어려워지자 신용대출을 최대한 끌어 쓴 수요도 적지 않다는 분석이다.

은행권뿐 아니라 카드업계도 ‘마카(마이너스카드)’를 앞세워 대출수요 잡기에 나섰다. 마이너스카드는 장기카드대출(카드론) 상품 중 하나다. 일반 카드론은 한 번 대출금액을 상환한 뒤 다시 대출을 받으려면 재약정을 해야 한다. 그만큼 대출 횟수가 늘어 신용등급이 하락한다. 반면 마이너스카드는 일정 한도와 기간 내에 대출자가 원할 때 언제든지 고정금리로 대출·상환할 수 있는 상품이다. 한도 내에서 여러 번 대출을 받더라도 신용등급에 영향을 받지 않는다. 은행권의 ‘마이너스통장’과 비슷한 개념이다. 일반적으로 ‘급전’이 필요한 중·저신용자를 타깃으로 한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우리카드는 지난 14일 신용도가 우수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 카드론 상품 ‘우카 마이너스론’을 출시했다. 연 4.0~10%의 금리로 1년 약정기간 동안 1억원 한도까지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상품이다. 기존 카드론 금리가 13~14%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이자비용이 적다. 롯데카드도 9월 출시를 목표로 마이너스카드 상품을 준비 중이다. 금융권에선 최근 부동산 규제 강화로 주택담보대출이 어려워진 데다 집값도 급등하면서 카드업계가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족을 공략할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당국은 급증한 신용대출에 우려를 표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이날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주식·주택 매매에 활용된 신용대출은 향후 시장 불안시 금융회사 건전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금융회사 차원에서도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장원석·안효성·성지원 기자 jang.wo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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