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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전광훈 목사가 방역 협조해야 ‘제2 신천지 사태’ 막는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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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코로나19 확진자가 최근 엿새 동안 1047명 발생했다. 특히 전광훈 목사가 담임으로 있는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에서 지난 12일 첫 확진자 발생 이후 이 교회에서만 어제 정오까지 457명이 나왔고, 전국에서 2, 3차 감염 사례도 속출하고 있다. 사랑제일교회가 코로나19의 ‘온상’이 된 셈이다.

수도권 교회발 감염자 급증해 2차 대유행 촉발 #사랑제일교회 교인 모두 검사받고 자가격리해야

중앙방역대책본부에 따르면 사랑제일교회 관련 감염 확산 속도는 지난 2월 대구 신천지 교회 사태 당시보다 더 빨라 매우 우려스럽다. 2030 젊은층 위주였던 신천지와 달리 사랑제일교회 등 수도권 교회는 고령자가 많아 더 취약하다.

지금까지 방역 당국이 명단을 확보한 사랑제일교회 교인 4000여 명 중 2500여 명이 검사를 받았고 3200여 명이 격리됐다. 그런데 연락처와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은 590여 명과 아예 연락이 닿지 않는 200여 명 등 모두 800여 명에 대해서는 검사와 격리가 어려워 큰 문제다.

사랑제일교회 교인은 전국에 흩어져 있고 다른 지역의 교회를 다니는 경우도 많아 검사 대상자의 소재 파악에 비상이 걸렸다. 숨바꼭질 와중에 행정명령을 발동한 지자체도 있다. 특히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8일과 15일 각각 서울 경복궁 인근과 광화문에서 집회를 진행했는데 집회 참석자 중에서 이미 10명이 확진됐다. 그런데도 일부 교인은 검사에 불응하고 도주까지 해 공분을 사고 있다.

사랑제일교회는 전 목사의 영향력이 강하다. 보석 상태에서 마스크도 쓰지 않은 채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석해 연설한 전 목사 자신도 감염됐다. 5만 명(주최 측 추산)이 넘는 군중이 몰린 이날 집회에 사랑제일교회 교인도 다수 참석해 집단감염 가능성이 큰데도 정치적인 이유를 내세워 방역 당국에 제대로 협조하지 않아 방역에 혼선을 주고 있다.

지금 정치적 탄압 주장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문재인 정부의 실정 비판과는 별개로 국민 전체의 생명·안전과 직결된 방역에는 반드시 협조해야 한다. 사태가 이쯤 됐으면 전 목사가 정확한 교인 명단을 당국에 제출하고 전체 교인들에게 자가격리와 진단검사에 모두 응하라고 공개적으로 촉구해야 한다. 그것이 교회가 강조해 온 사랑을 실천하는 길이고, 대한민국 공동체를 진정으로 위하는 국민의 기본 도리이기도 하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이 현실로 닥친 상황에서 머뭇거릴 시간이 없다. 정부는 필요하면 경찰력 등 공권력을 동원해서라도 교회발 감염 추가 확산을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사실 코로나19의 2차 대유행 상황을 초래한 정부의 부실한 대응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여름 휴가철과 광복절 연휴를 앞두고 코로나19 확산이 우려됐는데도 정부는 방역보다 경제 논리에 치중했다.

방역과 경제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동안 불과 엿새 만에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했는데도 정부의 대응 강도는 약하다. ‘완화된 2단계 거리두기’로는 부족하다. 지금이라도 수도권에 사회적 거리두기 3단계를 발동해 강력한 대응 의지를 보여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