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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청와대, 야당에 배려하고 양보해 협치 만들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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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문재인 대통령은 올해도 협치를 강조했다. 신년회견에서 “협치야말로 정치에서 가장 큰 과제”라 했고, 지난달 국회 개원 연설에선 “21대 국회는 반드시 새로운 협치의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허했다. 21대 국회가 열렸지만 협치는커녕 여당의 일방적 폭주 속에서 가파른 대치만 있었다. 그러던 중 청와대가 다시 미래통합당에 영수회담을 제안했다. 그러나 만나서 꼬인 정국을 풀어보자고 회담을 제안했을 텐데 오히려 청와대와 통합당이 서로 진실게임을 벌인 것은 한심한 일이다.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그저께 김종인 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을 예방한 자리에서 여야 대표회담을 제안했고, 통합당이 이를 거부했다는 게 최 수석의 주장이다. 이에 통합당은 “공식 제안한 적이 없고 빈말로 지나가듯 했다. 무례하다”고 반박했다. 얼마나 여야 간 신뢰가 없다면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것일까.

김종인 단독회담 의사에 청 “대화 입장 다행” #야당도 대승적 자세 필요, 민생 우선 생각하길

지난 5월 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회동에서 협치를 얘기한 후 거대 여당은 단독 원 구성을 강행했고, 부동산 법안을 일방 처리했다. 야당은 안중에 없었다. 이런 여당의 폭주 후 대통령과 여당의 지지율이 떨어지는 와중에 나온 대화 제안이라면 누가 국면 전환용이란 의심을 하지 않을 수 않겠나. 그런 만큼 청와대는 회담 제의 절차에 있어 진정성과 형식을 더 갖춰 ‘빈말로 지나가듯 했다’는 비판은 듣지 말았어야 했다. 더구나 이해찬 대표의 임기가 곧 끝나는 만큼 그와 함께 회담하는 것을 야당이 받아들이기 어려웠을 거란 점도 고려했어야 했다.

코로나19의 대유행, 부동산 불안 문제 등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할 이유는 차고 넘친다. 청와대가 정말 협치를 하고 싶다면 야당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고 배려하며 양보하면서 손을 내밀어야 한다. 야당이 회담장에 나올 명분을 줘야 한다. 김 위원장이 어제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 대통령과 1대1로 만날 수 있다는 뜻을 밝히면서 “구체적 의제가 있어야 하고 결과물을 내는 자리여야 한다”고 밝힌 점은 청와대가 귀담아들어야 한다. 야당도 회담을 위해선 더 대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 정략적 이해타산을 따지기보다 민생을 우선 생각해야 한다. 마침 최 수석이 어제 오후 김 위원장의 중앙일보 인터뷰와 관련, “대통령과 대화할 수 있다고 입장을 밝힌 것은 매우 다행”이라며 “형식과 내용에 대해서는 허심탄회하게 협의에 바로 착수했으면 한다”고 밝혔다. 뒤늦게나마 서로 대화의 불씨를 살린 것은 긍정적이다. 이번에야말로 모든 것을 걸고 가시적 성과를 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