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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미샤·더페이스샵 어디 갔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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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에이블씨엔씨는 기존 미샤 매장에 어퓨·스틸라 등 총 23개 브랜드를 더해 미샤 플러스 매장을 선보였다고 18일 밝혔다. [사진 에이블씨엔씨]

에이블씨엔씨는 기존 미샤 매장에 어퓨·스틸라 등 총 23개 브랜드를 더해 미샤 플러스 매장을 선보였다고 18일 밝혔다. [사진 에이블씨엔씨]

더페이스샵·스킨푸드·미샤·이니스프리·아리따움…. 수년 전까지만 해도 서울 명동과 강남역에서 가장 임대료가 비싼 1층 상가를 차지했던 간판들이다. 한때 서울 번화가는 ‘한 집 건너 화장품 가게’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화장품 로드숍(거리매장)이 위세를 떨쳤다. 그러다 2017년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둘러싼 중국과의 갈등과 중국 관광객 급감으로 국내 화장품 업계는 한차례 휘청했다. 올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비대면 소비가 급부상하며 오프라인 매장을 찾는 소비자의 발길은 더 줄었다.

명동 한 집 건너 있었던 로드숍 #사드 이어 코로나 닥치자 줄 폐점 #여러 브랜드 파는 멀티숍 탈바꿈 #화장품업계 제살깎기 경쟁 우려

한때 700개가 넘었던 미샤 매장은 지난해 말 550개로 줄었다. 올해 들어선 코로나19 영향까지 더하면서 미샤 브랜드를 보유한 에이블씨엔씨의 실적은 크게 나빠졌다. 이 회사의 지난 2분기 영업손실은 102억원, 순손실은 204억원이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777억원으로 1년 전보다 31% 감소했다. 에이블씨엔씨의 주가는 18일 코스피 시장에서 전날보다 7.96% 하락한 7980원에 거래를 마쳤다.

국내 화장품 로드숍 매장 수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국내 화장품 로드숍 매장 수 추이.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다른 브랜드도 상황은 비슷하다. 단일 브랜드 로드숍은 빠른 속도로 줄어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가맹사업 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017년 564개였던 스킨푸드 매장 수는 지난해 말 68개로 급감했다. 같은 기간 더페이스샵은 1056개에서 598개로, 토니모리는 679개에서 517개로 매장 수가 줄었다.

여러 브랜드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편집숍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아이오페·마몽드·라네즈 등 아모레퍼시픽의 브랜드를 모아둔 아리따움 매장 수도 빠르게 줄고 있다. 한때 랜드마크로 여겨지던 아리따움 라이브 강남점은 지난 5월 폐점했다. 문을 연 지 1년 8개월 만이다. 아리따움 라이브 명동점도 지난 3월 문을 닫았다. 아리따움 매장 수는 2018년 1250개에서 올해 상반기 962개로 줄었다. 현재 직영점으로 운영 중인 64개 매장은 올해 말까지 10개만 남길 계획이다. 18일 아모레퍼시픽의 주가는 전날보다 10.18% 떨어진 17만6500원에 마감했다.

에이블씨엔씨 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에이블씨엔씨 주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에이블씨엔씨는 기존 매장에 어퓨·스틸라 등 23개 브랜드를 더한 미샤 플러스 매장을 선보였다고 18일 밝혔다. 단일 브랜드 매장을 사실상 포기하고 올리브영 같은 ‘멀티숍’(복합매장)으로 바꾸겠다는 의도다. 에이블씨엔씨는 이달 초부터 명동 메가스토어와 홍대점 등 100여 곳을 미샤 플러스 매장으로 재정비했다. 올해 말까지 150개 미샤 플러스 매장을 열 계획이다.

이런 식으로 단일 브랜드 매장이 경영난 해소를 위해 멀티숍으로 탈바꿈하는 사례가 잇따른다. 업계에선 ‘제살깎아먹기’ 경쟁이 될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미샤는 지난해 6월 멀티숍 눙크를 선보이기도 했다. 아모레퍼시픽은 자사 브랜드 라네즈를 올리브영에 입점시켰다는 이유로 아리따움 가맹점주의 원성을 사기도 했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현재 화장품 업계는 한정된 시장을 놓고 경쟁하는 상황”이라며 “서로 이익을 뺏어와야 하는 ‘제로섬’ 구조에서 벗어나 성장 전략을 찾아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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