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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리스 “워킹그룹 통해 남북 협력” 이인영 “스스로 할 건 해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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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오른쪽)이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취임 후 처음으로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를 만나 팔꿈치 인사를 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이인영 통일부 장관과 해리 해리스 주한 미국대사가 18일 첫 만남에서 한미워킹그룹에 대한 입장차를 공개적으로 노출했다. 이 장관은 “한미워킹그룹 운영이 남북관계를 제약하는 기제로 작동했다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고 거론한 반면 해리스 대사는 “미국은 남북관계 협력 방법을 워킹그룹에서 찾는 것을 지지한다”고 반응했다.

첫 만남서 한미워킹그룹 이견 노출 #해리스 “이도훈도 효율성 지지” #이인영 “남북관계 제약 비판 있어”

외교가에선 이를 놓고 이 장관이 한미워킹그룹의 기능을 조정하자고 제안하자 해리스 대사는 워킹그룹을 통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하자는 입장을 재확인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이 장관은 이날 오후 종로구 서울정부청사를 찾은 해리스 대사를 만나 모두발언에서 자신의 남북관계 구상을 밝히며 “이런 생각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두말할 것도 없이 미국의 협력과 지지가 매우 중요하다”면서도 “그동안 한미워킹그룹은 제재 관련 협의 측면에서 매우 효율적이었다는 긍정적인 평가도 있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남북관계를 제약하는 기제로 작동했다는 비판적 견해도 있다”고 언급했다. 이 장관이 지난달 27일 취임한 뒤 한국에 주재하는 외국 대사를 만난 것은 해리스 대사가 처음이다. 그는 이어 “한미워킹그룹에서 논의할 것과 우리 스스로가 할 것을 구분해서 추진해야 한다는 게 기본 입장”이라며 “그렇게 해도 국제사회 규범과 규율을 존중하면서, 모두가 필요한 정책을 펼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밝혔다. 이는 남북관계 분야에서 필요하다면 한미워킹그룹을 통한 양국 협의를 거치지 않고 한국이 독자적으로 대북 지원이나 협력에 나서는 방안을 추진하겠다는 뜻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 장관은 또 “한미워킹그룹은 그 운영과 기능을 재조정하고 재편하면서 남북관계 발전과 한반도 평화정책을 촉진하는 방향으로 역할을 명확히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이를 놓고 ‘한미워킹그룹 2.0버전’으로의 업그레이드라고 표현했다.

해리스 대사는 ‘한미워킹그룹 2.0’ 제안과 관련해 이 장관의 의견을 듣겠다고 답했다. 하지만 남북관계는 워킹그룹을 통해 조율한다는 미국 입장을 빼놓지 않았다. 해리스 대사는 “한국의 가장 가까운 우방이자 동맹국으로서 미국은 남북관계 협력 방법을 워킹그룹을 통해 찾는 것을 적극 지지한다”며 “이것이 한반도에 더 안정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해리스 대사는 그러면서 “이도훈 외교부 한반도교섭본부장과 이수혁 주미 한국대사도 같은 발언을 하신 바 있다”며 “이분들이 말씀했듯이 한미워킹그룹은 효율적인 메커니즘”이라고 재확인했다. 이 장관의 언급은 한국 내 외교라인의 얘기와는 다르게 들린다는 뉘앙스가 담긴 듯한 반응이다.

정용수·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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