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 피해 구례시장 찾은 박영선에…"힘센 장관이 도와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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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전남 구례 5일시장을 방문했다. 사진 중기부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 18일 전남 구례 5일시장을 방문했다. 사진 중기부

“전표도 홍수에 다 떠내려가서 보상받을 길이 없어요.”

최근 홍수 피해를 본 전남 구례군 구례 5일 시장 상인들은 18일 이곳을 방문한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에게 피해 보상 절차에 대한 어려움을 호소했다. 이틀 전 찾아온 조명래 환경부 장관 앞에서 책상과 의자를 뒤엎으며 목소리를 높이던 상인들이었지만, 이날은 정부에 적극적인 도움을 요청하는 분위기였다.

시장이 있는 구례읍엔 이달 7~8일 380㎜의 폭우가 내렸다. 이 때문에 섬진강 지류의 한 제방이 무너져 5일시장이 물에 잠겼다. 침수된 집만 1180여 가구에 이른다. 구례군 재산 피해액은 1800억원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남도 전체 피해액(4500억원)의 40%에 이르는 규모다.

구례 상인들이 16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항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구례 상인들이 16일 조명래 환경부 장관에게 항의하는 모습. 연합뉴스

이번 피해 보상과 관련한 5일 시장 상인들의 최대 걱정은 사업자 등록증이다. 이곳 상인 157개 가게 중 15곳만 사업자등록을 해뒀기 때문이다.

전남도는 정부 예산 지원을 받아 피해 상인들에게 최대 400만원씩 지원금을 준다는 계획이지만 등록증 문제에 막힌 상태다. 이날 박 장관과 함께 현장에 나온 김영록 전남지사는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상인에 대해 지원금을 줄 수 있는 법적 근거가 미흡한 게 문제”라며 “박 장관께서 사업자 등록증이 없는 영세 상인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김 지사는 상인들과 박 장관 앞에서“힘센 장관이 왔다. 여러 문제를 해결해달라”는 말도 했다.

이에 박 장관은 “지금이라도 사업자 등록을 하면 소급 적용을 해 지원하는 묘안을 세웠다”며 “예전에 이곳에서 고추ㆍ쌀 같은 것을 팔았다는 전표를 내면 (지원 대상 상인으로) 인정하는 쪽으로 방침을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박 장관은 상인들의 피해액 신고를 도와줄 중기부 직원도 소개하며 “답답한 일이 있으면 이분들을 찾아서 연락하면 된다”고 덧붙였다.

그런데 또 다른 문제가 있었다. 박정선 5일 시장 상인회장은 “장관 배려에 감사드린다”면서도 “그런데 사소하지만, 애로사항이 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홍수 때문에 전표까지 다 떠내려가거나 물에 젖었다”며 “전표로 ‘내가 5일 시장 상인이다’라고 증명할 수 있는 상인이 없다”고 털어놨다.

박영선 장관이 18일 전남 구례5일시장을 방문했다. 사진 중기부

박영선 장관이 18일 전남 구례5일시장을 방문했다. 사진 중기부

"임대차 계약서로 증빙 대신을"
설명이 이어지자 울컥하는 모습을 보인 상인도 있었다. 박 상인회장은 “우리 상인들의 임대차 계약서 같은 것으로 증빙을 대신해줄 수는 없느냐”며 “많은 상인이 전 재산을 잃은 그런 부분을 깊이 생각하셔서 재기할 수 있도록 지원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박 장관은 이 밖에 시장 활성화를 위한 디지털 판매 지원 방안 등도 설명했다. 일부 상인들은 손뼉을 치기도 했다. 박 장관은 이곳에서 16㎞ 떨어진 경남 하동군 화개장터에도 들러 피해 상인들의 요구 사항을 들었다.

최선욱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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