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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성왕후도 먹은 왕실 '산후 보양식'…미역국에 이것 넣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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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종과 정조가 부러워했던 인물이 있었다. 바로 중국 당나라 현종 시절의 인물인 '곽자의(郭子儀)'다. 그는 755년 안록산의 난을 평정하는 등 공을 세워 분양왕에 봉해진 무신이다. 숙종과 정조가 곽자의를 부러워했던 것은 그의 업적 때문이 아니었다. 바로 다산(多産)이 이유였다고 한다. 8남 7녀를 낳고 무려 85세까지 장수한 까닭에 순조와 순원왕후의 가례식엔 '곽분양행락도' 병풍이 특별 제작되기도 했다고 한다.

선조 조기영회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선조 조기영회도 [사진 국립중앙박물관]

 서울역사편찬원은 조선시대 한양 사람들의 생로병사(生老病死)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서울역사강좌』를 최근 발간했다. 생(生) 편에 기록된 조선 시대의 출산과 육아 이야기는 흥미롭다. 왕실에선 다산을 기원하며 '다산의 상징'과도 같은 곽자의의 행렬도를 병풍으로 제작해 왕실의 혼례가 있을 때마다 이를 두었다고 한다. 왕실 여성의 출산율이 인조 이후로 급격히 떨어지면서 이런 분위기는 더욱 짙어졌다고 한다. 왕실의 유행이 민간으로도 번지면서 19세기엔 상류층을 중심으로 소설 『곽분양전』이 유행했고, 세도가의 결혼식에도 이 병풍이 쓰이기 시작했다.

명성왕후도 먹었던 왕실의 '산후보양식'

 조선시대 양반 여성의 혼인 연령은 15세 전후로, 영아 사망률이 매우 높았다. 산후병으로 사망하는 경우도 많았다. 그러다보니 산모아 신생아를 보호하기 위핸 음식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대표적인 것이 화반곽탕이었다.

 숙종의 후궁으로 영조를 낳은 최씨 역시 화반곽탕을 먹었다. 강고도리(말린 고등어)로 국물을 우린 뒤에 새우나 홍합을 넣어 끓인 미역국이었다. 여기에 밥과 꿩고기 익힌 것, 홍합탕을 산후조리식으로 먹었다. 영조를 낳은 뒤 변비에 시달리던 최씨는 복숭아 씨앗과 해송자 씨앗, 오얏씨앗으로 만든 '삼인죽'을 먹기도 했다.

 명성왕후 또한 1874년 순종을 낳고 보양식을 먹었다. 한국학중앙연구원 장서각에 있는 '갑술이월삼칠일갱반소용발기'에 따르면 명성왕후는 '강고도리'를 먹었다. 강고도리는 '건고도어(亁古刀魚)'의 한글표기로 명성왕후 출산을 대비해 왕실은 말린 고등어를 자작나무 껍질로 싸서 종이 주머니에 넣은 뒤 바로 산후조리 음식으로 쓸 수 있도록 준비를 해두었다고 전해진다.

 아쉬운 것은 왕실의 이런 풍습이 조선 후기에 들어 일본산 '가츠오부시'로 바뀌었다는 점이다. 서울역사강좌에 따르면 왕실에 오랜 시간 내려오던 강고도리는 가츠오부시로 바뀌었고, 대신 사대부가에 미역국을 먹는 풍습이 전해지면서 '소고기'를 넣은 미역국이 근대 이후 '발명'됐다고 한다.

추사 김정희 약방문. [사진 한독의약박물관]

추사 김정희 약방문. [사진 한독의약박물관]

의학 지식 갖춘 사대부

 남녀노소 몸이 질병을 피할 수 있는 방법은 없기에 조선 시대 사대부는 의학지식 습득에도 공을 들였다. 추사 김정희의 약방문엔 '소화불량' 치료제가 남아있었다. 치료는 삼별건비탕이었는데, 이는 동의보감의 삼출건비탕을 변형한 것이었다고 한다. 서울역사편찬원은 "의료가 발달하기 전 치료를 위해 의학적 소양을 갖췄던 사대부의 모습을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광희문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광희문 [사진 서울역사박물관]

 서울역사편찬원은 또 조선시대 한양에선 사대문 안에 시신을 매장하는 것이 불가능해, 사망자가 발생하면 광희문이나 서소문을 통해 성 밖으로 내보냈다고 설명했다. 대부분의 백성들은 도성 외곽 산지에 시신을 매장했다는 것이다. 공동묘지가 생긴 것은 일제 강점기 때로, 조선총독부가 인정한 공동묘지 이외에는 사유지라도 묘지를 만들 수가 없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화장이 시작됐다고 서울역사편찬원은 전했다.

 한편 서울역사편찬원은 이번『서울역사강좌』10권 발간과 함께 올 하반기에 역사 강좌를 함께 진행하기로 했다. 이상배 서울역사편찬원장은 "책 출간을 계기로 서울 사람들의 다양한 삶의 풍경을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란다"며 "옛사람들의 태도에서 많은 지혜를 얻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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