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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美서 버젓이 김치 파는데…법무부 "이혁진 지명수배중"

중앙일보

입력

검찰수사를 받던 중 문재인 대통령의 해외순방 일정을 쫓아 출국한 뒤 돌아오지 않는 이혁진 전 옵티머스 자산운용 대표에 대해 법무부가 16일 “체포영장을 발부받은 상태”라고 밝혔다. 국회 법제사법위 소속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에게 제출한 공식 답변서를 통해서다. 법무부가 이 전 대표 신병 문제와 관련해 국회에 입장을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 의원이 옵티머스 펀드사기 사건 등과 관련해 이 전 대표 구인 계획을 묻자 법무부는 “고소사건 수사 중 그가 외국으로 출국했다. 체포영장을 발부받았고 현재 지명수배된 상태”라고 답변했다.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 [중앙포토]

조수진 미래통합당 의원 [중앙포토]

다만 법무부는 구체적인 신병확보 방안에 대해선 “조약과 외교관계상 비밀유지 의무, 향후 절차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해 답하기 어렵다”며 “국경을 초월하는 범죄에 대한 수사 및 사법정의 실현을 위해 외국 사법당국과 긴밀히 협력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법무부는 체포영장 발부 시기에 대해선 “수원지검에서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2019년 7월 25일 기소중지한 사건”과 관련이 있다고만 밝혔다. 금융감독원은 70억 원대 횡령 혐의로 2019년 1월 15일 이 전 대표를 검찰에 수사 의뢰했다. 검찰 출신 변호사는 “통상 기소중지 결정 일주일 전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동시에 지명수배를 내린다”며 “이 전 대표도 그해 7월 체포영장이 발부됐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횡령·조세 포탈·상해·성범죄 등 5개 사건에 연루돼 검찰 조사를 받던 이 전 대표는 2018년 3월 22일 베트남으로 출국해 문 대통령의 베트남·아랍에미리트(UAE) 순방 일정을 따라다닌 뒤 잠적했다. 그는 현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거주하며 김치 판매 사업을 하는 중이다. 샌프란시스코 영사관측과도 교류가 있다.

옵티머스 사태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옵티머스 사태 일지. 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조 의원은 “법원에서 체포영장을 발부하고 지명수배까지 떨어진 이혁진 전 대표가 지금 미국에서 언론 인터뷰를 하고 왕성히 사업까지 하는 걸 국민이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 거냐. 그를 안 잡는 건지 못 잡는 건지 모르겠다”며 “문재인 정부의 ‘윤석열 검찰’ 장악 시도가 결국 이런 검찰을 만들기 위한 것이냐”고 비판했다.

관계 당국에 따르면 검찰은 이 전 대표가 2018년 3월 출국 당시의 구체적인 경로를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출신으로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민정수석을 지낸 곽상도 통합당 의원은 “인천공항 등을 통해 출국할 경우 그 기록을 수사당국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그 기록이 없다면 이건 희대의 미스터리 도주 사건이 된다”며 “청와대는 진실을 알고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이 지난 7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옵티머스 이혁진 전 대표와의 사진들을 보여 주며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이 지난 7월 9일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옵티머스 이혁진 전 대표와의 사진들을 보여 주며 관련 의혹에 대한 해명을 요구하고 있다. [중앙포토]

2012년 총선에서 서울 서초갑에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 전신) 후보로 전략 공천됐다 낙선한 이 전 대표는 그해 대선에서 문재인 후보의 금융정책특보를 지냈다. 통합당은 그가 여권 실세들의 도움을 받아 문 대통령의 해외 순방 경로를 따라 해외로 도피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한다.

이와 관련해 이 전 대표는 지난 달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나도 피해자다. 문 대통령과 함께 간 최종구 당시 금융위원장을 만나야 강탈당한 옵티머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해 자비로 쫓아간 것”이라고 주장했다.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 관계자는 “이 전 대표는 동포간담회 초청대상에 포함된 적도 없고 순방 당시의 공식 수행원도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현일훈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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