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공휴일 지정, 외식쿠폰 발행…정부가 잘못된 신호 줬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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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가당착이다. 숙박·외식 쿠폰을 주며 밖에 나가랄 때는 언제고, 막상 쿠폰을 쓸 때가 되니 집 안에만 있으란다. 그러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우리 방역의 성패를 가늠하는 중대 고비”라고 강조했다. 15일 광화문 집회 참가자들에 대해선 ‘비상식’ ‘도전’ ‘용서할 수 없는 행위’ 같은 강경 표현을 쏟아냈다.

질본 경고에도 경기 진작에 방점 #팬데믹 상황 끝난 듯 정책 펼쳐

대통령의 남 탓과 달리 수도권 환자 급증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 지난 5월 생활방역으로 전환하며 충분히 예견됐기 때문이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은 “많은 국가에서 ‘사회적 거리두기’를 완화하며 다시 유행이 커졌다”(6월 10일), “수도권 유행을 차단하지 못하면 더 큰 유행이 가까운 시일 내 발생할 수 있다”(6월22일) 같은 경고를 계속 보내왔다.

하지만 정부는 경기 진작에 더 큰 방점을 찍었다. 5월 생활방역 전환도 같은 맥락이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경제심리지수는 고강도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속된 2~4월 87.2점에서 55.7점으로 급락했다. 5월 거리두기 완화와 긴급재난지원금 효과가 맞물리며 회복세(57.8점)로 돌아선 후 6월(63.1점), 7월(69.5점) 꾸준히 증가했다. 문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사에서 “세계적인 경제위기 속에서 한국 경제는 올해 OECD 1위를 기록하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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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1일 국무회의에서 8월 17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한 것도 같은 이유다. 당시 문 대통령은 “국민 휴식과 내수 활성화를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 주말 수도권 확진자 급증을 이유로 갑작스럽게 취소된 숙박·외식 쿠폰 지급도 침체된 경기를 회복시키려는 조치였다. 그러나 정은경 본부장은 공휴일 지정 직후(22일)에도 “휴가지에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느슨해질 수 있다. 집에서 보내는 휴식이 가장 좋다”고 당부했다. 지난 4일 역시 “조금이라도 사회적 거리두기나 방역 조치가 완화되면 어김없이 유행 규모가 커지는 것을 모든 나라가 경험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방역과 경제는 동전의 양면이다. 어느 한쪽을 포기할 수도 없다. 하지만 대통령과 정부가 경제 살리기에만 치우쳐 팬데믹 상황이 끝난 듯한 시그널을 줘선 안 된다. 질병관리본부장 출신의 전병율 차의과대 보건대학원장은 “다소 느슨해진 측면이 있는데, 정부는 방역을 더욱 강조하고 고삐를 바짝 당겨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가장 믿을 수 있는 것은 시민들이 개인방역 5대 수칙을 철저히 지키는 일”이라고 강조했다.

윤석만 사회에디터 sa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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