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에 또다시 발목 잡힌 전작권 전환…올해 검증 평가 내년 연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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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한·미 연합훈련에서 한국군의 전시작전통제권(전작권) 전환 능력을 검증하는 작업이 사실상 물 건너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축소 실시가 불가피했던 이번 훈련이 최근 군내 확진자 발생으로 다시 한번 차질을 빚으면서다.

文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 불투명·

지난해 12월 벙커에서 열린 한미 연합군 주요 지휘관 회의 모습. [합동참모본부 홈페이지]

지난해 12월 벙커에서 열린 한미 연합군 주요 지휘관 회의 모습. [합동참모본부 홈페이지]

합참은 16일 “한·미동맹은 코로나19 상황 등 제반 여건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연합 지휘소 훈련을 오는 18일부터 28일까지 시행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020-2 연합지휘소훈련(CCPT)으로 명명된 이번 훈련은 당초 16~28일 실시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훈련 참가를 위해 대전 자운대에 파견된 육군 간부가 지난 14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훈련 일정이 연기됐다.

결과적으로 훈련 일수 역시 예정보다 2일 줄어들게 됐다. 연합훈련에 참가하는 병력 중 확진 판정을 받은 간부와 접촉한 인원의 경우 격리 등의 이유로 대체가 필요해 훈련 준비에 최소 이틀이 소요된다는 것이다. 본 훈련은 1부 방어(18~22일), 2부 반격(24~28일)으로 나눠 진행될 방침이다.

이번 연기 결정을 놓고 군 내부에선 “그렇지 않아도 난항을 겪고 있던 올해 전작권 전환 검증 작업이 무산된 것이나 마찬가지”라는 얘기가 나온다.

한·미는 올해 연합훈련과 연계해 전작권 전환의 두 번째 검증 단계인 완전운용능력(FOC) 평가를 진행할 계획이었다. 그래야만 2021년에 마지막 3단계인 완전임무수행능력(FMC) 검증을 마치고 문재인 정부가 공약으로 내세웠던 현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하다.

지난 7월 지하 벙커에서 한ㆍ미 군 장병이 연합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미 공군 제공]

지난 7월 지하 벙커에서 한ㆍ미 군 장병이 연합훈련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 [미 공군 제공]

그러나 코로나19로 상반기 연합훈련이 취소된 데 이어 하반기 연합훈련도 축소 실시되자 한·미는 FOC 평가를 아예 내년으로 미루는 게 낫다는 방향으로 뜻을 모았다고 한다. 이는 군 당국의 입장 발표에서도 잘 드러난다.

합참은 이날 “훈련은 연합방위태세 유지에 중점을 둘 것”이라며 “전작권 전한 이후 미래연합군사령부 구조를 적용한 예행연습을 일부 병행하겠다”고 설명했다. 최병혁 한·미연합군사령부 부사령관(육군 대장)이 사령관을 맡아 작전을 지휘하는 전작권 전환 훈련 내용이 1부와 2부에서 각각 하루씩 예정됐는데, 이를 정식 평가가 아닌 예행연습 격으로 시도해보겠다는 의미다.

정부 관계자는 “미 증원 전력이 오지 못해 이미 축소 실시가 예고된 데다 14일 확진자까지 나오는 등 어려움이 적지 않아 훈련 진행에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봤다”며 “방위태세 강화라는 1차 목표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한·미는 연합훈련의 준비 단계인 위기관리참모훈련(CMST)을 지난 11~14일 실시하면서 FOC 평가를 일부 진행했지만, 이는 사전 작업일 뿐이었다. 지난해 8월 연합훈련에서는 최 부사령관이 훈련 기간 내내 연합사 사령관 역할을 맡아 전작권 전환을 위해 시행한 기본운용능력(IOC) 검증 평가를 끝마친 바 있다.

한미 연합훈련의 준비 단계인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시작된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모습. [뉴스1]

한미 연합훈련의 준비 단계인 위기관리참모훈련이 시작된 11일 오후 경기도 평택 캠프 험프리스의 모습. [뉴스1]

올해 FOC 평가가 완료되지 않은 상태로 문재인 정부 임기 내 전작권 전환이 가능해지기 위해선 내년 한 해 FOC와 FMC 평가가 각각 상·하반기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미측이 이같이 빠듯한 일정에 동의하지 않을 경우 전작권 전환은 2023년에서나 바라볼 수 있게 된다.

한편, 군 당국은 지난 14일과 15일 연이틀 군내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 재확산 기미가 보이자 감염 사례가 발견된 서울·경기권 소재 부대에 외출·외박 통제 지침을 내렸다.

주한미군 사령부도 “서울에서 최근 코로나19 확진 사례가 증가한 상황을 고려해 15일 오후 6시부로 공중 보건방호태세(HPCON)를 ‘브라보’에서 ‘찰리’로 격상한다”고 밝혔다. 브라보 단계에서는 사회적 거리 두기를 준수하는 가운데 불필요한 이동이나 접촉만 제한되지만, 찰리 단계에서는 모임이나 이동이 철저히 통제된다.

이근평 기자 lee.keunp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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