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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 개정 하나에 출렁이는 삼성생명 주가…보험업법이 뭐길래

중앙일보

입력

삼성생명의 주가가 요동치고 있다. 시가총액 13조원이 넘는 회사의 주가가 4거래일 동안 45%가 올랐다가, 14일에는 9% 급락했다. 주가의 급등락 배경에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으로 통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있다.

삼성생명

삼성생명

더불어민주당 박용진·이용우 의원은 지난 6월 보험업법 개정안을 각각 대표발의했다. 보험회사가 소유한 채권과 주식의 가치를 취득 당시의 원가에서 현재 기준의 시가로 바꿔 평가하는 게 주요 내용이다. 현재는 보험업법이 아닌 ‘보험업감독규정’에 따라 보험사의 총자산과 자기자본은 시가로, 주식과 채권의 가치는 취득원가를 기준으로 평가하고 있다.

법안 개정을 추진하는 이유는 타 금융회사와의 형평성이다. 현재 저축은행과 금융투자사는 보유한 주식의 가치를 시가로 평가하고 있다. 주식을 취득원가로 평가할 경우 추후 주가 상승에 따라 특정 주식이 보험사의 자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진다는 점도 고려했다.

요동친 삼성생명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요동친 삼성생명 주가.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현재 보험사들은 자산운용기준에 따라 대주주(특수관계인)의 발행 주식은 자기자본의 60%, 총자산의 3% 이내에만 보유할 수 있다. 이른바 ‘3%룰’이다. 보험사 중에 3%룰의 적용을 받는 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유일하다.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주식 5억815만7148주를 소유하고 있다. 취득원가 기준으로 주당 1000원대로, 약 5440억원이다. 삼성생명의 자산(특별계정운용자산 제외)은 230조원인데, 이를 반영하면 총자산의 0.23% 수준이다. 3%룰의 적용을 적용받지 않는다. 하지만 시가로 평가하면 계산이 달라진다. 삼성전자 주가는 14일 5만8000원으로 거래를 마쳤는데, 이를 적용하면 삼성생명이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 가치는 29조4731억원이다. 삼성생명 자산의 12.8%를 차지한다.

삼성전자 주식 판다고 좋을걸까 

법이 통과되면 삼성전자 주식을 대량으로 처분할 수밖에 없다. 전량 매각을 가정해 추산한 매각 규모는 29조3000억원이다. 법인세 등을 제외하면 17조원가량이 삼성생명에 들어올 것으로 보인다.

증권가에서는 해당 매각 차익을 배당 재원으로 활용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의 지분 가치가 재평가되며 삼성생명의 가치도 제대로 평가될 것이라는 기대감도 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삼성생명의 목표주가를 9만원(기존 7만1900원)으로 상향시키며 ”배당보다 지분 가치 재평가에 대한 기대가 유효하다“고 말했다.

삼성생명은 국민연금을 제외하면 가장 많은 삼성전자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만약 이를 처분하게 되면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도 변동이 생길 수밖에 없다. 금융권에서는 삼성물산이 이를 인수할 것이라는 전망이 있지만, 자금 조달 등 변수가 많다.

만약 20조원이 넘는 삼성전자 주식이 시장에 풀리면 예상치 못한 충격이 따라올 가능성도 있다. 국회 정무위원회 전문위원도 해당 법안을 검토하며 “보험회사가 대규모 지분을 매각할 경우 증시에 영향을 미쳐 관련 회사의 소액주주의 피해가 우려될 뿐 아니라 다수의 이해관계자가 예측하지 못한 피해를 볼 수 있다”는 의견을 내놨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 중앙포토

삼성생명 측은 일단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해 “국회 논의 중인 사안에 대해 회사에서 예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유호석 삼성생명 CFO)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주식을 매각한 후 새로운 투자처를 찾는 것도 고민이다. 삼성전자 주식의 경우 매년 3%대의 안정적인 배당을 주는 데다, 배당성향도 높아지고 있다. 이 때문에 임 연구원은 “매각 보류 시 오히려 보유 지분에 대한 온전한 가치 재평가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평가했다.

법안, 이번에는 정말 통과될까

소위 삼성생명법 논란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19대 국회 때는 이종걸 의원이, 20대 국회 대는 이종걸·박용진 의원이 각각 법안을 발의했지만,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일단 금융위원회는 시가 평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공감하지만, 규제 취지 등을 고려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지난달 29일 국회 정무위에 나와 “원가가 맞느냐, 시가가 맞느냐 한다면, 시가로 계산해 위험성을 파악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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