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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추경하라” 날 세운 김종인 …그 뒤엔 ‘배고픈 사람론’

중앙일보

입력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김종인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비상대책위원회의 후 취재진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뉴시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연일 4차 추가경정예산(추경)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 위원장은 14일 수해로 인한 농산물 피해 점검차 서울 가락시장을 방문해 “정부ㆍ여당이 이른 시일 내에 4차 추경을 해서 복구에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그는 전날에도 “선거 때는 추경이 절대적으로 필요한 것처럼 얘기한 사람들이 생계를 상실한 이들을 위한 추경을 거부하는 건 납득할 수 없다”고 정부를 비판했다. “추경에 반대하지는 않겠다”며 다소 소극적인 주호영 원내대표와 비교되는 발언들이다.

김 위원장이 추경에 적극적인 건 앞선 정부ㆍ여당의 ‘무리한 추경’을 부각하고, 수해 복구에 힘쓰는 당 이미지를 선점하려는 포석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 세 차례 추경에서 모두 59조 원을 편성해 재정 부담을 느낀 정부는 4차 추경에는 난색을 보이고 있다. 통합당이 추경을 주장하고, 반대로 정부가 난감해하는 모습은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처음 나온 장면이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내 청과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미래통합당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4일 오전 서울 송파구 가락농수산물종합도매시장 내 청과시장을 방문해 상인과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하지만 전략적 차원만이 아니라 김 위원장의 개인 소신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4차 추경과 기본소득을 외치는 광폭 행보의 배경에는 그의 ‘배고픈 사람론’이 자리 잡고 있다는 해석이다.

김 위원장은 취임 3일 만인 6월 3일 초선의원 모임에서 “배고픈 사람이 모락모락 김이 나는 빵을 먹고 싶은데 돈이 없으면 못 먹는다. 그 사람에게 무슨 자유가 있느냐”고 기본소득 도입을 주장했다. 김 위원장과 가까운 인사는 “재난 피해를 당하거나 저소득층 등 ‘배고픈 사람’이랄 수 있는 국민을 돕고 복지 안전망을 갖추기 위해선 돈을 아끼지 말아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원칙”이라며 “4차 추경이나 기본소득 도입에 적극적인 것은 이런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김 위원장은 과거 경기 부양이나, 정권의 위기 돌파를 위한 수단으로 추경이 거론되는 것에는 반대 목소리를 냈다. 그는 2012년 박근혜 대선 캠프의 공동선대위원장 시절 새누리당(현 통합당) 지도부가 추경 카드를 꺼내자 “양적 팽창보단 경제민주화 등 체질 개선에 집중해야 한다”고 제동을 걸었다. 또, 2016년 민주당 비대위 대표 시절엔 박근혜 정부가 추경을 추진하자 “경제 성장을 위한 것인지, 둔화를 늦추기 위한 것인지 도통 목적을 알 수 없다”며 추경에 반대했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연합뉴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연합뉴스

김 위원장이 진보 진영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기본소득이나 사회안전망 이슈에 공을 들이는 건 그가 독일 기민당을 통합당의 롤모델로 삼는 것과도 무관치 않다고 한다. 메르켈 총리가 이끄는 기민당은 보수정당이면서도 복지와 사회 안전망 이슈를 선점했다. 독일 뮌스터대학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은 김 위원장은 저서 『영원한 권력은 없다』에서 “기민당은 보수정당이지만 좌파의 어젠다까지 선점해 좌파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고 높이 샀다.

통합당 관계자는 “최근 당 지지율이 올라가자 당내에서도 ‘반대만 하지 말고 일단 믿고 지켜보자’는 여론이 늘었다”고 전했다.

손국희 기자 9ke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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