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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서 유재수 사소한 문제라 말해" 조국 반박한 최종구

중앙일보

입력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14일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에서 유재수에게 사소한 문제만 남았다고 했다"

김용범 "유재수 서초동 간다 생각했는데 민주당 가서 의아"

14일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유재수 감찰무마 의혹' 1심 재판. 서울중앙지법(김미리 재판장)에서 속행된 공판에 출석한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은 청와대가 유재수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의 비위를 '사소한 문제'라 전달한 사실을 증언했다.

이는 조 전 장관이 '금융위에 유재수의 비위내용과 상응조치의 필요성을 통보하라고 지시했다'는 주장과 배치된다.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도 금융위에 유재수의 비위를 전달했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조국 주장에 대한 최종구의 반박  

이날 법정에 나온 최 전 위원장은 조 전 장관의 주장과 달리 "청와대로부터 유 전 국장의 구체적 비위 내용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어 "(청와대가 밝힌) 사소한 문제가 무엇인지 궁금했지만 징계사유까지 되지는 않는 것으로 생각했다"고 증언했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금융위원장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종구 전 금융위원장이 지난해 금융위원장 이임식에서 이임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최 전 위원장의 말대로 금융위는 청와대가 "(유 전 국장이 비위가) 대부분 해소됐고 사소한 문제만 남았으니 인사에 참고하라"고 통보한 이후 유 전 국장의 보직만 해임했다. 별도의 징계조치는 없었다.

유 전 국장이 민주당 수석전문위원으로 추천되자 사표를 받고 명예퇴직금도 지급했다. 법원은 지난 5월 유 전 국장의 4200만원 뇌물수수 혐의를 인정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그래서 일각에선 "명예퇴직금까지 줘 가며 사표를 처리한 건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조국 "강제수사권 없는 감찰은 한계"

조 전 장관 측은 "청와대 감찰엔 강제수사권이 없어 비위를 밝혀내기 한계가 있었다"는 입장이다. 반면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유 전 부시장의 초기 감찰 내용을 사실로 확인했을 뿐"이라 밝혀왔다. 유 전 국장의 비위를 애초부터 사소한 문제라 보긴 어려웠단 주장이다.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유재수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의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1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던 유재수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의 모습. [연합뉴스]

검찰은 금융위가 유재수의 비위를 통보받았다는 주장에 대한 최 전 위원장의 반박이 담긴 검찰 조서도 공개했다.

최 전 위원장은 지난해 검찰 조사에서 "그 말에 동의할 수 없다. 감찰과 관련해 청와대로부터 아무런 인사자료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조사에서 "정상적인 절차가 아닌데 어떻게 (유재수 관련) 책임이 금융위에 있을 수 있느냐"고 다소 억울한 듯 답하기도 했다.

김용범 "유재수 서초동 갈 줄 알았다"

이날 최 전 위원장의 발언은 앞서 증인으로 출석했던 김용범 기재부 1차관(전 금융위 부위원장)의 증언과도 일치한다. 김 차관도 법정에서 "청와대로부터 유재수의 사표를 받으라는 말을 듣지 못했다"고 말했다. 김 차관은 "유재수가 서초동(검찰)에 간다고 생각했는데 민주당에 간다 해서 의아했다"고 증언했다.

이날 법정에 나온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의 모습. [뉴스1]

이날 법정에 나온 김용범 기획재정부 1차관의 모습. [뉴스1]

김 차관과 최 전 위원장의 진술에 조 전 장관의 변호인은 "사소하다는 표현을 들은 것이 맞느냐""금융위의 핵심 보직인 금융정책국장 보직해임을 한 사안이 사소한 것이 맞느냐"고 재차 물었다. 이에 최 전 위원장은 "사소하다는 취지였다""인사에 참고하란 뜻은 인사상 불이익을 주라는 것"이라 답했다.

이날 법정에 출석한 최 전 위원장과 김 차관은 현 정부에서 금융위 고위직을 맡았거나 현재까지도 고위 공직을 맡고있는 인사들이다. 증인신문 중 백 전 비서관이 김 차관을 '선배님'이라 불러온 사실도 공개됐다. 최 전 위원장의 경우 총선 전 여권 출마설도 나왔었다. 검사 출신 변호사는 "법정에서 거짓 증언을 하면 위증으로 처벌받는다. 오늘 증언엔 그런 점이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 전 위원장이 유재수 사건과 관련해 직무유기 및 직권남용 혐의로 고발된 점, 김 차관이 당시 금융위 인사 업무를 맡았던 점에서 책임 떠넘기기란 지적도 나온다. 백 전 비서관의 변호인은 김 차관에게 "검찰에서 피의자로 전환될 수 있단 말을 들은 적이 있느냐"고 물었고 김 차관은 "통상적인 설명은 들었다"고 했다. 지청장 출신 변호사는 "유재수 사건에서 원칙을 지킨 사람은 아무도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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