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32% "檢개혁 잘 진행"···52% "檢 길들이기로 변질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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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지표조사 홈페이지 캡처]

[전국지표조사 홈페이지 캡처]

정부와 여당이 추진하는 검찰개혁이 당초 취지와 달리 '검찰 길들이기' 등으로 변질됐다고 생각하는 국민이 52%에 달한다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10일 여론조사 전문업체 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인터내셔널·한국리서치 등 4개사는 3차 전국지표조사(NBS)에서 국민 1005명에게 검찰 개혁 추진 방향에 대한 의견을 물었다.

'검찰 인사,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 추진,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 검찰총장 권한 축소를 골자로 한 법무·검찰개혁위원회 권고안 등을 전반적으로 볼 때 정부와 여당의 검찰개혁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다고 생각되십니까'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52%가 '검찰 길들이기로 변질되는 등 당초 취지와 달라진 것 같다'고 답했다.

'권력기관 개혁이라는 당초 취지에 맞게 진행되는 것 같다'는 의견은 32%에 불과했다. 모름·무응답은 16%였다.

전 연령대에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앞섰다. 60대는 63%, 70대 이상은 55%, 50대는 55%가 '변질됐다'고 응답했다. 20대(18~29세) 역시 49%가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40대는 '변질됐다'는 평가가 48%, '당초 취지에 맞다'는 평가가 45%로 비슷했다.

지역별로 보면 광주·전라를 제외한 모든 지역에서 부정적 평가가 긍정적 평가를 압도했다. 서울은 54%, 인천·경기 53%, 대전·세종·충청 51%, 대구·경북 61%, 부산·울산·경남 56%, 강원·제주 45%가 부정적으로 평가했다. 광주·전라는 부정적 평가가 32%로 긍정적 평가(46%)보다 더 적었다.

이념 성향별로 보면 보수는 74%, 중도 54%가 '변질됐다'고 답했다. '당초 취지에 맞다'는 평가는 각각 17%, 32%였다. 진보는 36%만 '변질됐다'고 답했고 '당초 취지에 맞다'는 답은 50%였다.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뉴스1]

법조계에서는 최근 검찰 인사와 전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의혹 수사를 둘러싼 법무부와 검찰 수사팀의 대응 등이 국민 여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했다. 서울변협 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검찰개혁의 취지는 그동안 검찰이 정권의 시녀 역할을 하고 살아있는 권력에 대해 수사를 하지 않는 행태를 보여, 권력을 분산해 제 역할을 하도록 만드는 것이었다"며 "최근 검찰 인사나 채널A 수사 등을 봤을 때는 반대로 가고 있어 국민도 잘못됐다고 느끼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번 조사는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05명을 대상으로 국내 통신 3사가 제공하는 휴대전화 가상번호를 이용한 전화면접조사를 통해 이뤄졌다. 응답률은 31.1%다.

가중치 산출 및 적용방법은 2020년 7월 말 행정안전부 주민등록 인구통계 기준 성, 연령, 지역별 가중치 부여 방식으로 이뤄졌다.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p)다. 조사의 상세자료는 NBS 홈페이지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강광우 기자 kang.kwangw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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