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그들과 더불어] 자폐아 마음여는 '고운 노래'

중앙일보

입력

"함께 나누는 기쁨과 슬픔, 함께 나누는 희망과 고통 - ." (동요 '작은 세상' )

지난 11일 오후 서울 노원구 월계동 노원종합사회복지관의 장애아동교실인 우리두리방.

정신지체 1급을 포함한 중증 자폐아 열다섯명의 합창(合唱)이 한창이다. 음정이나 박자, 발음도 엉망이지만 표정은 밝고 진지하다.

전자오르간 반주를 하는 사람은 명지대 교육대학원생 이태희(李泰熙.29)씨. 그는 매주 금요일 여기서 아이들에게 음악을 가르치는 자원봉사를 한다.

1990년대 초 국내에 도입된 음악치료(music theraphy). 외국에서 외상환자의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시작돼 지금은 자폐아동.뇌성마비아.치매노인.임산부.우울증환자 등의 재활치료에 널리 활용된다.

"자폐아동들에게 음악치료는 매우 효과적입니다. 노래를 따라부르며 발음연습을 하는 것은 물론 기억력과 인지력을 키울 수 있지요. "

李씨가 자원봉사를 시작한 건 군복무를 마치고 복학(강남대 작곡과)을 앞둔 95년 10월. 번동 사회복지관의 어린이교실에서 영어를 가르치는 일일교사를 했다.

그러다 98년 노원사회복지관의 자원봉사자 모집 광고를 보고 지원했다. "손길을 줄 장애아들이 적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고 그는 말한다.

음악을 전공한 그에게 한 사회복지사가 음악치료 쪽을 권유했다. 그는 이에 응해 숙명여대 음악치료대학원에서 한 학기 동안 전문과정을 밟았다.

"아이들의 굳은 표정이 한시간 가량의 노래부르기가 끝나면 조금씩 풀어지는 것을 보고 보람을 느꼈어요. " 특히 부모의 절반 이상이 생활보호대상자 등 어려운 환경이어서 그에게 아이들에 대한 음악봉사는 더욱 소중했다.

"말 한마디 제대로 못하던 아이들이 같은 노래를 1년 넘게 가르치자 노랫가락을 흥얼거리며 지나가더라고요. 가장 벅찬 순간이었죠. "

그러기를 4년.

노원구는 그에게 지난해 12월 우수자원봉사자상을 수여했다.

사회복지사 이경현(李敬玄.24.여)씨는 "돌발적인 행동을 일삼는 아이들을 위해 날씨까지 고려해 노래를 고르는 등 변함없이 배려하는 마음이 고맙다" 고 그를 소개했다.

李씨는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무대에 설 날이 오리라는 희망을 갖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