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이재용·아이유도 당했다…'SNS 사칭' 캐나다 징역10년, 韓 0

중앙일보

입력

“대인배인데 그래도 좀. 팔로우 할까 말까 고민. #장난이에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칭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LG전자 인스타그램’ 사진과 함께 올라온 글이다. 계정 이용자는 이 부회장 행세를 하며 경영 행보에 대한 글과 사진을 50여건을 올렸다. 이 부회장을 응원하는 댓글도 여러 개 달렸다. 해당 계정(‘jaeyong_3831)은 삼성전자 측 요청으로 삭제된 상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4일 “제3자가 나를 사칭한 SNS를 운영하는 걸 누구도 원치 않고 또 불필요한 오해를 낳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칭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온 글. [인스타그램 캡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사칭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계정에 올라온 글. [인스타그램 캡쳐]

‘SNS 사칭’ 피해 사례가 늘고 있지만 마땅한 처벌 방법이 없어 논란이 일고 있다. 특히 스타 이름을 빌려 이익을 취하기 위한 사칭 행위도 적지 않지만 처벌 사례는 거의 없다. 지난 6월 그룹 슈퍼주니어 멤버 최시원씨는 “저를 사칭해서 기부금을 모금하는 계정이 있다는 제보를 받았다. 주의하시길 바란다”면서 “저는 기부 관련해 개인 계정으로 1 대 1 채팅을 요청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에는 가수 아이유의 공식 유튜브 채널 이름과 디자인, 구성을 베낀 유튜브 사칭 계정이 등장해 팬들 사이에서 분노를 사기도 했다.

유명인 사칭 계정이 속출하자 인스타그램에서는 2018년 7월 공식 계정 인증 제도를 도입했다. 공인ㆍ유명인ㆍ글로벌 브랜드 및 기업 등 공식 계정 인증을 마친 사용자는 프로필 계정 이름 옆에 파란색 인증 배지가 붙는다. 배지를 받으려면 인스타그램 측에 사용자 이름, 신분증 사본 등을 제출해야 한다. 지난달 25일 가수 성시경은 JTBC ‘아는 형님’에 나와 “인스타그램 스타 인증을 요청했지만 요리 사진밖에 없어 미국 본사에 있는 SNS 회사가 나를 사칭한 요리사라고 생각해서 인증을 안 해줬다”고 밝히기도 했다.

SNS 사칭 불법행위지만…처벌 어렵다

타인의 삶의 훔치는 SNS 사칭은 불법행위이지만, 현행법상 온라인상에서 타인의 사진을 게시하는 ‘초상권 침해’ 행위는 처벌이 어렵다. 초상권을 형법으로 보호하는 규정이나 법제가 존재하지 않아서다. 다만 민사상 손해배상청구는 가능하다. 김필중 변호사(법무법인 담솔)은 “SNS 사칭의 경우 명예훼손이나 금전적 피해를 보는 등 2차 피해가 있다고 판단될 때 형법적 요소를 적용해 처벌이 가능하다”며 “민사소송도 가능하지만 손해배상은 미약할뿐더러 현실적으로 일반인의 경우 금전적 부담도 있다”고 설명했다.

국회에서도 관련 법안이 제정됐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민홍철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16년 ‘SNS상에서의 타인 사칭 방지법’을 발의해 온라인 사칭만으로도 형사처벌이 가능하게 한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법안은 4년간 계류 끝에 폐기됐다. 21대 국회가 들어선 뒤로는 한병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이와 유사한 내용을 담는 정통망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당사자 동의 없이 타인을 사칭해 정보를 유통한 대상은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 벌금형에 처하게 된다.

해외에서는 SNS 사칭 행위는 엄중히 보고 처벌 규정을 마련했다.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은 ‘다른 사람을 가해, 협박 또는 속이기 위해 동의 없이 인터넷 웹사이트 또는 다른 전자적 수단에 의해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사칭한 사람은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달러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규정한다. 캐나다 연방법률은 타인 사칭을 장기 10년의 징역형을 부과하는 ‘중범죄’로 규정해 처벌하고 있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o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