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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층수 올라도 매력없다" 은마는 공공재건축 퇴짜놨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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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뉴스1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경. 뉴스1

정부가 유례없는 재건축 규제 완화 방안을 내놨다. 용적률을 200%포인트 완화해 최고 500%까지 높이고 층수도 최고 50층까지 올리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이다. 완화된 규정을 적용하면 가구 수가 확 늘어난다.

은마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이정돈 위원장

그런데 손뼉 치며 환영해야 할 시장은 잠잠하다. 서울 주요 재건축 단지는 “검토의 여지도 없다”고 입을 모은다. 두 가지 단서 조항이 있어서다. 늘어난 가구 수(용적률)의 50~70%를 기부채납해야 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나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사업을 주도하는 공공주도 방식이기 때문이다. 서울 대표 재건축 단지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회 이정돈 위원장은 “사업성이 없는 방안”이라고 잘라 말했다.

현재 300%인 은마 용적률을 500%로 올리면 적어도 4000가구는 늘어날 거 같은데 매력이 없나.  
“늘어난 물량의 최대 70%를 정부가 환수한다. (늘어난 가구의 건축비 등) 비용은 또 조합원이 부담해야 하는 거다. 사업성이 없다. 오랜 시간 재건축을 기다려온 조합원은 고급화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명품 단지’ 조성을 꿈꾸고 있는데 비용(조합원 부담금)은 줄지 않고 가구 수만 확 늘어나서 단지 내 인구밀도가 높아져 주거 쾌적성이 떨어지는 것도 달갑지 않은 일이다.”
공공이 주도하면 사업 추진 속도가 빨라지지 않을까. 
“(조합 내부 갈등 등을 조정할 수 있어서) 그런 측면도 있긴 하다. 투명성이 확보되고 사업 속도도 빨라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 은마는 41년 된 아파트다. 주차 문제를 비롯해 콘크리트 벽이 떨어져 내리고 비가 오면 지하 침수, 감전사고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됐다. 그런데 2018년 6월 이후 2년이 넘도록 서울시는 도시정비계획안 심의 상정도 하지 않고 있다. 정부가 집값 안정이라는 명목으로 은마 재건축 발목을 잡고 있는 셈이다. 공공재건축에 참여하면 속도는 빨라질 것 같다. 그런데 반대로 생각하면 이 부분이 또 걱정이다. 참여하겠다는 단지가 없다고 정부에서 압박하면 어쩌나 싶다. 사업에 제동이 걸릴까 봐 너무 걱정된다.”

재건축 조합의 우려에도 정부는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으로 5만 가구를 공급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현재 서울에서 정비구역으로 지정됐지만 사업시행 인가를 받지 않은 단계에 놓인 93개 사업장(26만 가구)의 20%는 공공재건축에 참여할 것으로 봤다.

그런데 이 중에는 이미 시공사를 선정한 단지가 적지 않다. 공공이 사업 주체로 참여하게 되면 시공사 선정 당시 체결한 계약에 위반 사항이 생길 수 있고 아예 시공사 교체가 이뤄질 수 있다. 이 경우 적지 않은 배상금을 물어야 한다.

층수도 50층까지 올리기 어렵다. ‘2030 서울 플랜’에 따르면 중심 상업지역인 일부 지역 외에는 층수가 최대 40층(일반 주거지역 35층)이다. 용적률을 500%까지 올리지 못한다는 의미다.

서울 송파구의 대표적 재건축 추진 단지인 잠실주공 5단지의 모습. 뉴스1

서울 송파구의 대표적 재건축 추진 단지인 잠실주공 5단지의 모습. 뉴스1

아예 공공재건축 참여는 검토의 여지도 없는 건가.   
“조합 총회를 열고 조합원의 의견을 물어서 결정할 일이지만, 기부채납 비율이 30% 정도라면 모를까 현재 방안으로는 의미 없다고 본다.”
이달 민간택지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됐고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도 시행됐다.  
“재건축으로 이익이 많이 남으니 분양가 상한제로 이익을 줄였다. 그런데도 여전히 이익이 많다며 초과이익 환수제로 최대 50%를 또 내놓으라고 한다. 이쯤 되면 개인 재산권 침해 아닌가. 여기에 6‧17대책으로 아파트 분양권을 받으려면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규제가 도입됐다. 규제를 도입한 취지는 이해한다. 그런데 소급 적용이 문제다. 기존 소유주가 이 아파트를 구매할 때는 이런 규제가 없었다. 매일 연락이 온다. 해외 거주나 생계를 위한 지방 거주, 명의변경으로 인한 서류상 문제 등 실거주할 수 없는 다양한 사례가 있다. 개선책이나 구제 방법이 있어야 한다.”

최현주·안장원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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