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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 넘게 길어진 장마에 '한물갔던' 제습기 매출 8배 늘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최근 서울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지난 주말 제습기와 건조기 등 가전제품은 물론 제습제 등 장마대비 용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사진 이마트

최근 서울과 중부지방을 중심으로 '물폭탄'이 쏟아지면서 지난 주말 제습기와 건조기 등 가전제품은 물론 제습제 등 장마대비 용품을 구입하는 소비자가 크게 늘었다. 사진 이마트

서울 반포동에 사는 주부 하 모(34) 씨는 최근 고민 끝에 제습기를 구매했다. 긴 장마에 실내 습도가 75~80%까지 올라 숨이 턱턱 막히는 데다, 빨래가 며칠이 지나도 완전히 마르지 않기 때문이다. 신생아를 키우는 집이라 에어컨을 실컷 틀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는 “1년에 두 달 정도만 사용할 것 같아서 제습기 구매를 망설였는데 사길 정말 잘한 것 같다”며 “30분 만에 습도를 60%까지 낮춰준다”고 말했다.

장마가 한 달 넘게 지속하면서 관련 용품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 최근 몇 년간 인기가 시들해졌던 제습기뿐 아니라, 폭우에 앞이 보이지 않는 사고를 방지하는 자동차 와이퍼의 매출이 급격히 늘었다. 옷장과 신발장마다 놓아두는 제습제도 많이 팔렸다.

'한물갔던' 제습기 매출 8배 급증  

지난 주말(1~2일) 장마 관련 용품 매출 증가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지난 주말(1~2일) 장마 관련 용품 매출 증가율. 그래픽=김현서 kim.hyeonseo12@joongang.co.kr

3일 대형마트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주말(1~2일) 제습기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6배 증가했다. 자동차 와이퍼와 성인·아동용 우산 판매량도 2~3배 늘었다.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에선 제습기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배 더 많이 팔렸다. 건조대, 제습제, 자동차 와이퍼 등의 매출도 2~4배 늘었다. 롯데마트의 자동차 와이퍼 매출도 두 배 증가했다. 자가용으로 출퇴근 하는 직장인 김 모(42) 씨는 “지난번 퇴근 길에 갑자기 억수같이 쏟아지는 폭우에 앞이 잘 보이지 않아 사고가 날 뻔 했다”며 “일기예보를 보니 장마가 끝나고 태풍까지 온다고 해 급하게 와이퍼를 새로 구매했다”고 말했다.

특히 제습기는 예년보다 길어진 장마와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집콕 족’이 늘어나면서 모처럼 특수를 누리고 있다. 국내 제습기 시장은 2000년대 중반 이후 매년 20~30%씩 성장했지만, 제습 기능을 갖춘 에어컨 등의 출시로 최근엔 ‘한물갔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2013년 130만대에 달하던 연간 판매량은 지난해 20만대로 크게 줄었다.

종합가전기업 신일전자는 올 상반기 제습기 판매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4배가량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 6월에는 소비자 호응을 업고 23L 대용량 제습기를 선보였다. 신일전자 관계자는 “최근 제습 기능을 갖춘 에어컨, 의류건조기 등도 출시됐지만, 실내 습도를 빠르게 낮추는 데는 제습기만 한 게 없다”고 말했다.

이마트·SSG닷컴 제습기 할인 행사  

이마트는 오는 12일까지 제습기 및 선풍기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사진 이마트

이마트는 오는 12일까지 제습기 및 선풍기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사진 이마트

올해 한국은 유난히 긴 장마를 보내고 있다. 기상청에 따르면 서울·경기 등 중부지방은 지난 6월 24일부터 4일까지 42일째 장마가 계속되고 있다. 기상관측이 시작된 1973년 이후 역대 네 번째로 긴 기간이다. 동남아 등 남쪽 지역의 바다 온도가 오르고 일본 오키나와 해상에서 발생한 태풍 ‘하구핏’의 수증기가 국내로 유입되며 오는 5일까지는 집중호우가 계속될 것으로 기상청은 보고 있다.

유통업체도 관련 상품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다. 이마트는 오는 12일까지 제습기 및 선풍기 할인 행사를 진행한다. 위니아와 신일 제습기를 행사 카드로 사면 2만~5만원까지 할인해준다. 일렉트로맨 리모컨 선풍기와 에어써큘레이터는 각각 2만5000원, 5000원씩 할인해준다. SSG닷컴은 제습기 등 200여종의 가전제품을 최대 23%까지 싸게 파는 ‘하계 가전 본격폭염 완벽대비’ 기획전을 오는 16일까지 연다.

배정원 기자 bae.jungw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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