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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와 이자가 어떻게 같나" 친문 성향 맘카페도 돌아섰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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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세 시대가 선진국이라던데 저는 깨시민이 아닌가 보다” “전세가 적폐라는 소리나 하고 답답하다” “돈은 있는데 집은 안 사는 자기 지지자들 죄다 월세로 전환하려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

세입자가 4년간 거주할 권리를 보장하고, 전월세 인상률을 5%로 제한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을 두고 여론이 들끓고 있다. 월세 거주자들의 상황을 이해 못 하는 정책이란 비판이 주를 이룬다. 문재인 정부 지지성향을 보여온 온라인 맘카페에서도 임대차법 개정을 두고 “잘못된 정책”이라는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의 시행 첫 날인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매 ·임대 상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임대차 3법 중 계약갱신청구권제와 전월세상한제의 시행 첫 날인 31일 오후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내 부동산중개업소에 '매매 ·임대 상담' 문구가 붙어 있다. 뉴스1

최근 한 온라인 맘카페 커뮤니티에는 임대차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의견을 묻는 글이 다수 올라왔다. 댓글 상당수는 부정적 전망 일색이다. 한 네티즌은 “집주인들도 바보가 아닌데 어떻게든 더 받고 싶을 거다. 이전 전셋집은 우리가 나간다고 하자마자 다음 세입자가 들어왔다”고 경험을 전했다.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에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세종시 밀마루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에 아파트 건설이 한창이다. 연합뉴스

또 다른 네티즌은 “석 달째 아파트를 구하고 있는데, 전세가 한 개 나와서 ‘내일 보러 갈게요’라고 말하면 몇 시간 후에 연락 와서 나갔다고 한다”고 토로했다.

“월세 시대가 선진국이라던데 저는 깨시민이 아닌가 보다” “전세가 적폐라는 소리나 하고 답답하다” “돈은 있는데 집은 안 사는 자기 지지자들 죄다 월세로 전환하려는 건지 뭔지 모르겠다”며 정부를 향한 분노를 쏟아내는 댓글들도 다수였다.

정권에 대한 지지를 접었다는 '선언'도 나왔다. 한 네티즌이 "2년 뒤엔 얼마나 올라버릴까 걱정된다. 좋아했던 정권인데 솔직히 이번에 마음이 조금 돌아선다"는 댓글을 달자 "저도 등 돌렸다. 못살게 쥐어짠다"는 답 댓글이 달렸다. "내가 사는 아파트에는 26평 전세가 쏙 들어갔다. 이제 집 없는 사람은 월세 내고 사는 시대다. 이런 중대사안을 날치기 법안으로 국민 동의 없이 통과시키는지 이해되지 않는다"는 댓글 밑에도 '동의한다'는 댓글이 연달아 달렸다.

한 맘카페에 올라온 댓글. [네이버 카페 캡처]

한 맘카페에 올라온 댓글. [네이버 카페 캡처]

앞서 1일 민주당 윤준병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며 "전세 제도 소멸을 아쉬워하는 이들의 의식 수준이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것"이라고 의견을 밝혔다. 그러면서 “전세로 거주하시는 분도 전세금의 금리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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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의원의 발언 이후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에서는 “내 집을 갖고 은행 이자를 내는 것과 영영 집 없이 월세 내는 게 어떻게 같은가” “월세를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하는 말” “월세를 은행 이율만큼만 받는 사람 보셨나” 등 비난 여론이 들끓었다.

정부 주장과 달리 오히려 자가 거주에 대한 선망은 더 커졌다. “영끌 대출을 받아 집을 샀더니 마음이 편하다”는 한 맘카페 회원의 댓글에는 “현명한 선택” “부럽다”는 댓글들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월세 부담에 대한 걱정을 호소했다. “당장 매월 나가는 돈이 2~3배가 되는데 세입자 손해 아닌가. 생활이 안 될 수도 있다. 본인이 무주택자라면서 월세를 찬양하는 게 있을 수 있는 일인지 모르겠다”고 글 작성자가 하소연하자 이에 동의하는 댓글이 연달아 달렸다. 한 네티즌은 “월세가 아무리 낮아져도 월세는 월세다. 매월 나가는 돈이 생기는 건데 진짜 서민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것인지, 서민을 가장한 것인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한 평짜리 고시원도 30만~40만 원 정도다. 4인 식구가 살 수 있는 집은 월 300은 될 텐데 외벌이로는 월세 내면 남는 게 없다. 식비에 생활비에 저축은 가당치도 않고, 내 집 마련은 꿈도 못 꾸게 되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제로 금리 시대에 전세가 서민을 위한 거지, 어떻게 월세가 서민을 위한 거냐”며 불만을 표출했다.

다른 맘카페 반응도 비슷하다. “모두가 월세로 살게 되는 구조가 만들어졌다”며 정책에 대한 불만을 표하는 게시글과 댓글이 꾸준히 올라오고 있다.

신혜연 기자 shin.hye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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