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세 옹호’ 논란이 더불어민주당을 덮쳤다. 지난달 30일 윤희숙 미래통합당 의원이 임대차 3법 통과에 반대하며 한 ‘5분 연설’이 화제가 되자 이에 반격을 펼치다 벌어진 일이다. 윤 의원은 당시 “4년 후 꼼짝없이 월세, 이제 더 이상 전세는 없겠구나”라고 외치면서 민주당이 ‘부동산 속도전’에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질타했다.
‘윤희숙 전세연설’ 주말 내내 화제 #박범계 “이상한 억양은 없어” 비꼬자 #통합당 “박, 지역 비하 발언” 반발 #“저금리시대, 월세가 전세보다 부담”
불에 기름을 부은 건 윤준병 민주당 의원이었다. 그는 “전세가 월세로 전환되는 것은 나쁜 현상이 아니다. 전세 제도 소멸을 아쉬워하는 이들의 의식 수준이 개발시대에 머물러 있는 거다”라고 지난 1일 페이스북에 적었다. 윤 의원은 “전세로 거주하시는 분도 전세금의 금리에 해당하는 월세를 집주인에게 지급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이후 온라인 부동산 커뮤니티 등에서는 “내 집을 갖고 은행 이자를 내는 것과 영영 집 없이 월세 내는 게 어떻게 같은가” “월세를 한 번도 살아보지 않은 사람이 하는 말” “월세를 은행 이율만큼만 받는 사람 보셨나” 등의 비난이 쇄도했다. 이 같은 현상에 대해 윤주선 홍익대 교수는 “월세보다 전세를 선호하는 보편적 민심에 대한 이해 부족을 드러냈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2일 중앙일보와의 통화에서 “마치 전세는 선이고 월세는 악이라고 규정짓는 것 같아 글을 쓰게 됐다”며 “결국 임대차보호법 통과로 인해서 임차인의 선택은 넓어지고 보호될 것”이라고 기존 주장을 부연했다.
이에 앞서 박범계 민주당 의원은 “4년 뒤 월세로 바뀔 걱정? 임대인이 그리 쉽게 거액 전세금을 돌려주고 월세로 바꿀 수 있을까”라며 윤희숙 의원이 제기한 전세 소멸 우려를 일축했다. 이어 “(윤 의원이) 연설 직전까지 2주택 소유자”라고 지적하면서 “눈을 부라리지 않고 이상한 억양 없이 조리 있게 말을 하는 건 그쪽(통합당)에서 귀한 사례”라고 페이스북에 적었다. ‘이상한 억양’이라는 표현을 두고 영남 지역 사투리를 지칭한 “지역 비하 발언”이라는 비판이 통합당에서 나오자, “사투리를 빗댄 표현이 아니다”며 해당 부분을 삭제하기도 했다.
통합당에서는 ‘윤희숙 신드롬’이라고 할 만큼 칭찬과 공감의 발언이 이어졌다. 원희룡 제주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우리가 정권을 다시 찾아오려면 윤 의원과 같이 품격·실력·헌신을 갖추면 된다”고 적었다. 장제원 의원은 “문제를 차분하게 그리고 진정성을 담아, 미사여구 없이 연설해서 국민이 크게 공감한 것”이라고 말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페이스북에 “이런 분이 국토부 장관을 하면 부동산 벌써 잡았다”며 “당장 윤 의원의 책 『정책의 배신』을 주문했다”고 했다. 통합당 초선 의원들 사이에서는 “의석수가 적고 선수가 낮아도 얼마든지 여당에 ‘한 방’을 먹일 수 있다는 걸 보여줬다”는 말도 나왔다.
주호영 통합당 원내대표는 이날 페이스북에 “강남 부동산 잡는 데 헌법이 방해가 된다면, 헌법도 고치겠다고 한다. 대한민국이라는 열차가 헌법이라는 궤도에서 이탈했다”며 “사적 소유는 모두 국가가 거둬들여야 한다는 것은 150년 전 칼 마르크스가 던진 공산주의”라고 날을 세웠다. 배준영 대변인은 “요즘 같은 저금리 시대엔 월세가 전세보다 훨씬 부담이라는 것은 상식 같은 이야기다. 왜 부동산 정책이 22번이나 실패하는지 이해된다”고 꼬집었다.
박해리·윤정민 기자 park.haelee@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