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박원순이 쓴 한강대교 ‘자살예방문구’ 지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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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마포대교 안전난간에 적혀있던 '자살 예방 문구'가 자살 예방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문구들과 미비한 예방 효과로 7년 만에 모두 제거됐다. 사진은 24일 오후 자살 예방 문구가 제거된 마포대교 난간 모습(아래)과 지난 2015년 8월 30일 마포대교 모습. 연합뉴스

서울 마포대교 안전난간에 적혀있던 '자살 예방 문구'가 자살 예방과는 동떨어져 보이는 문구들과 미비한 예방 효과로 7년 만에 모두 제거됐다. 사진은 24일 오후 자살 예방 문구가 제거된 마포대교 난간 모습(아래)과 지난 2015년 8월 30일 마포대교 모습. 연합뉴스

서울시가 한강대교 난간의 ‘자살예방문구’에서 고(故) 박원순 시장의 흔적을 지웠다. 박 전 시장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는데 그가 작성한 ‘자살예방문구’를 보는 게 불편하다는 시민들의 민원이 들어왔기 때문이다.

30일 서울시 관계자는 “월요일인 지난 27일 박원순 시장의 자살예방문구가 보기 불편해 지워달라는 민원이 들어왔다”며 “같은 날 문구에서 박원순 시장의 이름을 삭제했다”고 말했다.

박 시장은 지난 2013년 한강대교 난간에 ‘우리, 맘잡고 다시 해보아요. 행운은 잠시 쉬고 있을 뿐입니다’라는 메시지를 적었다.

한강대교 난간에는 성악가 조수미, 배우 하정우, 가수 이효리, 체조선수 손연재 등 유명 인사들의 문구도 함께 적혔다.

시 관계자는 “자살예방문구 작성자가 자살한 특수한 상황을 고려해 문구를 그대로 두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며 “자살예방문구의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도 그동안 있어 이미 지우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시에 따르면 한강 다리 중 투신율 1위인 마포대교의 경우 자살예방문구를 적은 2012년 15명이었던 투신자가 2013년 93명, 2014년 184명으로 오히려 늘어났다. 마포대교 투신자는 난간 높이를 기존 1.5m에서 2.5m로 높인 2016년 211명에서 2017년 163명, 2018년 148명 등으로 감소했다.

시 관계자는 “난간을 높이는 작업이 자살예방문구보다 효과적이라는 판단 아래 올해 안에 한강대교의 문구를 지우고 난간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배재성 기자 hongdoy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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