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현장에서] '韓연구진 개발' 15분이내 코로나 진단 기술, 국내선 못 쓴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코로나19 바이러스, 사스코로나바이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항원별 반응 결과. 양성일 때 두 줄이 나타난다 [사진 화학연]

코로나19 바이러스, 사스코로나바이러스, 메르스 코로나바이러스 항원별 반응 결과. 양성일 때 두 줄이 나타난다 [사진 화학연]

국내 연구진이 항원항체반응을 통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감염 여부를 15분 안에 확인할 수 있는 항원 진단기술을 개발했다. 기업에 기술을 이전해 연말까지 상용화하겠다는 계획이다.

한국화학연구원 김홍기 박사팀은 코로나19 항원 진단키트 제작을 위한 기술을 개발했다고 30일 밝혔다. 이는 항원-항체 결합반응을 활용해 임신진단키트처럼 코로나19 감염 여부를 15분 내외에 육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이다. 통상 결과가 나오기까지 최소 4시간 이상 걸리는 분자진단(RT-PCR) 방식보다 빠르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나 민감도는 80% 정도로, 95% 이상인 PCR 방식보다 떨어진다. 긴급사용승인을 통해 이를 허용한 나라조차도 항체ㆍ항원 진단키트를 단독으로 쓰지 않는 건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항원진단과 항체진단은 15분 내외의 빠른 시간에 진단이 가능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쉽게 얘기하면 ‘항원’은 바이러스 등 인체에 들어온 침입자고, ‘항체’는 이를 물리치기 위해 면역체계가 만드는 물질이다. 항원진단은 진단키트에 항체를 발라 검체에 항원이 있는지 판별하는 방식이다. 반대로 항체 진단은 진단키트에 항원이 들어가 있어 검체에 항체가 있는지 확인하는 원리다. 코로나19에 감염됐다 완치된 사람의 몸에는 항체가 생기는데, 이 유무를 판별하는 것이다.

국내 상황은 어떨까. 식품의약안전처에 따르면 현재 항원ㆍ항체 진단키트는 긴급사용승인 대상이 아니다. RT-PCR 외에도 긴급 상황에서 한 시간 이내에 감염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응급용 진단키트에 대한 허가가 나왔지만, 이는 크게 보면 모두 DNA 검사 방식이다. 현재 국내 기업들이 항체진단 키트를 개발해 수출하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쓸 수 없다는 의미다. 항원진단 키트 역시 항체진단보다는 개발 중인 기업이 많지 않지만, 셀트리온 등이 유럽인증(CE)을 받고 판매를 앞두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 신속진단 기술 모식도 [사진 화학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바이러스 항원 신속진단 기술 모식도 [사진 화학연]

업계에서는 항원ㆍ항체 진단키트의 경우 내수용이 아닌 수출용으로 봐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은 PCR 방식만으로도 진단 역량이 충분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정확도가 떨어지는 방식을 도입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해외 일부 국가는 진단 수요에 비해 공급이 모자란 경우가 많아 항원ㆍ항체 방식을 병행하지만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는 얘기다. 게다가 국내에서는 점점 확진자가 줄어들고 있어 진단 키트에 대한 임상을 진행하기도 어렵다.

다만 무분별한 수출은 한국산 진단키트의 신뢰도를 해칠 우려가 있다는 점에서 주의해야 한다. 최근 한 국내업체가 미국 등에 진단키트를 수출했다가 회수당하는 사건이 있었다.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항원ㆍ항체 진단키트에 요구하는 기준은 ‘민감도 80% 이상’이라는 것인데, 이를 만족하지 못해서다.

정확성만 담보된다면 15분 이내에 진단할 수 있는 기술은 방역 현장에서 유용하게 쓰일 수 있다. 지금과 같이 해외 입국자 감염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입국하는 유증상자를 대상으로 빠르게 확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 물론 전제 조건은 일정 수준의 정확성이 담보 될 때다.

김홍기 화학연 선임연구원은 “이번에 개발한 기술에는 우수한 결합을 갖는 10종 이상의 국내 개발 항체가 들어갔다”며 “중국산 항체와는 다를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민감도와 특이도 보이는 진단키트를 만드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권유진 기자 kwen.yuj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